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이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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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하는 집에서는 명절 대목 장날이면 한 차례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습니다. 우리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혹시나 뜨내기 장사꾼이 원래 우리가 있던 자리를 미리 잡을까 어머니는 새벽 일찍 장터로 떠났습니다. 평소 시장에서 팔던 양의 2~3배 되는 물건을 새벽에 옮겨야 했습니다. 낮에는 물건이 떨어져 다시 가져갔습니다.

명절 대목장은 그야말로 대장관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온통 북적거렸습니다. 집안 장판에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지폐들이 한꺼번에 모두 5일장으로 쏟아져나온 듯했습니다. 명절 대목장은 신바람과 흥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 대목장을 앞두고 어머니는 팔 물건을 며칠 동안 매만졌습니다.

설 합본호를 준비하면서 그때의 대목 장을 떠올렸습니다. 지금쯤 시장에서는 대목을 준비하고 있겠지요. 장터에 내놓을 물건을 매만지면서 제값을 받을 생각에 설렐 것입니다. 편집실도 설레긴 마찬가지입니다. 설 합본호에 어떤 특집기사를 독자에게 선보일지 며칠 동안 고민합니다. 어떻게 땀냄새와 정성이 밴 특집호를 만들 것인가, 어떻게 설에 걸맞은 기사를 쓸 것인가 며칠 동안 토론이 오갑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어 시사주간지는 대목을 맞았습니다. 게다가 <주간경향>은 5월 말에 창간 20주년을 맞이합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년을 맞이하는 셈입니다. 또한 11월에는 지령 1000호를 맞이합니다. <주간경향>으로서는 올해가 가장 바쁜 해가 됐습니다.

대목을 앞두고 <주간경향>은 새로운 기획과 디자인으로 단장했습니다. 먼저 총선·대선 시즌을 맞아 ‘고성국의 대선이야기’를 게재합니다. 시사평론가인 고성국 박사가 대선 때까지 대선 국면의 포인트를 그때그때마다 정확하게 짚어낼 것입니다. 대선이야기는 ‘여론스코프’와 함께 교대로 격주로 실립니다.
‘대선이야기’ 외에 매주 총선을 다루는 고정 꼭지를 마련했습니다. 지역 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곳을 찾아가는 ‘총선 격전지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주간경향>은 올해에도 시사의 중심에 인물을 놓겠습니다. 매주 화제가 되는 시사인물의 평을 싣는 ‘주간인물’을 신설했습니다. 소수자들의 삶을 소개하는 ‘나는 소수다’라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다수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 우리의 이웃들을 만납니다.

IT·문화면도 새단장합니다. IT전문가들이 돌아가며 매주 IT칼럼을 싣습니다. ‘터치스크린’에서는 최원균 무비가이더 대신 허지웅씨가 필자로 참여해 정용인 기자와 격주로 영화평을 싣습니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 헌책방 대표가 책벌레의 서재를 탐방합니다.

디자인을 대폭 새롭게 했습니다. 제목을 크게 쓰고, 본문에 여백을 많이 활용해 전체적으로 시원하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설 대목을 앞두고 팔 물건을 매만지던 어머니처럼 편집실에서는 갖은 정성으로 기사를 만들고 디자인을 다듬었습니다. <주간경향>의 신선한 기사와 기획,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독자 여러분, 즐거운 설 보내십시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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