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독도 영유권 관련 사업 ‘탁상정책’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정부·정치권서 나오는 각종 아이디어 신중히 검토해야

독도에 대한 영토주권을 수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 각 기관에서 독도 영유권 관련 사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도 독도 수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해 추진한 각종 독도 사업과 정책 및 아이디어들이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독도 전경. / 연합뉴스

독도 전경. / 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김선동 의원(민주노동당)은 “정부는 독도가 갖는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풍부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섬과 바다를 어떻게 우리의 영토와 영해로 보존할 것인지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독도를 둘러싼 영해와 영토를 보존하는 정부의 정책과 계획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독도 관련 사업의 예산집행 현황 및 문제점’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독도사업은 총 13개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 기관은 국토해양부 등 10개의 중앙부처,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지방자치단체(경상북도) 등이다. 독도사업은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총 1223억여원을 집행했으며, 2011년 예산은 433억여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독도방파제 사업 부처간 조율 미흡
하지만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독도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업의 경우 부처 간에 이견 조율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독도방파제 사업이다. 국토해양부가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독도방파제 건설을 위한 기본 설계 중간보고회를 지난 6월에 끝냈으며, 올해 말 기본설계를 완료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는 실시설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방파제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 사업과 관련해 올해 37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총사업비가 4037억원에 달한다. 독도방파제 건설은 독도 선착장 바깥쪽에 ‘ㄴ’자 모양의 방파제를 만들어 파도가 많이 치더라도 배가 안정적으로 정박할 수 있도록 해 독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방파제 건설을 위한 기본설계가 진행 중임에도 관련부처인 문화재청 등과의 협의를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다. 독도는 문화재청이 관리하고 있는 우리나라 10대 천연보호구역 중 한 곳이다. 독도는 바다제비, 슴새, 괭이갈매기 등이 집단적으로 번식하는 데다, 철새들이 이동하는 길목으로 1982년 ‘독도 해조류 번식지’로 지정됐다. 그 이후 화산섬인 독도의 지질적 가치가 크고 주변에 특수한 바다생물들이 많아 1999년 ‘독도 천연보호구역’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때문에 괭이갈매기 산란기인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은 독도에서 위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헬기를 띄우지 않고 있다. 방파제 건설로 인한 자연훼손 우려로 문화재청은 방파제 건설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방파체 건설의 구체적인 실체가 나오면 독도의 천연보호구역 경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포커스]독도 영유권 관련 사업 ‘탁상정책’

독도방파제 사업은 국책사업에 앞서 실시돼야 하는 환경영향평가제를 피해감으로써 환경부의 개입 여지도 없앤 채 진행되고 있다. 방파제의 경우 환경영향 평가 대상이 되려면 길이가 300m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방파제는 295m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방파제 길이를 295m로 설계한 것은 환경영향평가제를 피하려고 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독도방파제 사업은 국토부가 독단적으로 하지 말고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사전에 생태환경조사를 실시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각 부처와 지자체는 독도 관련 교육·홍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발간된 홍보물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현재 독도 교육·홍보 관련 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8개 정부기관과 경상북도에서 시행하고 있다. 관련 예산만 18억원이다.

해상국립공원 요청도 반대 부딪혀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에서 발간하는 홍보책자 등은 일회성 발간과 배포에만 그치고, 사후 관리가 부실해 홍보물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 달 평균 1500여명이 방문하고 있는 국회도서관의 경우 독도자료실에 비치돼 있는 독도 관련 홍보책자는 몇 권에 불과하며, 이 중 영문판 등 외국어판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정치권에서도 독도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과 아이디어를 생산해내고 있지만 여론을 의식한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은 독도특위 소속 여야 의원 9명의 서명을 받아 울릉도와 독도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울릉독도해상국립공원’ 신규지정 요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경상북도의회와 울릉군의 강력한 반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울릉도 주민들은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될 경우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고 산채·수산물 채취 등 농어업활동이 제한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독도에 해안경비대 대신 해병대를 주둔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도 찬성하고 있다”는 말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은 독도 군 주둔론에 반대하고 나섰다. 독도에 군대가 주둔하면 일본을 자극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여권의 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연일 독도 관련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특임장관으로서 ‘정부의 조용한 외교’ 기조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독도문제를 이슈화시킴으로써 추락한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독도문제는 감정적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라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여기에 개인의 인기영합이 끼어든다면 오히려 매국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