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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집 주변 절개지는 안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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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산사태 이후 서울시내 안전 대책 목소리 높아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 일대는 산림청에서 분류한 산사태 위험 I등급 지역이다. 와우산 인근에는 산을 깎아내고 홍익대학교와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가가 형성돼 있다. 홍대앞을 중심으로 주요 상권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7월 31일 산사태가 발생했던 서울 우면산 자락에 추가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방수포가 설치됐다. / 김영민 기자

7월 31일 산사태가 발생했던 서울 우면산 자락에 추가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방수포가 설치됐다. / 김영민 기자

산사태 위험등급은 산림청이 7가지 요소를 분석해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경사길이, 모암, 경사위치, 임상, 사면형, 토심, 경사도 등을 점수화한 지표다. 가장 안전한 IV등급은 60점 이하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없는 지역이다. 가장 위험한 I등급은 181점 이상이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가장 높은 점수는 242점이다. 와우산 일대는 200점이 넘었다.

와우산 인근의 성미산 주민대책위 문치웅 위원장은 주변에 건물을 짓느라 와우산이 많이 깎여나갔음을 지적했다. 광흥창역과 신촌역 인근은 아파트를 지으면서 산자락이 깎여나갔다. 홍대 주변의 주택가는 산 경사에 위치해 가파른 골목길로 이어져 있다. 문 위원장은 “산을 깎아서 인근에 홍익대학교와 아파트, 군부대가 들어서 있다”며 “산이 깎여나가면 절개된 쪽으로 토사가 쏠려나갈 수 있고, 배수기능 같은 산 자체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물이 관으로만 흘러내려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사태 노출 지역 폭우 경보 알려야
와우산 인근은 산사태 위험 I등급 지역이지만 지난 7월 28일 서울에 60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내렸을 당시, 주민들에게 경보와 주의보가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산림청은 서울시 대부분 관할구청에 산사태에 대비하라는 경보와 주의보를 전달했다. 산사태로 16명이 사망한 서초구에서도 주민들은 경보나 주의보를 전달받지 못했다. 실질적인 발령권자는 시장과 군수이기 때문이다. 관할구청이 이를 우면산 인근 주민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청에서 경보나 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해서 이것이 다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지자체 담당자가 현장을 점검한 후에 해당 지자체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고, 강제적인 법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마포구 와우산에서 산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와우산처럼 산사태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지난번처럼 기록적인 폭우로 경보가 발령됐다면 주민들에게 전달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우면산 사고에서 보듯이 산사태는 순식간에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산사태 위험등급은 연구 차원에서 개발한 것이라 관할 지자체에서 여기에 따른 법적 규제는 없다”며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것과 현장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과학적인 결과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위험 등급이 높으면 이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당시 순찰은 계속 돌았는데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어서 주민들에게 경보 발령을 내지 않았다”며 “섣불리 발령을 내면 주민들이 일시에 대피하기도 어려워 발령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면산 산사태 이후에 산사태 위험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 와우산 인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김정인씨(39)는 “이 지역이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인 줄은 몰랐다”며 “폭우가 쏟아진 날 경보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우면산에 사고가 난 것을 보고 산 옆에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도 산사태 위험지역이라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절개지 인근 주민 위험등급 잘 몰라
마포구청 관계자는 “현재 점검반을 추진해서 절개지, 약수터, 공원시설, 체육시설 등을 돌며 안전관리자문단과 정밀점검을 하고 있다”며 “이번 폭우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예방하는 차원에서 수시로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28일 중부지방 기습폭우로 산사태 등 피해를 입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주민들이 현장사무소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 28일 중부지방 기습폭우로 산사태 등 피해를 입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주민들이 현장사무소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와우산 이외에도 이번 폭우를 계기로 서울시내 위험지대에 대한 안전점검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산이 깎여나간 절개지 또한 이번 폭우 이후에 위험지대임이 알려졌다. 우면산도 서울시가 위험 절개지로 분류한 곳으로 C등급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위험 절개지역을 A, B, C, D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에만 71개 위험 절개지가 있는데 C등급은 매우 위험한 지역에 속한다.

가장 위험한 D등급도 두 곳이 있다. 관악구 대학동 198번지와 서대문구 홍은동산 11-1번지 지역이다. 서대문구 홍은동에는 백련산이 있다. 215m 정도의 높이로 과거 채석장이 있었던 암반산이다. 백련산에는 산을 깎아내고 주택지가 들어서 있다. 산 중턱을 넘어서까지 가파르게 주택가가 밀집해 있다. 이 지역 역시 대부분의 주민들이 위험 절개지 D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암반 절개지이다 보니 폭우가 내리면 낙석 우려가 높은 지역이다. 특히 산 중턱에 있는 논골마을은 마을이 절개지와 가깝고 오래됐다. 지난 번 폭우 때 절개지 쪽으로 많은 물이 흘러 아파트 석축 틈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옛날 채석장 근처 절개지 밑에 바로 아파트와 경로당이 들어서면서 별다른 안전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D등급을 받은 것 같다”며 “전문가들과 안전대책을 점검 중이고, 이에 대해 서울시 예산을 받아서 설계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염형철 사무처장은 “별도의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갖추고 있는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매년 기록적인 폭우라며 천재지변 탓으로 돌리지만 서울시가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시켰다면 서울시 25개구 580여개 지역에서 발생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긴급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사람이 피난할 수 있는 피난처를 마련하고 경보나 예보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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