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당신은 기술대처론자인가, 환경로맨티스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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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두가지 심리코드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Ⅱ ‘원자력이냐, 신재생에너지냐’

한 때 지지리도 못난 것이 갑자기 귀한 것으로 취급 받는 팔자의 전환. ‘한국인의 심리’에 흔한 일이다. 반대의 경우도 낯설지 않다. 원자력 문제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명박 정부에서 원자력 발전은 ‘녹색 성장’의 대표 주자다. 

UAE 원자력 발전 플랜트 수출은 대통령의 최대 해외 비즈니스 성과였다. 그런데 이 원자력 발전이 도루묵, 아니 계륵 신세가 되었다. 도루묵이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원자력 발전이 없으면 당장 국내 전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협박이 있으니 그리 돌려버릴 일이 아니다. ‘녹색성장’이 나왔을 때의 당혹스러움 수준이다. 환경을 강조하는 녹색이 성장과 개발을 위장하는 녹색이 된 것 같은 심정이다. 어찌되었든 이 정부에서 원자력 발전은 신재생 청정에너지이자 대표적 수출 사업이었기에, 우리는 ‘뭐가 뭔지’ 모르는 심리상태에서 ‘그때그때마다 달라요’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환경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코드를 탐색하였을 때, 우리가 잘 모르는 신재생 에너지나 환경관련 기술과 관련하여 한국인이 가진 재미있는 심리코드가 있다. ‘기술대처론자’와 ‘환경 로맨티스트’이다. 기술대처론자의 입장은 원자력에 대한 관심을 기술적으로 보려 한다. 기본적으로 환경이나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면서 원자력 발전이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환경문제는 단지 소비나 에너지 절약 정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지구온난화=자원 소비=에너지 절약’이다. 그렇기에 원자력 발전이나 전기 자동차 등의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단지 제도나 시스템의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다고 볼 뿐이다. 현재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기술이 발전되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나름대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며, 충분히 우리가 그것을 잘 이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원자력 발전은 과학기술의 문제이지 정치·사회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들에게 지구온난화는 에너지나 자원 부족 문제이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에 대해 우려하고 염려하는 것을 단순히 정치적 공세이거나 환경론자의 반대를 위한 반대 활동이라 본다. 환경 등의 이슈로 인해 자신의 삶이 불편해 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원자력 불안하지만 관심은 없어
기술대처론자와 유사하지만 다른 심리코드를 가진 사람들이 ‘환경 로맨티스트’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환경문제에 대해 순진을 넘어 무지하다. 원자력 발전의 잠재적 문제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다는 것을 불안해하고 공포스러운 반응을 가지지만 정작 관심이 없다. 원자력 발전의 문제는 일본의 지진 때문에 생겼을 뿐이며, 또는 과거 체르노빌은 멀고 먼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냥 환경오염 정도의 사건으로 보려 한다. 단지 이웃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붕괴로 방사능 유출이 있었다는 소식에는 ‘꼭 마스크를 쓰고 비가 오면 맞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열심히 알리는 수준이다.

원자력 문제는 자신과 별 관련이 없으며,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그리 없다. 이들에게는 환경 캠페인도 ‘쇠귀에 경 읽기’다. 이들은 현실의 굴레를 크게 느끼지 않으며 살고자 한다. 이들은 자신이 환경을 위해 애쓰는 일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원자력이 기술과 과학의 결과이지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사회문화와 생활방식 속에서 해결할 원자폭탄과 같은 문제이다.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원자폭탄을 만들고 사용했던 인류이지만, 이제 우리는 원자력 없는 세상을 만들고 유지해야 할 새로운 사회적 과제를 갖고 있다. 이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려면 원자력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가 기술대처론과 환경 로맨티시즘 사이에서 배회하고 있음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황상민<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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