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인터넷계의 ‘조중동’, 성장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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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우파들이 몰리는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이들이 기사를 놓고 토론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우파들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일간지만큼이나 우파 인터넷 매체들을 선호한다. 뉴데일리, 데일리안, 프런티어타임스, 빅뉴스, 코나스넷, 데일리NK, 독립신문 등이다.

인터넷 우파 매체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매체 창간 붐과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최초의 우파 성향 인터넷 매체를 표방한 독립신문이 2002년 7월 창간한 이후 2003년 11월에는 안보전문 매체 코나스넷, 2004년 11월에는 프런티어타임스가 문을 열었다.

뉴데일리 네이버 진입은 하나의 ‘사건’
현재 우파 인터넷 매체의 양대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데일리안은 2004년 4월, 뉴데일리는 2005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뉴데일리는 데일리안의 편집국장을 지낸 김영한 현 한전산업개발 대표를 비롯한 데일리안 출신 인사들이 창간한 것으로, 데일리안에 비해 뉴라이트 세력에 좀 더 호의적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로운 우파 인터넷 매체 창간은 오히려 많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탈북자 출신인 장진성 시인이 ‘뉴포커스’라는 탈북자 전문 매체를 창간한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 북송반대 기도회 모습. 우파 온라인 매체들은 그 동안 탈북자 문제를 비중있게 다뤄왔다. |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 북송반대 기도회 모습. 우파 온라인 매체들은 그 동안 탈북자 문제를 비중있게 다뤄왔다. | 연합뉴스

그동안 우파 인터넷 매체는 지나치게 ‘논평 위주 매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온라인 매체 전문가인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매체에 정치적 색채가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우파 인터넷 매체들은 지나치게 치우친 시각의 분석과 해설이 너무 많다. 과도한 이념 성향은 언론 본연의 기능인 사실전달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4월 총선 직전 뉴데일리, 독립신문 등 우파 인터넷 매체들은 중앙선관위로부터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 ‘홍보성 기사’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경고와 주의를 받았다.

하지만 우파 인터넷 신문의 ‘과도한 이념 성향’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에 반대해 일어난 대규모 촛불시위 국면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데일리안이 운영한 데안토(데일리안 토론광장)는 2008년 촛불시위 기간 동안 다음 아고라 등을 중심으로 쏟아졌던 진보 진영의 시각에 반대하는 의견으로 뒤덮였다. MBC PD수첩에서 프리존뉴스(현 뉴스라이브)의 보수단체 집회 동영상을 허락 없이 사용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프리존뉴스 등 우파 인터넷 매체가 접속자 폭주 사태를 맞기도 했다.

2009년 10월 우파 색채가 보다 뚜렷한 뉴데일리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진입한 것은 아예 하나의 사건처럼 다뤄졌다. 몇몇 언론에서는 뉴데일리의 뉴스캐스트 진입을 같은 해 7월 프레시안과 뷰스앤뉴스가 미디어다음 뉴스서비스에서 제외된 것과 묶어 정부·여당의 외압설을 제기했다. 당시 네이버 측은 “언론사에 대한 평가는 한국언론학회가 구성한 7명의 중견 학자로 이뤄진 뉴스 제휴평가위원회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04년부터 우파 인터넷 매체에서 활동해온 조광현 뉴데일리 기자는 “뉴데일리는 조금 위험부담을 안더라도 다른 인터넷 매체보다 좀 더 나간 기사들을 많이 보여줬고, 단독 기사도 여러 차례 냈다. 원로급 보수 인사들도 뉴데일리에 집중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등 안팎으로 선택과 집중이 잘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시장조사기관 닐슨 코리안클릭이 2009년 말 발표한 ‘인터넷 서비스 분야별 히트 사이트’에 따르면, 당시 뉴데일리는 월평균 38.96%의 성장세를 기록해 전체 인터넷 사이트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뉴데일리와 데일리안의 평균 방문자 수는 주요 일간지의 20~40%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닐슨 코리안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뉴데일리와 데일리안의 주간 평균 순방문자수는 각각 210만명, 165만명 수준으로, 820만명으로 온라인 종합일간지 1위인 조선일보의 25%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트 순위 전문 사이트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6월 8일 현재 뉴데일리와 데일리안은 인터넷 신문 순위에서 5위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4위는 오마이뉴스, 7위는 프레시안이었다. 송경재 교수는 “그동안 보수언론은 오프라인에서 강력한 틀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온라인까지 진출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정권교체 등의 요인으로 오프라인 매체에서 진보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반대로 온라인에서 우파언론이 더 힘을 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든 우파 인터넷 매체가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오는 7월 6일로 창간 10주년을 맞이하는 독립신문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월평균 순방문자 수가 20만~30만명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 방문자 수가 10분의 1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기자 수가 줄어들었고, 콘텐츠의 질과 양이 하락하면서 방문자 수가 줄어들었다. 줄어든 방문자 수는 다시 경영에 부담을 줬다. 코나스넷, 빅뉴스, 데일리NK 등도 최근 1년간 월평균 방문자 수가 5만~6만명 수준에 그쳤다.

야당의 무리수, 젊은층 보수에 관심 계기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현 인터넷미디어협회장)는 “세월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보수 이념을 강조하는 기사가 많이 먹혔지만, 보수정권이 들어오면서 이념적으로 정권을 비판할 거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독립신문을 비롯한 우파 인터넷 매체들이 국민행동본부 등 우파 시민단체들과 협력관계를 맺어왔지만 이는 오히려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 비판적인 색채를 옅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신 대표는 “우리 사회에 이념논쟁이 없을 순 없지만, 극단적으로 흐르는 부분은 없어져야 한다. 너죽고 나죽자 식으로 기사를 쓰면 방문자도 늘고 광고도 많이 붙지만, 독립신문은 그런 것보다는 부드럽고 건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매체로 만들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우파 인터넷 매체들의 또하나의 고민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다. 우파 인터넷 매체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매체는 성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신혜식 대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이 지난 10년간 우파 인터넷 매체들의 숙원사업이었다”며, “진보 진영은 30년 넘게 젊은이들을 위해 투쟁한 결과 지금처럼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제 경우 10년을 활동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조광현 뉴데일리 기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총선에서 지리멸렬한 점, 통합진보당의 비례경선 논란과 폭력사태 등을 들어 우파 인터넷 매체가 젊은 층을 끌어들일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보수 인터넷 매체를 찾는 젊은 층들이 늘어났는데, 야당의 무리수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종북 논란 등으로 보수적인 주장에도 관심 갖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가 앞장서서 다뤘던 탈북자 문제를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더 다루는 것은 물론, 시사만화 섭외를 진행 중이다.”

신 대표는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는 남에게 자신의 활동영역을 넘기기보다 ‘내가 다 해야 한다’는 모습이 많았다. 보수 인터넷 매체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제는 ‘젊은 보수’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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