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복지국가, 미래는 생태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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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토건족 맞서 ‘생태복지 시민연합’ 추진해야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Ⅲ
저탄소 녹색정치가 열린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 나라의 발전과제를 둘러싸고 여러 정치세력들 사이에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의 약점을 잡아 흠집내기를 하거나 거짓을 유포해서 상대를 괴롭히는 것도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나라의 발전과제에 대한 진지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정치적 발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 방향은 대체로 복지국가의 형성으로 제시되고 있어서 더욱 더 큰 발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지형이 올바로 정립되어 있었다면 사실 한국은 이미 복지국가에 이르렀어야 하는 나라이다.

‘강 죽이기’라는 망국적인 상황에까지 이른 토건국가를 혁파하지 않고 생태복지국가를 이룩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사진은 지난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천주교 사제들이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에 만들어놓은 나무 십자가. |정원식 기자

‘강 죽이기’라는 망국적인 상황에까지 이른 토건국가를 혁파하지 않고 생태복지국가를 이룩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사진은 지난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천주교 사제들이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에 만들어놓은 나무 십자가. |정원식 기자

한국은 국토는 세계 109위밖에 되지 않는 소국이지만 경제력은 이미 세계 10위권에 이르는 대국이다. 그러나 복지 수준은 여전히 형편없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에서 한국의 경제력은 8위이지만 복지는 꼴찌 수준이다. 의료 복지는 비교적 칭찬할 만하지만 의사협회의 집요한 ‘노력’에 의해 미국식 양극화 의료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한국이 계속 OECD 30개국 중에서 자살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처절한 노동현실과 척박한 복지수준의 필연적 산물이다. 이런 점에서 여와 야를 떠나서 모두 복지국가를 발전과제로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면서 올바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생태위기는 인간에 의한 인위적 위기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내용에서 기본권이나 노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복지국가가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방법에서 증세에 앞서서 혈세의 탕진과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는 복지국가를 이룰 수 없다는 지적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내용과 방법의 문제보다 더욱 더 근원적인 조건의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생태위기의 문제이다. 이제 고전적인 복지국가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 생태위기에 적극 대응해서 생태적인 복지국가, 즉 ‘생태복지국가’(Eco-Welfare State)를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의 해평습지 준설현장 바로 곁에서 쇠기러기들이 쉬고 있다. 해평습지를 찾는 철새들은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의 해평습지 준설현장 바로 곁에서 쇠기러기들이 쉬고 있다. 해평습지를 찾는 철새들은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오늘날 인류는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심각한 생태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21세기 중반에 인류는 실제로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인류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 번성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결국 거대한 파국을 맞고 말 것인가? 여기서 우리가 크게 주의할 것은 생태위기가 인간에 의해 초래된 인위적 위기라는 사실이다. 바로 이 때문에 생태위기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 완화되거나 극복될 수 있다. 그런데 생태위기를 넘어서 인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파멸과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1998년 말에 생태적 전환과 진보의 재구성에 관한 논문에서 처음 제시했던 것이지만, 현대 사회가 나아갈 길은 결국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모형화해서 제시할 수 있다.

① 고전적 복지국가: 국가가 구성원에게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상생의 사회. 생태위기와 자원고갈이 계속 악화되는 사회.

② 신자유주의 사회: 무한경쟁과 양극화가 지배하는 사회. 생태위기와 자원고갈이 계속 악화되는 사회.

③ 생태적 복지국가: 국가가 구성원에게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상생의 사회. 생태위기와 자원고갈이 극복되거나 완화되는 사회.

④ 생태적 공동체: 국가의 기능이 크게 약화된 사회. 생태위기와 자원고갈이 극복되거나 완화되는 사회.

여기서 공동체는 거의 70억명에 이르는 인류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생태위기에 대응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생태복지국가’밖에 없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인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을 넘어서 복지주의의 지평을 활짝 열었다. 민주주의가 인류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정치적 성과라면, 복지국가는 인류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사회적 성과이다. 그러나 복지국가는 생태위기를 급속히 악화시키는 촉매이기도 했다. 이제 인류는 복지국가의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도 그 생태적 전환을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류는 복지국가의 성과 위에서 생태위기에 올바로 대응해서 자연을 무시하는 고전적인 복지국가를 자연을 존중하는 생태적인 복지국가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토건국가 혁파해야 복지국가 이룩
생태복지국가는 인류의 보편적인 발전과제이다.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복지국가를 지킬 뿐만 아니라 생태위기에 대응해서 더욱 발전된 새로운 복지국가를 추구해야 비로소 나타나게 되는 것이 바로 생태복지국가이다. 궁극적으로 공업문명의 몰락과 함께 인류는 생태적 공동체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통제된 점진적 이행의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생태복지국가의 형성은 극히 중요하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구조와 정부조직을 생태복지국가에 걸맞게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산업구조와 고용구조가 생태복지국가에 걸맞게 재편되면서 생태복지국가의 안정화가 추진될 것이다.

생태복지국가는 인류의 보편적인 발전과제이지만 거기에 이르는 경로는 역사·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국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 독일, 한국은 저마다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에서는 ‘강 죽이기’라는 망국적인 상황에까지 이른 토건국가를 혁파하지 않고 복지국가를 이룩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자연을 존중하는 생태복지국가는 더욱 더 그렇다. 매년 100조원 정도의 혈세를 탕진해서 부패를 조장하고 국토를 파괴하는 토건국가의 개혁은 그 자체로 대대적인 생태적 개선과 복지의 증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제를 더욱 적극 추진하게 되면, 한국은 곧 생태복지국가에 이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위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생태복지국가는 먼 미래나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서 우리가 이루어야 하는 절박한 과제이다. 우리는 이 과제를 곧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생태복지국가라는 보편적 과제와 토건국가라는 특수한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 과제가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토건국가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소수 재벌-토건족에 맞선 다수 생태복지 시민연합의 형성과 실천이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진보는 다른 곳에서 가져온 이념이나 이론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여기서 진보는 토건국가를 혁파하고 생태복지국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홍성태<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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