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경제민주화’ 같은 꿈, 다른 해몽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새누리당, 중소기업 경쟁력 육성… 민주통합당, 재벌 개혁 가속화

총선 이후 여야 구분 없이 ‘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개원까지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100% 국민행복 실천본부’를 구성하고 ‘경제민주화 신뢰정치’ 분과를 포함한 9개 분과를 만들어 활동에 들어갔다. 민주통합당도 정책위원회를 ‘민생공약실천특위’ 체제로 개편하고, 127명 당선자 모두가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5대 본부에 배치되어 활동할 예정이다. 19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이끌어나갈 주자들도 어느 정도 가시화됐다. 이들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경제민주화를 두고 여야가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커스]‘경제민주화’ 같은 꿈, 다른 해몽

대기업 시장지배력 남용방지책 모색
새누리당의 강석훈(서울 서초을)·이상일(비례대표)·이만우(비례대표)·손인춘(비례대표) 당선자가 ‘100% 국민행복 실천본부’ 경제민주화 분과에 소속돼 활동 중이다. 주목을 끄는 이는 강석훈 당선자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이끌어갈 인사로 오르내린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 브레인’으로 평가받는 당선자로, 위스콘신대 경제학 석·박사 출신이자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언론에 자주 얼굴을 비쳐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경제 교사’ 역할을 맡고 있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대우경제연구소 사장 재직시 강 당선자도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만능주의 대신 공정성과 분배에 관심이 많고, ‘원칙 있는 자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핵심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펼쳐질 수 있도록, 담합을 근절하고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일감 몰아주기, 또는 대주주의 사익 추구행위 등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다. 장기적인 과제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당선자 신분이기 때문에 당의 입장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민주통합당이 주로 재벌의 폐해를 막아보려는 방향으로 접근하지만, 대기업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장점은 살리되,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단점을 고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이상일 당선자나 신자유주의 학자로 고려대 경제학 교수인 이만우 당선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사 출신의 손인춘 당선자는 보수적인 경제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만우 당선자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재정분야를 자문했고, 재벌규제 완화를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오해다. 나는 그런 역할이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시장주의에 대한 신념은 강했다. 이 당선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의 역할은 중요하다. 시장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면서 “다만 승자독식이나 대기업 위주의 성장은 규제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분과는 대기업 개혁보다 하도급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이나 중소기업 신용보증제도 개선작업 등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경제통도 눈길을 끈다. 서울 강남을 당선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충북 충주의 윤진식 당선자, 대구 동구갑의 유성걸 당선자 등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대표했던 인물들이다. 박 위원장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운다는 의미) 공약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던 경기 분당갑의 이종훈 당선자, 박 위원장의 경제 교사인 이한구 의원 등도 시장의 기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자감세,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 등을 주장해왔던 인사들은 경제민주화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소장은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는 달리 재벌개혁을 수단으로 경제민주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4월 19일 당선자 대회에서 ‘민생공약실천특별위원회’의 ‘민생안정’ ‘좋은 일자리’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 등 5대 본부 중 활동을 원하는 본부 신청을 받았다. 경제민주화 본부에는 30여명의 당선자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20일 이용섭 민생공약실천특위 위원장은 “예상보다 많은 당선자가 경제민주화 본부를 희망했다. 실무자들이 당선자들의 의견을 묻고 인원을 확정하게 된다”면서 “총선 기간 중 경제민주화추진본부장으로 일했던 홍종학 당선자와 재벌개혁을 강하게 주장한 박영선 의원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극화 줄이고 균형성장에 초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4번으로 당선된 홍종학 당선자는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로 경제정의실천연합 재벌개혁위원장과 정책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가천대학 경원캠퍼스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하면서 학자로 지내다가 정치권에 들어왔다. 총선 기간 중 경제민주화추진본부장을 맡으면서 경제민주화 행보를 진두지휘하며 민주당의 경제민주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홍 당선자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을 ‘균형성장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아니라 수단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균형성장 전략인데, 양극화를 줄이면서 성장하자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양극화를 가속화하면서 성장하자는 것이다. 우리와 전혀 다른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8대 국회에서 재벌개혁에 가장 공을 들인 의원 중 한 명이 박영선 의원이다. 3선에 성공하면서 당내에서 중진 역할을 해야 하고, 원내대표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재벌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박 의원은 “재벌개혁, 중소기업 활성화, 골목상권 보호 등은 반드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다. 새누리당과 차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새누리당에는 재벌개혁을 위해 싸워온 의원이 없다. 실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가 가짜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진표 원내대표, 정세균 의원, 이인영 최고위원, 홍영표 의원, 오영식 당선자 등이 경제민주화 본부에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고민은 관료 출신과 노동운동가 출신 등 색깔이 다양한 의원들이 모여 있어 경제민주화 정책을 입법하거나 실행하기까지 과정이 험난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책실 관계자는 “당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예를 들면 총액출자제한제도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나오기 때문에 합의과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