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무관학교 100년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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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1년 6월 중국 지린성 유하현 삼원보에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이 모였다. 안동 유림의 명문가 출신으로 의병활동을 하다 망명 온 석주(石洲) 이상룡(1858~1932)과 전 재산을 처분해 군자금(현 화폐가치로 400억원가량)을 들고 온 우당(友堂) 이회영(1876~1932) 등이다. 가족과 함께 집단 이주한 이들은 인근 토지를 매입해 한 쪽에선 경작을 하고, 다른 한 쪽에선 민족의식 교육을 하는 자치단체 경학사(耕學社)를 설립하고, 그 부설기관으로 신흥강습소를 세웠다.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우표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우표

신흥이란 신민회의 신(新)자와 부흥을 의미하는 흥(興)자에서 따온 단어다. 일제의 눈을 피하고 중국 당국의 양해를 얻기 위해 강습소란 이름을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독립군을 양성하는 곳이었다. 나중에 신흥무관학교로 이름을 바꾼 군사학교, 청산리 전투로 유명한 김좌진과 이청천, 이범석 장군이 생도 혹은 교관으로 거쳐간 그 전설의 학교다. 님 웨일즈의 저서 ‘아리랑’의 실제 주인공인 김산은 15살의 나이에 이 학교에 최연소 생도로 입학하기도 했다.

“학교는 산속에 있었으며 18개 교실로 나뉘어 있었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 산허리를 따라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우리는 군대 전술을 공부했고 총기를 가지고 훈련도 받았다. 가장 엄격하게 요구했던 것은 산을 재빨리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었다.”(아리랑 중에서)

이 학교를 세운 석주 이상룡과 우당 이회영은 민족을 위해 가진 것을 모두 버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 인물이다. 석주는 14세 때 사서와 경서를 섭렵할 만큼 유서 깊은 유림가의 자손이면서도 고루한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교육과 산업, 군사중심주의를 부르짖은 실용적 실천적 운동가였다. 노비문서를 불태워 자신의 노비를 해방시킨 그는 경술국치가 나자 “공자 맹자는 시렁 위에 얹어두고 나라를 되찾은 뒤에 읽어도 늦지 않다”며 신주를 땅에 묻고 만주로 떠났다. 상하이 임시정부가 생기면서 초대 국무령에 추대된 석주는 지린성에서 74세로 생을 마감하면서 “조선 땅이 해방되기 전에는 내 시신이라도 데려갈 생각을 말라. 조선이 독립되면 내 유골을 유지에 싸서 조상 발치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일제는 고성(固城) 이씨 종택으로 석주를 비롯해 9명의 독립운동가가 태어난 99칸짜리 안동 임청각 대문 앞에 기차 철길을 놓아 집안의 기를 끊으려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우당은 한성부 최고의 명문가 출신으로 이조판서를 지낸 이유승의 7형제 중 넷째아들이다. 위로 세 형인 건영, 석영, 철영이 다 유명한 독립운동가였고,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이었던 시영이 동생이다. 이 형제들에게 국내에선 더 이상 독립운동을 하기 어려우니 해외로 나가자고 망명을 주도한 게 우당이다. 1918년 고국에서 가지고 온 군자금이 바닥나자 신흥무관학교 운영을 형제들에게 맡기고 국내에 잠입, 비밀리에 고종 망명작전을 세웠으나 고종이 갑작스레 사망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우당은 상하이에서 지하공작망 조직활동을 하던 중 밀정의 제보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받다가 65세의 나이로 여순감옥에서 옥사했다.

석주와 우당이 세운 신흥무관학교는 1920년 일제 탄압으로 문을 닫을 때까지 3000명 이상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이 졸업생들이 서로군정서, 조선혁명군, 대한독립군,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 등에 참여하면서 무장독립운동의 맥을 이어 왔다. 석주와 우당 같은 독립운동가, 이들이 세운 신흥무관학교가 없었다면 우리 역사는 후손들 앞에 얼마나 부끄러울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칼춤추고 말을 달려 몸을 단련코/새로운 지식 높은 인격 정신을 길러/~/우리우리 청년들이라/두팔 들고 고함쳐서 노래하여라/자유의 깃발이 떴다’

100년 전 신흥무관학교 생도들이 만주 산속에서 우렁차게 불렀던 교가 중 일부다. 하늘이라도 찌를 듯한 기상이 느껴진다. 우정사업본부가 신흥무관학교 설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우표를 발행하면서 이 교가 가사를 도안에 새겨넣은 것은 그래서 의미있다.

<이종탁 출판국장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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