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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과 공선옥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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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작가의 대담집 <강씨공씨네 꿈> 출간

"저곡가정책 실행 후 통일벼가 많이 생산되던 그 시점에서 오히려 이농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났어요.”
“웬만한 사람들은 그 물결을 따라서 다 농촌을 떠나갔죠.”
“깨어나면 한 집 떠나고, 다음날 또 한 집 떠나고, 이런 식으로 다 떠났어요. 어떤 집은 야반도주하기도 하고.”

[정치]강기갑과 공선옥이 통했다

정치인과 소설가가 경험했던 농촌의 현실을 이야기한 대목 중 일부분이다. 쌀 증산을 위해 심었던 통일벼가 실은 농촌을 오히려 더 망가지게 했다는 것을 두 사람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정부의 농촌정책이 잘못됐다” “농촌을 살리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나 정책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정치인과 작가는 대화를 통해 농촌의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서민의 언어로 서민의 삶 얘기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농민운동가로 살다 정치인이 된 강기갑 의원과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버스안내양과 구로공단 노동자로 살다 소설가가 된 공선옥 작가의 대화가 <강씨공씨네 꿈>(돌아온산)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여느 정치인의 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서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에세이도 아니다. 서민들의 현대판 ‘민중객담’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게 어색하지 않을 만큼, 두 사람은 서민들의 언어로 서민들의 삶을 이야기했다. “우리 정말 힘들게 살았다”고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걸어온 길 자체가 가시밭길 투성이다. 특히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지금까지 농촌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왜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정치]강기갑과 공선옥이 통했다

정치인 강기갑 의원을 위한 책이지만, 여느 정치인의 책처럼 강 의원을 홍보하는 글은 거의 없다. 공 작가는 강 의원의 어린 시절부터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함께 이야기하고 그 대화 내용을 책에 옮겨 놓았을 뿐이다. 농촌의 현실, 노동자의 현실, 서민의 현실에 대해 소설가와 정치인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다만 그 현실을 담담히 혹은 유머스럽게 보여준다.

두 사람을 이어준 이는 서해성씨다. 한 일간지에서 한홍구 교수와 ‘직설’을 연재했던 그 서씨다. 서씨는 “두 사람이 같은 농촌 출신이고, 농민의 자식들이라 통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씨의 예상대로 두 사람은 ‘통’했다. 강 의원은 소박하고 꾸밈없는 이야기를 펼쳐냈고, 공 작가는 힘들었던 세월을 쾌활하게 말하는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강 의원은 공 작가에 대해 “책을 위해 만나기 전부터 안면은 있었던 분이다. 직접 만나보니 통하는 구석이 많았다”고 말했다. 책 성격에 대해 “적어도 내가 책을 만들 때는 자랑만 늘어놓는 책은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이 책이 그런 점에서 잘 만들어졌다.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공 작가는 책이 나온 것을 보지도 못하고, 후속 작품 취재를 위해 독일로 갔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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