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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영남=당선’ 깨질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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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 선언한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정치]“한나라당 ‘영남=당선’ 깨질 가능성 높다”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비상근)은 요즘 거제도에서 서울로 매주 출장 오고 있다. 김 부소장은 일주일 중 4일은 거제도에서 보내고, 3일은 서울에서 생활한다. 그의 생활 근거지를 서울에서 거제시로 옮긴 것은 이 지역에서 내년 4월 총선 출마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거제미래포럼이라는 사무실도 열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라는 후광에서 벗어나 ‘정치적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이기도 한 김현철 부소장에게서 내년 총선과 대선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여의도연구소 산하 비전위원회가 발표한 ‘한나라당 뉴비전’ 보고서를 보면 대학등록금 부담 30% 축소, 공천 30% 여성 배정, 대북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좌 클릭’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친시장주의를 내세우며 출범했다. 하지만 광우병 파동 이후 친서민, 중도실용, 공정사회 실현 등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이번에 나온 ‘뉴비전’도 성장보다는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총선에 대비하자는 뜻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한나라당의 정체성까지 무너뜨리면서 정책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반대다. 한나라당은 보수의 기조를 지키며 외연을 넓혀야 한다. 유권자 중에는 집토끼(한나라당 지지층)와 산토끼(야당 지지층), 그리고 들토끼(중도층)가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중도층은 많지 않다. 한나라당은 집토끼를 온전하게 지키는 가운데 들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보수를 온전하게 지키지도 못하면서 ‘좌클릭’으로 가는 것은 문제다. 지금은 ‘표퓰리즘’ 시대인 것 같다.”

대선후보자들 중 국민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대세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 ‘대세론’이 유효하다고 보나.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 논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후보들 중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여야 후보들 간에 1대 1 가상대결을 붙여보면 박 전 대표가 큰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지금 대선이 치러지면 분명히 박 전 대표가 당선될 것이다. 하지만 대선 레이스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변수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선에 앞서 치러지는 총선 결과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승리 전망이 밝지 않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위협할 정도의 대항마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현재로서는 내가 봐도 대항마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야당은 앞으로 치열하게 후보단일화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며, 반드시 후보단일화를 이뤄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이 야당 단일후보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야당의 흥행성공은 한나라당에는 적색경보가 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가 너무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어서 국민의 피로도가 쌓이는 것도 문제다. 국민이 볼 때 한나라당 경선은 재미가 없을 수 있다. 한나라당도 무엇인가 흥행거리를 찾아야 한다. 여권에도 여러 경쟁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아까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승리 전망이 밝지 않다고 했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다.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회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120석 정도 획득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제1당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2당과 의석 수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에서 구청장, 시·도의원 대부분을 야당에 빼앗겼다. 심지어는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 강원도에서도 무너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방선거의 악몽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요즘 PK(부산·경남)지역 민심이 좋지 않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데, 어느 정도인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은 특히 부산지역에서 심하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부산저축은행, 한진중공업 사태 등이 한꺼번에 터졌다. 여기에 현 정권이 TK(대구·경북) 정권이라는 데서 오는 소외감도 있다. 부산지역 국회의원 18석 중에 절반 정도를 무소속이 아니라 민주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역대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일방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내년 총선에서 이런 등식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여의도연구소에서 매월 대통령 지지도, 정당 지지도 등 여론조사를 해보면 PK지역에서 지지도가 높지 않게 나오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의 양대 지지층이 수도권과 영남인데, 영남에서 (TK와 PK) 둘로 갈라지면 한나라당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의 관심은 내년 총선 공천 방식인 것 같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 공천 방식이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총선 공천과 관련해 지난 1996년 신한국당의 15대 국회의원 공천을 모델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만든 후보 존안카드가 있었지만 무시했다. 대신 한나라당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패한 이후 1년 동안 개혁적인 인물을 찾았다. 주로 나와 신한국당 사무총장,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공천작업을 주도했다. 이른바 개혁공천이다. 당시 개혁공천으로 발탁된 정치인들이 지금 여야 지도부에 있다. 손학규·안상수·홍준표·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대본부장 얘기도 나오는데.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당 대표는 총선 때 비례대표로 나와 전국을 돌며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아버지 김영삼 전 대통령도 민자당 총재 때 지역구를 물려주고, 전국구(비례대표)로 출마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나오겠다고 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총선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선거로 박 전 대표의 전국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전국적인 선거를 치를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김 부소장은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과거에도 총선에 나오려다 몇 번 무산됐는데, 이번에 다시 출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17대와 18대 총선에 나오려고 했는데 번번이 나오지 못했다. 특히 지난 18대 때는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걸려 나오지 못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거제시에서 당선돼 시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현재 거제시는 한나라당 소속 현역의원이 있다. 현역의원을 제치고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만약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 나올 것인가.
“상대가 누가 되든 간에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들과 정정당당히 경선을 벌일 예정이다. 경선 방식은 여론조사가 될 수도 있고, 당원 투표가 될 수도 있다. 현행 선거법상 한나라당 내 경선에서 패배하면 무소속 후보로도 나올 수 없다. 오직 후보자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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