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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후보 단일화 방정식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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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이 후보단일화에 실패하고,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3자 또는 4자 대결을 펼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박빙의 대결이 예상되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이 같은 야권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민주·진보진영은 4·11 총선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워 한나라당과 1대 1 구도를 만들 수 있을까.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지난 2010년 지방선거의 승리를 재현할 수 있을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무상급식 등 정책을 고리로 경기도지사 후보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바 있다. 야권은 후보단일화에 힘입어 당초 예상을 뒤엎고 인천, 충남, 강원, 경남 등에서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키며 압승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가 실패함에 따라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했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이정희, 심상정 공동대표(왼쪽부터)가 1월 20일 서울역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통합진보당 유시민, 이정희, 심상정 공동대표(왼쪽부터)가 1월 20일 서울역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한나라당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야권 단일후보로 민주통합당 후보를 상정하고 한나라당 후보와 1대 1 맞대결을 시킨 결과다. 만약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이 후보단일화에 실패하고,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3자 또는 4자 대결을 펼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박빙의 대결이 예상되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이 같은 야권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만약 야권에서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민주통합당보다 통합진보당의 상처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인 통합연대가 합친 통합진보당은 출범 당시인 지난해 12월 초에는 지지율이 10%를 상회했으나, 지금은 민주통합당에 가려 2~3%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출범 때만 해도 총선에서 교섭단체(20석) 확보를 자신했으나, 지금은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진보정당들 중에서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당시 민노당은 지역구 2명(권영길·조승수 의원)과 비례대표 8명을 당선시켰다. 민노당은 정당득표율 13.8%를 기록했다.

단일화 실패 후유증 통합진보당 더 클듯
전문가들은 총선에서의 후보단일화는 지방선거보다 훨씬 어려운 만큼 각 당 지도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성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는 현역의원 또는 지역위원장이 지자체장 또는 지방의원 후보들에 대한 장악력이 높아 단일화와 관련한 조정이 수월했지만, 총선에서는 현역의원과 지역위원장이 직접 선수로 뛰기 때문에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벌써부터 야권의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사정 때문에 야권 지도부의 결단이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다급한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에 야권연대를 위한 정치협상회의를 먼저 제안했다. 통합진보당은 광역별로 양당의 지지율에 따라 공천 지역 수를 배분한 뒤 각 당에서 단일후보를 공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미 150여개 지역구 후보가 결정됐으며, 2월 4일까지 20여개 지역구 후보가 추가로 결정된다. 민주통합당과의 후보단일화 경선 등 일정을 고려해 후보 선정을 서두른 것이다. 이와 관련,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양당이 정치협상회의를 통해 노동관계법 제·개정,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복지 확대와 고소득층 증세, 재벌개혁 등 19대 국회에서 추진할 과제부터 합의해야 할 것”이라며 “연대기구는 정책 합의를 통해 가치 중심의 선거연합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반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등 지도부는 겉으로는 야권연대에 공감하지만 각론에서는 각각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호남이 지역구인 의원들이 야권연대 과정에서 지난 재·보궐선거 때처럼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지역구를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박지원 최고위원이 이와 관련해 “무리한 통합은 안 된다.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4월 전남 순천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위해 후보를 내지 않고, 대신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를 지지했다.

민주통합당이 얼마나 양보할 것인가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는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에 지역구를 얼마나 양보할 것이냐다. 통합진보당에서는 이정희·심상정·유시민 공동대표와 강세지역인 경남 사천(강기갑 의원), 울산 북구(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 울산 남구갑(조승수 의원), 경남 진주을(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전남 순천(김선동 의원) 지역 등에서 민주통합당이 양보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서울 관악을, 심상정 대표는 경기 고양 덕양갑, 노회찬 대변인은 서울 노원병에서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유시민 대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사이에서 아직 출마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야권연대의 상징성을 고려해 지역구 10개 정도는 민주통합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종의 정치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의 안일원 대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재·보선에서 야권연대가 이뤄진 곳에서는 야권 단일후보가 대부분 승리했다”며 “큰형인 민주통합당이 양보를 하지 않고 야권연대 협상에서 늑장을 부리면 진보진영 모두가 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명숙 대표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로서도 이들 지역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당 후보를 강제로 주저앉히기는 쉽지 않다. 특히 여론조사 등 국민경선을 실시할 경우 민주통합당 후보가 통합진보당 후보를 앞서는 지역은 더욱 그렇다.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지역구의 경우 노관규 순천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하고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를 벼르고 있는 등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만약 총선에서 야권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합진보당의 경우 창원과 울산지역 등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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