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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협동조합으로 대선 표밭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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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들 경제민주화 해결 모델로 제시… 손학규, 문재인 후보 등 이슈 선점 경쟁

양극화, 일자리, 골목상권, 재벌독식,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이다. 이번 대선의 핵심 화두도 자연스럽게 ‘경제민주화’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주자들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야권에서는 ‘협동조합’을 경제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해법으로 내놓았다. ‘협동조합’이 한국 사회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적어도 상당한 문제점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도 협동조합을 중요한 대안모델로 간주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유엔이 선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이기도 하다.

7월 7일 민주통합당 손학규 후보(오른쪽부터)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2 협동조합 난장 한마당 및 세계협동조합의 해 기념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7월 7일 민주통합당 손학규 후보(오른쪽부터)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2 협동조합 난장 한마당 및 세계협동조합의 해 기념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7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손학규 후보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협동조합 난장 한마당’에 나란히 참석했다. 경제민주화의 한 축으로 협동조합 이슈를 선점하려는 경쟁이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지난해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까다로운 협동조합 설립 요건을 풀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손 후보가 발의한 협동조합 기본법은 1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손 후보는 지난 4월 대선주자 행보의 일환으로 유럽 정책 여행을 했을 때에도 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스페인 몬드라곤을 찾은 바 있다. 문재인 후보는 캠프에 사회적 경제팀을 만들어 협동조합과 관련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 후보의 핵심 경제공약은 일자리다. 

문재인 캠프는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협동조합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캠프 관계자는 “협동조합이 경제 침체기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위기에 강하고 고용에 능한 협동조합은 문재인 후보가 추진하는 ‘협력적 성장’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김성식 전 의원도 협동조합법 발의
정치권에서 ‘협동조합’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18대 국회에서 손학규 의원이 협동조합 기본법을 발의했고, 뒤이어 김성식 전 의원도 협동조합 기본법을 별도로 발의했다. 협동조합 기본법의 통과로 금융을 제외한 어느 분야에서건 5명이 모여 설립 요건을 갖춰 신고만 하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김성식 전 의원은 “협동조합은 강자의 논리가 아니라 공통의 수혜 논리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며 “국가기관이나 시장경제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협동조합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협동조합은 핵심 공약으로 꼽혔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는 ‘협동조합 육성을 통한 희망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치권의 바람처럼 협동조합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에서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인적 결합체’로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1원 1표가 아니라 1인 1표라는 민주적 운영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투자금에 따라 의결권이 주어지는 주식회사와는 달리 협동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공동의 필요에 따라 운영돼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스페인의 명문 축구팀 FC 바로셀로나, 미국의 AP통신, 선키스트 등이 대표적인 협동조합의 예로 거론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 모여 교섭력 키우는 장점

6월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아이쿱 생협과 성공회대 경영유통연구소가 마련한 퍼포먼스가 열렸다. | 연합뉴스

6월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아이쿱 생협과 성공회대 경영유통연구소가 마련한 퍼포먼스가 열렸다. | 연합뉴스

협동조합 기본법의 실무작업을 담당한 손낙구 보좌관은 협동조합을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 적용하며 협동조합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손 보좌관은 “한국 사회에서 소수 재벌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는데, 협동조합은 이에 대항하는 착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협동조합은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교섭력을 키우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협동조합을 하게 되면 공동구매를 통해 물건을 싸게 들여올 수 있다. 가격경쟁력이 약한 영세상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 줄곧 거론되어 왔던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가 점령한 골목상권을 협동조합을 통해 회복한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김성식 전 의원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문제도 협동조합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화물기사의 경우 중간에 물류회사와 알선회사가 끼어들게 되는데 화물협동조합을 만들면 대기업과 직접 운임교섭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돌봄노동 또한 화물기사와 마찬가지로 협동조합을 통해 중간착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손 보좌관은 “앞으로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들이 나올 것”이라며 “협동조합이 경제의 한 영역으로 일정하게 자리를 잡게 되면 수출·대기업에 편중되어 있는 한국 경제의 불균형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협동조합은 이미 추진되고 있다. 시민 10%가 협동조합 조합원인 강원도 원주는 협동조합의 메카로 알려져 있고, 인천은 의료소비자협동조합이 뿌리를 내렸다. 서울도 협동조합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협동조합 난장 한마당’의 캐치프레이즈로 ‘협동조합 도시, 서울’을 내걸었다. 서울을 협동조합 생태계, 협동조합 네트워크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사회적경제팀의 강지현 팀장은 “서울시에서는 협동조합 교육체계를 지원하고 이걸 추진할 수 있는 세부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7월 17일 생협과 같은 주요 협동조합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방침이다.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교육과 홍보를 지원하고 협동조합 기금 조성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 팀장은 “협동조합이 아직 우리 사회에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결국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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