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로 보는 경제발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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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5일 우리나라 올해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지식경제부가 통관 기준 수출입 누적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이날 오후 5시 현재 무역 규모 1조16억 달러(수출 5156억, 수입 4860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1조 달러는 개인으로서는 실감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100달러짜리 지폐로 쌓으면 에베레스트 산(8848m)의 136배 높이까지 올라가는 양이며, 4500만 국민 모두에게 대당 2만2000달러짜리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1대씩 사주고도 100억 달러(약 11조원)가 남는 값어치다.

수출 100억달러 기념우표.

수출 100억달러 기념우표.

세계적으로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9개국(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한국)뿐이다. 지난해 1조 달러에 미달하는 등 뒷걸음질치고 있는 영국과 이탈리아, 덩치만 큰 중국, 중개무역의 나라인 네덜란드를 논외로 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무역대국이라는 평가도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지난 12월 7일 무역 1조 달러 달성 기념우표(액면가격 270원) 2종 150만 장을 발행했다. 하나는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과 1조 달러를 나타내는 ‘1’자 모양을 디자인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태극기와 무역회관의 이미지를 담은 것이다. 무역 성과를 기념하는 우표의 발행은 1977년 ‘100억불 수출의 날 기념우표’(액면가격 20원) 이후 33년 만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해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2억3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산업화가 본격화된 1967년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1974년 100억 달러, 1988년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치로 볼 때 63년 만에 4000배가 넘는 성장을 한 것이다. 수출만 따로 놓고 보면 1964년 1억 달러, 1971년 10억 달러, 1977년 100억 달러, 1995년 1000억 달러, 2000년 1500억 달러, 2006년 3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내용적으로도 180도 달라졌다. 1960~70년대 주력 수출품은 오징어, 철광석, 섬유, 합판 같은 농산물이나 단순 가공품이었던 것이 이제는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선박과 같은 첨단 제품으로 바뀌었다.

지난 12월 7일 발행한 무역 1조 달러 달성 기념우표.

지난 12월 7일 발행한 무역 1조 달러 달성 기념우표.

이번 기념우표 발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경제 발전사는 우표 속에도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제1차 경제개발계획 기간(1962~1966년)에는 변전소와 전주, 광부와 탄차, 공장과 시멘트, 물고기와 원양어선, 정유공장과 드럼통, 비료공장, 무역선 등 산업 근대화를 고취하는 이미지가 주종을 이뤘다. 제2차 경제개발계획 기간(1967~1971년)에 발행된 경제우표는 레일과 바퀴, 고속도로, 입체교차로, 항만 건설, 원자력발전소, 수력발전소 등 산업 인프라와 관련한 것이 많았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준공 기념우표가 이 시기 경제우표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산업 근대화의 성과를 홍보하는, 즉 대기업 생산품과 주력 수출품이 경제우표에 자주 등장했다. 1972년 수출, 1977년 100억 달러 수출, 1981년 선박 시리즈, 1983년 국산 자동차 시리즈 등이 그 예다. 1982년 서울국제무역박람회, 1993년 대전엑스포 등 국제행사의 개최를 기념하는 경제우표도 발행됐다. 2006년에는 한국의 8대 주력 수출산업(자동차, 기계, 석유화학, 전자, 기계, 조선, 철강, 섬유)이 우표에 담겼다. 이처럼 우표는 가장 작은 사이즈로 압축된 우리 경제의 생생한 기록이기도 하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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