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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정계비 울타리 ‘역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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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학자 “두만강 상류까지 연결” 주장, 기존학설과 배치

백두산 정계비에서 시작된 울타리가 두만강 상류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 중국 학자에 의해 제기돼 파문을 던졌다. 정계비 울타리가 송화강 상류에 연결돼 있으며 두만강 상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은 것이다.

6월 7일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열린 백두산 정계비 건립 3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제출된 발표문에 따르면 중국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이화자 연구교수는 2010년 여름과 2011년 여름·가을, 세 차례에 걸쳐 두만강 발원지를 답사한 결과 백두산 정계비에서 시작한 석퇴, 토퇴, 목책 등의 울타리가 두만강 상류에 연결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1712년 압록강과 송화강의 상류가 만나는 곳에 백두산 정계비가 세워졌으며, 물줄기가 분명하지 않은 송화강의 상류에 울타리를 쌓았다고 인정해 왔다. 실제로 이곳에는 두만강 물줄기가 없으며 수십리 떨어진 곳에 겨우 두만강 상류가 위치해 있었다.

정계비에 새겨진 토문을 두고 중국측에서는 두만강이라고 주장하고,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토문은 송화강의 줄기라며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펼쳐 왔다.

중국의 이화자 연구교수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우리나라 고지도 중 하나. 조선지도 함경북도로 1770년 제작된 지도다. 백두산 아래 정계비와 송화강 상류(지도에는 분계강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송화강 상류임)에 목책과 석퇴가 표시돼 있다. 그리고 송화강 상류와 두만강 상류 사이에 목책이 표시돼 있다. 이 연구교수는 이 울타리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중국의 이화자 연구교수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우리나라 고지도 중 하나. 조선지도 함경북도로 1770년 제작된 지도다. 백두산 아래 정계비와 송화강 상류(지도에는 분계강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송화강 상류임)에 목책과 석퇴가 표시돼 있다. 그리고 송화강 상류와 두만강 상류 사이에 목책이 표시돼 있다. 이 연구교수는 이 울타리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우리나라 학자들 반박 잇따라

하지만 이화자 교수는 학술회의 발표문에서 백두산 정계비에서 송화강 상류로 울타리가 설치된 것은 맞으나, 송화강 상류에서 다시 두만강 물줄기 쪽으로 울타리가 꺾여 연결됐다고 주장했다. 이 근거로 이 지역에서 찍은 토퇴(흙울타리) 사진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답사 도중 해발 약 1900m 지점에서 3개의 토퇴를 확인했고, 해발 약 1300m 지점에서 7∼8개의 토퇴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나라의 일부 고대 지도를 제시하며 이들 지도에서 울타리가 두만강에 연결된 것으로 나타나 자신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1712년 백두산 정계비가 세워진 직후 조선과 청의 경계는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사실상 굳어지게 돼 한·중 사이의 간도 논쟁에서 중국에 유리한 증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우리나라 학자들의 반박이 줄곧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배성준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원은 발표자의 주장대로 정계비에서 송화강 쪽으로 울타리를 쌓다가 방향을 꺾어 두만강 쪽으로 향했다면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기록에 있어야 하나, 공사에 대한 일반적인 기록이 있을 뿐 이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 연구원은 또 정계비의 연구가였던 시노다 지사쿠에 따르면 두만강 수원에 이르는 울타리 공사가 완성되지 않았고, 당시 청의 정계 책임자인 목극등이 지정한 수원(송화강 상류)까지만 울타리를 연결했다고 지적했다. 배 연구원은 강석화 경인여대 교수의 기존 연구에서도 울타리 공사 담당자들이 정계비에서 두만강 수원이라고 생각한 곳까지 퇴책을 설치하였으나 그 수원도 송화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라고 추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강석화 교수는 종합토론에서 울타리는 청나라의 관리인 목극등이 지적한 물줄기까지만 설치한 것이지 방향을 꺾어 두만강으로 연결됐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일부 고대 지도의 경우 해석에 앞서 고지도의 정확성에 대해 미리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울타리를 확인한 지점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로 우리나라 학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다. 사회자인 조광 연세대 석좌교수는 기회가 된다면 양국의 학자들이 이 지역을 현장답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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