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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첫번째 연대세력은 민평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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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재야 출신 모임, 대선서 누굴 미나 정치권 촉각

민주통합당 소속 재야 출신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이 대선후보 검증에 나섰다. 민주당 내 제2의 정치세력인 민평련은 대선후보 검증을 바탕으로 토론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민평련 회원들 중에는 검증대상에 민주당 밖에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철수 원장이 출마선언을 한다면 민평련이 안 원장과 연대할지도 관심거리다. 정치권에서는 ‘이-박 연대(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비판적이었고, 지난 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 우상호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민평련이 안 원장과의 연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인 민주통합당 서울 도봉구갑 인재근 당선자가 경기 고양일산동구 유은혜 당선자 및 관계자들과 4월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묘지 김근태 전 의원의 묘소에서 당선인사 참배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인 민주통합당 서울 도봉구갑 인재근 당선자가 경기 고양일산동구 유은혜 당선자 및 관계자들과 4월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묘지 김근태 전 의원의 묘소에서 당선인사 참배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역의원 21명 배출 ‘완벽한 부활’
민평련은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주도로 1994년 출범한 통일시대국민회의가 모태다. 통일시대국민회의 멤버들은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다. 이어 1999년에는 통일시대국민회의가 국민정치연구회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지금의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으로 바뀌었다. 고 김근태 전 의원은 민평련을 1994년 이후 이끌었으며, 이른바 GT(김근태)계 의원들도 모두 민평련 소속이다. 

4·11 총선에서 친노진영이 부활했듯이 민평련도 다시 살아 돌아왔다. 열린우리당이 여당을 했던 17대 국회에서 민평련(또는 GT계)은 당내 제2의 세력이었다, 당시 당내 세력분포는 DY(정동영)계, GT계, 친노계 순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18대 국회에서 민평련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4·11 총선에서 민평련은 완벽히 부활했다. 당내 최대 세력인 친노진영(30여명)에 이어 민평련은 현역의원만 21명을 배출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위원장을 포함하면 50여명의 인사들이 당내에 포진돼 있다. 현재 민평련 회장은 3선의 최규성 의원이 맡고 있으며, 이인영·우원식 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다.

민평련 소속 의원은 당내 특정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민평련은 개별적이 아닌 집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예정이다. 

민평련 소속 의원들은 심지어 문재인·손학규·정세균 등 대선후보들의 출마선언식에도 가지 않았다. 출마선언식에 가면 자칫 그 후보를 지지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등 대선후보들은 민평련 소속 의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민주통합당 안팎에서는 민평련을 잡는 후보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손학규 전 대표는 민평련에 대해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고 김근태 전 의원 장례식장에서 5일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대선 출마 당일(6월 14일) 아침에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김근태 전 의원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정치]안철수의 첫번째 연대세력은 민평련?

민평련은 대선후보 지지와 관련, 한 사람씩 불러놓고 검증을 한 후에 오는 8월 3∼4일에 열리는 전국운영위원회 수련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민평련은 김두관 경남지사(6월 25일)와 정세균 전 대표(6월 29일)를 불러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손학규 전 대표(7월 3일)와 문재인 상임고문(7월 10일)도 초청해 검증할 예정이다. 민평련은 대선후보 초정 간담회가 끝나는 7월 10일 이후 운영위원 모임을 갖고, 최종적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기간 중 안철수 원장이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면 안 원장도 불러 검증하자는 의견이 민평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민평련은 안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와 원샷 경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민평련의 한 관계자는 “고 김근태 전 의원의 평소 말씀이 ‘2012년을 점령하라’였다”며 “민평련이 지향하는 민주연합과 보편적 복지국가에 안 원장이 부합하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하면 선거인단을 300만∼500만명 정도 모을 수 있지만 당내 후보만 갖고 하면 100만명 정도밖에 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선거 일정상 민주당에서 9월에 경선을 하고 다시 선거인단을 모아서 11월에 안철수 원장과 두 번째 경선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평련 일각에선 “당내서 후보 찾아야”
민평련이 민주당 내 대선후보들 중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민평련이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후보 모두가 민평련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지지후보 결정을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2012년 정권 탈환이 지상과제인 민평련 입장에서는 국민적 지지도가 낮은 민주당 후보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민평련은 자연스럽게 장외의 안철수 원장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안철수 원장 측이 민평련을 연대의 대상으로 일찌감치 찍어두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안 원장 측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갖고 있는 민평련과 손을 잡으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고 김근태 전 의원을 정점으로 한 민평련은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을 이끌었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만드는 등 누가 봐도 민주통합당의 본류”라며 “오히려 안철수 원장 측이 더 민평련과 손을 잡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 원장은 김근태 전 의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의를 표했으며, 총선에서는 김 전 의원의 부인인 인재근 여사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민평련 내부에서도 안철수 원장에 대한 시각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인영 의원은 “안철수 원장은 민주당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선 민주당 내 후보부터 검증하고, 안철수 원장을 민평련에서 불러 검증하는 문제는 민평련 차원에서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의원은 “안철수 원장은 당내 후보가 아닌 만큼 이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안 원장 문제는 민평련에서도 논의해봐야 한다”며 “특히 안철수 원장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대선후보군이므로 그가 출마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평련 일각에서는 안철수 원장에게 눈을 돌리는 것보다는 당내에서 지지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목희 의원은 “민평련이 당내 후보 검증에 나서는 것은 대선 경선판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지 안 원장을 참여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만약에 안 원장과 접촉해야 한다면 민평련 차원에서 접촉하는 것보다는 안 원장과 신뢰할 수 있는 개인이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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