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풀뿌리 녹색정치, 희망의 싹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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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위해 주민들과 기초자치단체 합심 노력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Ⅲ
저탄소 녹색정치가 열린다

1994년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의 현장에서 주민들과 먹고 자며 일한 것이 환경운동가로서의 첫발이었다. 영흥도 화력발전소, 동강 댐, 새만금 간척사업, 부안 핵폐기장 등등. 환경파괴를 막고 고향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무한반복 중이다.

지난 2008년 12월, 과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서형원, 황순식 과천시의원이 2009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연 주민참여예산워크숍. 이 워크숍의 열기는 주민 주도의 예산참여운동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8년 12월, 과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서형원, 황순식 과천시의원이 2009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연 주민참여예산워크숍. 이 워크숍의 열기는 주민 주도의 예산참여운동으로 이어졌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 현장의 경험으로부터 이 무한반복을 멈추고 진짜 녹색미래를 만드는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의 녹색정치는 주민들이 지역에서 만드는 풀뿌리 녹색정치였고, 녹색당은 이들의 네트워크를 의미했다.

2006년. 초록정치연대는 실패하고 나는 과천시의원이 되었다. 애초에 꿈꾸었던 것보다 훨씬 고립된 형태로 나의 녹색정치가 시작되었다. 지속가능하고 더불어 사는 미래를 만드는 일, 지역정치를 평범한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일. 이 둘이 요체였다.

미래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막는 일이 우선 절박했다. 인구 7만, 반경 3km에 불과한 과천에 상상 가능한 모든 개발욕구가 폭발했다. 시민 90%가 사는 아파트와 단독주택단지 ‘모두에서 한꺼번에’ 재건축, 재개발 욕구가 터져나왔다. 지식정보타운(41만평), 복합문화관광단지, 다기능복합밸리(60만평) 등등, 빈 땅을 노리는 대형 개발계획이 줄줄이 쏟아졌다.

의회는 열린공간으로 탈바꿈
무소속인 나와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에 소속된 의원들 셋이 힘겨운 저지선을 치고 버티는 중이다. 올해 ‘과천시의회 지속가능 도시비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뜻을 함께 하는 전문가들께서 동지가 되어주셨다. 개발과 인구증가가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는 도시미래의 대안을 시민들에게 보이기 위해 악조건에서 작업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은 그러한 미래를 바라는 주민의 힘에 의존하는 일이다. 현실의 지방자치는 극히 소수의 소유물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 청소년, 서민들, 다양한 풀뿌리 모임에 참여하는 주민들을 지역정치의 현장으로 이끄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임기, 의회의 소수파였던 나와 황순식 의원은 매년 예산심의를 앞두고 주민참여예산워크숍을 열었다. 주민들은 경악하고 목소리 내고 변화를 위해 행동했으며, 소수파 의원들은 매년 30억원 이상의 예산을 삭감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의장, 부의장이 된 작년부터 예산워크숍은 의회의 공식 행사가 되었다. 주민들은 인근 도시와 과천시의 용역예산을 비교분석하거나, 삭감해야 할 예산의 목록을 작성하여 참여했다. 이제 주민들은 ‘좋은예산팀’을 만들어 의원들의 표결과 발언을 공개하거나, 90억원이 넘는 교육예산을 개혁하기 위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예산참여의 무게중심이 주민에게 넘어갔다.

의회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다. 닫혀 있던 공간이 행정자료 열람, 토론, 영상관람이 가능한 ‘북카페’로 거듭나고 있다. 시의회가 뒷받침하고 의원들이 주관하는 정책토론모임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일곱 명의 의원이 두 개의 특별위원회와 여성정책연구모임, 환경생태연구모임을 통해 주민, 전문가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의회는 학교 체육관 부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에 뛰어들어 끝장토론을 주관하기도 한다.

지난 5월 과천이 보금자리지구로 발표되면서 과천은 다시 개발과 보존, 재산권과 서민주거대책을 둘러싼 격랑에 휩싸였다. 갈 길은 여전히 멀지만 녹색의 미래를 바라는 주민들의 희망과 힘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

서형원<과천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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