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아이 키우며 ‘에코’ 에 눈 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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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 출신 유수영씨, 유기농 채소의 한계 다룬 <채소의 진실> 번역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 ‘그린파워21’

[환경특집]“아이 키우며 ‘에코’ 에 눈 떴어요”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많이 팔리면 저에게도 플러스가 되겠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책 내용이 많이 알려지면 더 좋겠습니다.” 유수영씨(31). 아이돌 그룹 SES의 멤버 슈로 더 알려졌다. 인터넷에서는 ‘줌마돌’이라는 별명도 있다. 풀어 말하자면 ‘아줌마가 된 아이돌’ 정도 되겠다. 유씨는 지난해 10월 농구스타 임효성 선수와 결혼했다. 아들 임유군은 이달이 돌이다. 그런 그가 책을 한 권 번역했다. <채소의 진실>. 부제는 ‘안전하고 맛있는 채소를 고르는 방법’이다.

아이를 낳아본 사람은 안다. 아이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가를. 유씨는 책 뒤편의 ‘옮긴이의 글’에서 “요즘 나는 에코에 푹 빠져 있다”고 적었다. 그는 “‘에코’에 관심을 가진 건 몇 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육아가 그를 생태적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다. “그전에는 생태문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그냥 쉬는 시간이면 인터넷 쇼핑하고…. 지금은 틈만 나면 인터넷으로 육아정보를 찾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의 환경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을 챙겨줄 수 있을지. 그냥 이게 ‘엄마’구나 싶어요.” 서울에서만 죽 살다가 최근에 경기도 죽전으로 이사했다. ‘공기’의 차이를 확연히 느낀다. 일 때문에 서울로 오지만 ‘정말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다. 책에 대해 물었다. 유씨의 눈이 반짝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다.

농약, 비료 사용하지 않는 자연재배 
“채소에 대해 일본에서 많이 알려져 있는 책 정도로 알고 접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정말 저에게 필요한 정보였던 거예요. ‘아, 이걸 빨리 사람들에게 알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번역은 조금 힘들었어요. 다들 번역한다고 하니까 ‘쓰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실감했어요. 우리나라에 없는 채소도 있는데 이걸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머리를 싸고 고민했어요.” 옆에 앉아 있던 매니저 김윤성 실장은 “확대 복사해 벽에 붙여놓고 몇날 며칠을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채소의 진실>이 전하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채소와 과일이 반지르르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것이 농약을 쳐서인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유기농은? 저자 가와나 히데오는 유기농 채소라고 해서 농약을 안 치는 것이 아니며(일본의 경우 관련 협회에서 31종의 농약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유기농 채소가 환경이나 몸에 좋다는 것도 딱히 맞는 말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기재배에 사용한 유기비료에는 초산성 질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또 채소에도 초산성질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구나 몸에도 반드시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자연재배다. ‘자연’과 ‘재배’가 형용모순처럼 들리지만 농약도, 비료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농산물을 기르는 것이다. 이게 가능할까. 저자에 따르면 가능하다. 단, 자연재배를 하기 전에 이미 비료나 농약으로 오염된 토양의 독을 빼야 한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자연재배로 기른 채소나 과일은 좌우대칭이 고르고 가지런하며 예쁘다. 또한 내실이 꽉 차 묵직하며 무겁다. 자연상태에 그냥 놔두면 일반재배의 경우나 유기농재배의 경우 썩지만, 자연재배 채소나 과일의 경우 그냥 마를 뿐이다. 책에는 실제로 저자 등이 실험한 결과가 사진으로 실려 있다. 세 종류의 얇게 썬 오이를 병에 넣어 열흘간 방치했다. 자연재배 오이는 비교적 상태가 그대로인 데 비해 일반재배 오이와 유기재배 오이는 썩었다. 저자에 따르면 유기재배 오이가 가장 먼저 썩었다. 이건 검증된 주장일까. 유씨에게 물었다. “일본에선

유수영씨(SES 멤버 슈)가 번역한 책 <채소의 진실>.

유수영씨(SES 멤버 슈)가 번역한 책 <채소의 진실>.

오래 전부터 자연재배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돼 왔어요. 책을 번역하다가 알았는데 국내에도 경기도 양평 등에서 작은 규모지만 자연재배를 시도해온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농사짓는 입장에서 유기농도 아니고 자연재배를 시도하는 것은 거의 모험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농약이나 비료에 오염된 땅에서 독을 빼려면 여러 해가 걸린다. 자연스럽게 자연재배 채소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책의 저자 가와나 히데오는 일본의 자연재배 농산물 유통회사인 ‘내추럴 하모니’의 대표다. 결국 돈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유씨가 즉답했다. 아마도 여러 번 생각한 이야기인 듯하다. 

“저는 솔직히 그것은 각자가 판단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나는 ‘농약이 묻어 있어도 싸다면 개의치 않겠다’는 사람을 말리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이렇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뿐이지, 꼭 ‘자연재배만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게 실은 이렇다’는 정보를 알리기 위해 책을 번역했다는 것이다.

“나는 환경을 추구하기보다 노력하는 사람”
굿 본 김에 떡 먹는다고, 이전부터 궁금했던 것도 물었다. 1990년대 열린 환경콘서트에서 한 유명 연예인의 발언이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당시 사회를 보던 이 여성연예인은 “지구환경을 생각해서 머리를 감을 때 샴푸를 쓰지 않고 비누를 쓴다”고 발언했다. 그런데 몇 년 뒤, 그 여성연예인은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샴푸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그 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요컨대 유씨가 요즘 빠져 있다는 ‘에코’에 대해 ‘콘셉트’라고 치부할 사람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이다. “사실 저는 환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사실 저의 모든 걸 환경을 생각해서 변화시킬 수는 없어요. 솔직히 차도 타야 하고, 애가 문방구가 필요하다면 다 일일이 천으로 만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죠. 책을 낸 의미는 ‘내가 이렇게 친환경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기보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이렇게 변했습니다. 여러분도 같이 동참해주세요’라는 뜻이 더 강할 것 같습니다. 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죠. 하지만 노력은 하겠죠.” 어떻게 보면 생태적인 삶을 산다는 게 산속에 들어가 도를 닦듯 할 노릇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조그마한 변화와 실천부터 시작한다. <주간경향>과 환경재단이 그를 ‘그린피플’로 선정한 까닭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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