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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안철수 물밑 지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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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때 제3후보 추대한 희망포럼 주목 받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결국 대선에 뛰어들까. 만약 대선에 나선다면 어떤 논리로 나서며, 또 어떤 세력이 안 원장을 뒷받침하게 될까. 안 원장은 지난 5월 30일 부산대 강연에서 복지, 정의, 평화라는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안 원장은 강연에서 세 가지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소통과 합의’라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안 원장이 제시한 ‘소통과 합의’는 스웨덴 모델을 천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0년대부터 사민당이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사회적 대타협, ‘국민의 집’ 모델이다.

사실 스웨덴 모델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축적되어 있는 영역은 시민사회다. 싱크탱크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스웨덴 모델의 한국 적용에 대한 성과를 가장 많이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하나의 가설이 나온다. 아직까지 ‘안개’ 속에 있는 안 원장의 인적 풀은 혹시 시민사회가 아닐까.

지난 5월 30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이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을 마치고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지난 5월 30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이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을 마치고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안철수 인맥 여전히 ‘안개 속’
우연찮게도 안 원장의 정치참여 결심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출마 결심 시기는 겹쳤다. 인지도가 5%대에 머물렀던 박 시장의 당선에는 유례없던 야권 정당들과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지원도 역할을 했지만, 결정적 국면에서 안 원장의 양보와 지지선언이 큰 역할을 했다. 대선국면에서는 박 시장이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가 안 원장을 서포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나리오다. 박 시장과 안 원장 사이에 이와 관련한 내밀한 교감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한 시사주간지는 박 시장의 서울시 측근이 5월 30일 안 원장의 부산 강연에 참석한 것이 포착되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박 시장과 안 원장 사이의 인적 네트워크에서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과 안 원장의 직접적인 인연은 지난 2008년 9월 안 원장이 박 시장이 주도했던 아름다운재단 이사로 참여하면서 가시화되었지만, 공적·사적 네트워크는 그전부터 이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철수와 박원순 시장의 교감?
일각에서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시민사회의 이른바 ‘시니어 그룹’에서 만들어진 희망포럼의 과거 활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희망포럼 사무처장을 맡았던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대타협을 한국 사회에 제안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실제로 그 내용은 나중에 제3 후보인 문국현 후보의 대선정책이 됐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을 넘어서서 대선국면에서 시민사회 주도의 제3 후보 프로젝트의 성격도 지녔다는 것. 희망포럼에 참여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원래 희망포럼이 밀던 인사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었다.
  
“박 시장이 끝까지 고사하고, 대안으로 생각했던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도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어쩔 수 없이 모임을 주도하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가 출마를 하게 된 것이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전 대표는 지난 4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위 인사와 비슷한 회고를 내놓았다. 희망포럼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문국현 전 대표, 박원순 시장뿐 아니라 지난 2월 안철수재단의 이사장에 선임된 박영숙 전 여성재단 대표 역시 희망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다는 점이다. 안 원장의 행보 뒤엔 2007년 대선 당시의 희망포럼과 같은 시민사회의 물밑지원이 존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안 원장의 언론담당을 맡고 있는 유민영 전 피크15커뮤니케이션 대표 컨설턴트는 “만약 안 원장이 박 시장과 연결하려 한다면 직접 만나지 중간에 누군가를 내세워 채널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부산 강연 당시 박원순 시장의 측근이 참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당 매체에 답한 바 있다”고 말했다. 희망포럼 등 과거 박 시장의 인맥과 안 원장의 인맥이 겹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좋은 인연이 있으면 그대로 관계는 이어지고 있을 것이고, 그러나 결심을 해서 뭔가를 한다면 그에 맞는 형태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은 결국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까. “가부(可否)만 남았다.” 안철수 원장측 핵심 인사의 말이다. 지난 5월 30일 부산대 강연이 사실상 최종 입장 발표이며, 출마 여부에 대한 안 원장의 결단만 남았다는 것이다.

5월 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안 원장은 ‘희망 없는 사회를 희망 있는 사회로’ 바꾸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복지, 정의, 평화를 제시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안 원장이 이날 처음으로 발표한 것이다. 만약 대선 레이스에 참여한다면 이것은 곧바로 큰 틀의 정책기조가 된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회의적 시각도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평화나 정의·복지와 같은 거대담론을 던지기는 쉽다”며 “그러나 실제로 집권하고 국가를 경영하는 능력인 스테이트크래프트를 갖추려면 상당한 수준의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이 결합되어야 하는데, 안 원장에게는 실제로 실천적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어쨌든 현재까지 안 원장이 현실정치를 해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안 원장이 제시하는 모든 것은 일종의 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여기에 안 원장이 스스로를 국가발전에 필요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신앙이나 개인 차원이 아닌 정치지도자가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아주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안 원장으로서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늦어도 7월 초에는 안 원장의 저서가 출판되고, 재단도 활동을 개시한다. 그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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