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튜브에서 만나는 한국 고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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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코리안필름채널 개설해 70편 영화 서비스 제공

1949년 한국 최고의 흥행영화는 윤용규 감독의 ‘마음의 고향’이었다. 최은희씨의 주연 데뷔작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월북작가 함세덕의 희곡 ‘동승’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근대 문화재로 지정된 필름이며 빼어난 영상미와 탄탄한 구성으로 우리 영화사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이 오래된 영화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구글의 인터넷 영상서비스인 유튜브를 통해 고화질로 전 세계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다.

신성일 주연의 영화 <맨발의 청춘>

신성일 주연의 영화 <맨발의 청춘>

한국영상자료원은 코리안필름채널(http://www.youtube.com/koreanfilm)을 개설하고 지난 5월 10일부터 온라인 상영을 시작했다. 특별히 가려 뽑은 70편의 영화를 올려두었고, 모든 영화는 영문자막을 기본으로 포함했다. 이 서비스는 작년부터 시작한 정부의 한류 콘텐츠 확산 계획 중 가장 먼저 성과를 드러낸 사업이다.

주로 한국 고유의 정서를 알릴 수 있는 작품과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를 선정했다. 기본적으로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대별로 분류된 작품을 볼 수 있다. 해외에 잘 알려진 임권택, 신상옥,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은 따로 분류했다. 영화마다 자세한 설명을 붙여두어 외국인도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최고 인기 작품을 따로 선정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성일 주연의 ‘맨발의 청춘’ 등 7편은 특별히 HD 고화질로 볼 수 있다. 모든 작품은 최고 화질과 온라인 특성에 맞춘 보정과 인코딩 절차를 거쳤고, 구글의 기술적 지원도 받았다. 구글은 영문 번역 작업도 함께 지원했다.

인도·미국, 한국 고전영화 관심 보여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약 1만3000명 이상이 시청했다.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은 약 1만1000명 정도 감상해 그 다음에 올랐다. 온라인 상영은 시청지역의 분포 등 실시간 이용자 정보를 얻게 되어, 운영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향후 정책에 반영될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해외 마케팅과 선호도 등에 있어 이제까지 얻을 수 없었던 상세한 자료를 얻게 될 전망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코리안필름 채널 운영 이전에도 약 400편의 영화를 온라인으로 상영하고 있었다. 사정상 국내 이용자 대상의 서비스였고, 보편적인 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현재 코리안필름 채널을 이용하는 주시청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의 비율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 약 72% 정도가 해외 이용자다. 자료원은 앞으로 채널을 일원화해 갈 계획이다.

한국 고전영화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지역은 뜻밖에도 인도다. 이제까지 약 2만8000명 정도가 코리안필름 채널을 찾았다. 세계 최대의 영화 제작국이며 소비국가로서의 위상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다음은 미국으로 대략 2만2000명이 감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고전영화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음을 확인한 셈이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 | 경향신문 자료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 | 경향신문 자료

고전영화의 조건 없는 무료 공개를 두고 해외 영화계에서는 용기 있는 작업이라는 평을 내렸다. 특히 홍콩 필름자료원에서는 직접 작업과 운용의 노하우를 문의해 왔다. 실무 책임자인 영상자료원 장광현 자료서비스부장은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한 발 다가선 성과라고 자평했다. “아쉽게도 한국영화의 뛰어난 작품과 감독들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해외 영화제 등 제한된 통로를 통해서만 알릴 수 있었는데 새로운 접근통로를 열게 됐다. 더 많은 세계인이 우수한 한국영화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알려지지 않았던 좋은 감독들도 세계적으로 소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들려주었다.

이번 공개는 영화뿐 아니라 한국학에 대한 관심 고조와 자료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의 힘이 오락에 그치지 않고 학문과 문화 전반에 충격과 동기를 제공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상영작 중 ‘성춘향’ ‘황진이’ 등은 조선시대 복식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해외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 밖에 현대 작품들은 한국 현대 사회사를 연구하는 이에게 좋은 기초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유튜브는 차세대 미디어의 시험장으로 꼽힌다. 전 세계에 14억명의 시청자를 갖고 있고, 매 1분당 72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업로드 되고 있다. 하루 조회 건수는 약 40억건에 이르며,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스마트TV와 결합하여 시청비중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한류 인기 콘텐츠 공급 지원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장순 교수는 유튜브의 파괴력이 예측불가라고 진단했다. “아직까지 유튜브가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는 없지만, 구글의 막대한 힘을 앞세워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 등을 선점하고 생중계 등을 시작할 경우 기존 미디어 시장을 해체하고 재창조할 수 있다. 한국 고전영화가 그 역동적인 장에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유튜브에는 현재 한국 고전영화 채널뿐 아니라 KBS 등 방송 3사의 채널이 서비스되고 있다. 주로 인기 한류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고, K-POP으로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끈다. 지난 6월 21일 구글 본사에서는 한류스타들의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고, 이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구글 측에서는 한류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하여 인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긴밀한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6월 27일 한국 구글은 국내 방송 3사와 SM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한국영상자료원 등 주요 콘텐츠 제공 관계자를 초청하여 실무협의를 갖고 검색 노출 증대와 온라인 홍보방법 등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많은 시청은 결국 콘텐츠 제공자와 구글의 공통된 목표이기 때문이다.

한물 간 물건으로 창고에 처박혀 있던 고전영화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시 생명을 얻었다. 극장에서 인터넷으로, 다시 모바일을 통해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게다가 우리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낡은 것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시대이다. 유튜브를 통해 한국 고전영화의 새로운 도전과 성과가 어디까지 퍼져갈지 지켜볼 때이다.

김천<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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