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치는 군 부대 토양 오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최근 5년 간 군 유류 유출 71건 발생… 사후 처방보다 예방시스템 도입 급선무

세종시가 들어서는 충남 연기군 소정면 일대에서 육군 군수지원사령부 모 부대는 몇 년 전에 유류 유출사고로 2만1983㎡의 토양을 오염시켰다. 부피개념으로 환산한 오염토양량은 4만6810㎥에 달했다. 육군은 2억2000만원을 들여 환경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환경오염 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 내년부터 진행될 이곳의 환경오염 치유사업 비용이 12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유출된 부대가 세종시 중심으로부터 30㎞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다”며 “그래도 주변 민간인 지역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정화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12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해안에 위치한 해병대 6여단 유류고에서 보관 중이던 경유가 유출돼 해당 부대와 해양경찰 등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12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해안에 위치한 해병대 6여단 유류고에서 보관 중이던 경유가 유출돼 해당 부대와 해양경찰 등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5년 동안 군 내부에서 경유 등 유류 유출사건이 71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환경오염 정화비용이 363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육·해·공군 등 각 군의 유류저장시설과 송유관에 대한 안전점검 대상을 확대하고, 수시점검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유류 유출에 의해 토양이 한 번 오염되면 사실상 복원이 불가능한 만큼 유출 이후의 치유노력보다는 사전에 유출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장시설 노후화·송유관 부식이 주요 원인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군 내부에서 유출된 유류로 인해 주변의 환경이 오염된 경우는 모두 71건이며, 오염된 토양면적이 총 29만2221㎡(8만8000여평)에 달한다. 이 가운데 22만9230㎡의 토양은 현재 치유 중에 있다. 또한 이를 치유하기 위한 환경오염 치유비용은 총 36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육군이 22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해군 113억원, 공군 22억원 순이었다.

유류 유출은 노후화된 유류저장시설과 저장시설에서 실제 사용하는 곳까지 연결된 송유관 이음새 부분의 부식 등이 주요 원인이다. 현재 육·해·공군은 총 199개(육군 60개, 해군 59개, 공군80개)의 대형 유류저장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군이 운용 중인 유류저장탱크 중 1990년대 이전에 건설된 탱크가 전체의 79%에 달할 정도로 오래됐다. 각 군의 유류저장시설 중 1980년 이전에 건설된 것은 108개이며, 199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것은 50개다. 

이 저장시설들은 관련법(토양환경보전법)이 발효된 1997년 이전에 건설돼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지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토양환경보전법이 발효된 이후부터는 모든 유류저장시설 밑바닥을 콘크리트화했기 때문에 저장탱크에서 유류가 흘러나와도 토양으로 스며들어가지 못하고, 수거할 수 있었다.

각 군은 위험물안전관리법(제8조)에 따라 저장용량이 100만리터 이상인 유류탱크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각 군은 최근 5년 동안 총 59개의 저장시설을 점검한 결과 이 중 4개의 탱크에서 미세균열 등이 발생해 ‘사용 중지’ 처분을 내렸다. 국방부는 “유류저장시설은 관련 법규에 따라 주기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나 저장탱크·송유관 등 관련 시설물이 많고, 시설물 중 일부의 노후화에 따른 유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각 부대의 유류저장탱크 자체에서보다는 탱크와 연결된 파이프라인 이음새에서 유류가 새어나오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양임석 환경위해성평가연구원장은 “최근에는 유류저장탱크보다는 유류 파이프 이음새가 부식돼서 간혹 유류가 흘러나와 환경을 오염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이음새 부분이 부식돼 작은 구멍만 생겨도 압력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유류가 순식간에 새어나온다”고 말했다. 양임석 원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환경 관련 석·박사 학위(미국 미시간주립대)를 취득하고 1995년부터 6년 동안 국방부 초대 환경과장으로 일했다.

유류 유출사고와 관련, 환경오염 치유사업비가 비교적 많이 든 경우를 보면 육군 군수사령부의 폭발물처리장이 있는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서도 유류 유출로 토양정화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지역의 환경오염 치유비용은 33억8000만원이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육군 11항공단 모 대대는 이 지역 토양 645㎡(오염토양량 4만1301㎥)를 오염시켰으며, 34억3000만원을 들여 치유사업을 마치기도 했다.

해군 군수사령부 모 부대는 경남 진해에서 유류 유출로 2만5382㎡(오염토양량 6만4174㎥)의 토양을 오염시켰다. 현재 치유사업이 진행 중인 이 지역의 환경오염 치유사업비는 59억2000만원이다. 해군 해병대 6여단 헌병대는 백령도에서 유류 유출사고로 2006~2008년 동안 토양 오염을 치유하는 데 12억1000만원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6여단 유류고에서 유출된 기름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방제작업을 한 바 있다.

공군의 경우 대구에 기지가 있는 한 전투비행대에서 유류 유출사고가 발생해 4억원의 치유비용이 발생했으며, 제주도의 한 기지에서도 유류가 유출돼 4억1000만원을 들여 치유했다.

일반적으로 군에서 유류가 유출되면 오염 확산 정도, 오염량 등을 판단하기 위한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외부 전문기관이 오염 정화를 대행한다. 하지만 한 번 오염된 토양을 100%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회복’이라는 용어 대신 ‘치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군 내부 독립된 환경 관련 조직 필요’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유류 유출과 관련해 사후 처방보다는 사전에 완벽한 예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민주당)은 “유류 유출로 한 번 발생한 환경오염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며 “군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과 재산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군이 그 예방과 치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치는 군 부대 토양 오염

국방부는 1995년 국방부 내에 환경과를 신설하고, 환경부문 주특기병을 양성하는 등 환경오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그 이후 정부의 군병력 축소 방침에 따라 지원부대 성격의 환경부문 조직을 다른 파트와 통·폐합하고. 담당 인력도 대폭 줄였다. 현재 국방부 환경과는 시설환경기획과로 재편된 상태이며, 한때 12명까지 있었던 환경 관련 업무 인원도 현재는 5~6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방부는 환경전문가를 군 내부에서 양성하기보다는 외부 전문가의 아웃소싱을 통해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다른 어느 정책보다 중요시하는 전세계적 추세에 맞춰 국방부도 국방부 내에 독립된 환경 관련 조직을 만들고, 군과 민간인으로 구성된 군환경협력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임석 환경위해성평가연구원장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군의 모든 조직에서 필요하므로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환경안전재난관리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환경안전재난관리국이 생기면 환경오염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 원장은 “여기에 민·관 합동의 군환경협력단을 설립하면 환경오염이 발생했을 때 국방부를 여러 방면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 내 시설기획환경과 및 각 군 환경과에서 환경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며 “군은 환경오염사고에 능동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환경부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