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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 친노연합군 ‘총선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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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대표, 문재인 이사장 등을 중심으로 하는 친노연합군과 박근혜 위원장은 총선이라는 외나무 다리에서 양보 없는 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노무현)연합군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싸움이 갈수록 치열하다. 이번 총선이 12월 대선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된 대선후보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위원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도 바짝 추격을 당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1월 셋째주 대선후보 다자대결 조사에서 박근혜 위원장과 안철수 원장은 각각 28.8%, 28.1%를 기록,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이사장이 15.3%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문 이사장은 연초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며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3.2%),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3.1%), 김문수 경기지사(3.0%) 등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하지만 문재인 이사장이 이번 총선 검증대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면 대선가도에서 낙마할 수도 있다. 그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왼쪽)가 1월 17일 취임 인사차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국회로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왼쪽)가 1월 17일 취임 인사차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국회로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총선에 임하는 박근혜 위원장의 사정은 더 급하다. 한나라당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성인 부산에서마저 민주당에 5석 이상을 빼앗긴다면 대선후보로서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 이에 따라 한명숙 대표, 문재인 이사장 등을 중심으로 하는 친노연합군과 박근혜 위원장은 총선이라는 외나무 다리에서 양보 없는 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수도권에서 고전
친노연합군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지난 1월 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였다. 한명숙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표가 된 데 이어,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가 예상을 뒤엎고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한명숙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환경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후계자를 (나에게) 정하라고 하면 한명숙”이라고 말할 만큼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 문성근 최고위원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하다. 문 최고위원은 2002년 12월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영화배우 명계남씨 등과 이끌었다.

여기에 야권의 대선주자 중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과 2월에 민주통합당 입당이 예상되는 김두관 경남지사도 친노연합군의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책임 총리를 지냈던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배후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휘를 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친노연합군과 박근혜 위원장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지난해 12월 비대위 체제를 갖춘 ‘박근혜 비대위’가 현재로서는 쇄신경쟁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총선을 앞두고 내놓고 있는 각종 공천기준과 정책들은 박근혜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과감한 쇄신책들이다.

비대위는 총선 공천과 관련해 경쟁력을 기준으로 25% 이상의 현역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에서는 현역 의원 40% 이상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됐지만 지난 1월 17일 의총에서 “공천 개혁이 당 쇄신의 뼈대”라는 박 위원장의 한마디에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입을 닫았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왼쪽)가 1월 18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경남 김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로 참배하러 가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왼쪽)가 1월 18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경남 김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로 참배하러 가고 있다. | 연합뉴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기존 보수진영의 논리들과 사뭇 다르다.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서민과 중산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복지와 공정한 시장경제를 화두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최근 당 정강·정책의 강령 제1조에 ‘정치’ 관련 조항을 뒤로 미루고 ‘복지’ 조항을 1순위로 올린 것도 한 예다. 비대위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보완 및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시장의 공정 경쟁을 해치는 대기업에도 칼을 빼들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15년 동안 간직해온 당명마저 바꾸기로 했다.

민주통합당도 쇄신책이 관건
민주통합당도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돌입했다. 특히 한명숙 대표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이 대통령의 친인척·측근 비리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이번 총선구도를 MB(이명박) 심판론으로 몰고가겠다는 의도다. 현재 민주통합당은 디도스·돈봉투 사건 등 여당발 악재로 4·11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주통합당도 한나라당에 버금가는 쇄신책을 내놓지 않으면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한명숙 대표의 리더십은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선 후보에 대한 물갈이 공천 등 대대적인 개혁은 강력한 카리스마가 없으면 정면 돌파가 불가능한 작업들이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 일각에서는 일종의 관리형 대표인 한 대표가 선거정국에서 강한 야성이 요구되는 제1야당 대표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임종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명숙 대표 측은 관리형 대표라는 지적은 과거의 얘기이고, 최근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며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명숙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한명숙 대표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검찰의 표적수사로 수차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많이 단련된 것 같다”며 “한 대표는 자신이 대선주자가 아니니까 공천과정에서도 욕심 없이 당을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민주통합당은 여러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개혁과 인적 쇄신을 과감히 단행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한명숙 대표가 쇄신경쟁에서 밀리면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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