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환경 사랑하면 기업 가치도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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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과 이미지 제고, 지속 가능한 경영에 도움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 ‘그린파워21’

친환경 경영이 기업에 돈을 벌어다줄 수 있을까?
과거에는 친환경 경영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만 이해했다. 친환경 경영이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친환경 경영은 기업의 수익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유한킴벌리의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에 참가한 신혼부부들.

유한킴벌리의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에 참가한 신혼부부들.

환경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환경문제는 소비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폐수 유출, 대기 오염 같은 기업의 환경오염 행위에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능률협회인증원은 2009년 6월 ‘녹색상품 소비자리서치’를 실시했다. 일반소비자인 응답자 대부분(92.3%)이 친환경 상품에 관심을 나타냈다. 환경에 대한 고려가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주요 변수가 됐음을 보여준다.

조명 교체로 전력비 절약
대표적인 친환경 경영의 경제적 효과로 비용 절감을 들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친환경 에너지 활용으로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아끼고 있다. 친환경 경영으로 환경보호와 비용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2004년부터 환경가치경영을 추진해온 롯데백화점은 2010년 환경부와 ‘녹색매장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녹색매장 시범사업이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녹색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을 환경부가 녹색매장으로 지정해주는 제도다. 롯데백화점은 매장 내 조명기구를 할로겐에서 고효율 에너지 인증제품인 LED로 교체했다. 그 결과 1일 전력 소비량이 10분의 1로 줄었다. 지하수나 빗물과 같은 친환경 재생 용수의 사용도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홈플러스 또한 친환경 경영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탄소 발자국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홈플러스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해오고 있다.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6년 대비 50%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그 결과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홈플러스는 탄소량을 약 14만6000톤 절감했다. 에너지 사용량도 40%가량 줄일 수 있었다.

친환경 경영은 기업의 안정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더블에이(Double A)는 복사용지를 제조하는 태국 기업이다. 현재 100여개 나라에 제품을 판매한다. 제지회사 특성상 대량 벌목으로 환경을 파괴할 거라고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더블에이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 자연산림에서 나무를 벌목하지 않는다.
 
대신 태국 농촌에 ‘더블에이 전용 인공림’을 만들었다. 논과 논 사이의 잉여공간에 종이의 원료가 되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재배한다. 자투리 땅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공림을 통해 매년 24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60만톤의 산소를 발생하도록 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지역 주민들의 부수입 창출에도 기여한다. 더블에이는 농민들에게 묘목을 5바트(약 180원)에 매매한다. 농민들은 3~5년간 이를 재배한 후 더블에이에 평균 70바트로 되판다. 덕분에 농민들은 연평균 6~8%의 추가 수익을 얻는다.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미래세대를 고려한 친환경 경영 방식이다. 더블에이 관계자는 “친환경 경영이 매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원료를 공급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환경 경영으로 안정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경영의 가장 큰 효과는 기업 이미지의 제고다.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경영을 선도한 기업은 유한킴벌리다. 유한킴벌리는 기업 경영에서 경제적 성과와 환경적 성과를 함께 추구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이 회사의 대표적 공익 캠페인이다. 1984년에 시작해 올해로 27년째 이어오고 있다. 핵심 사업은 ‘숲 가꾸기’다. 산림조합중앙회에 기금을 조성해 조림사업에 나서는 한편, 국유림 조성사업에도 참여했다. 신혼부부와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나무심기와 숲 알기’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학교의 환경을 바꾸기 위한 ‘학교 숲 만들기 운동’도 지자체와 학부모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2014년에 30주년을 맞이한다. 유한킴벌리는 이때까지 국민 1인당 한 그루에 해당하는 5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단기 손해 보더라도 장기 이익 높아
유한킴벌리의 친환경 경영 효과는 단시일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캠페인을 시작한 1980년대에 친환경 경영은 종종 쓸데없는 일로 치부됐다. 경제성장에 급급해 환경에 무관심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7년이 지난 오늘날, 소비자들은 유한킴벌리 하면 ‘친환경 기업’을 떠올린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이며, 그만큼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각종 조사에서 유한킴벌리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시행하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8년 연속 선정됐다. 2009년 마크로밀 코리아가 발표한 ‘기업의 녹색정책 관련 소비자 인식에 대한 조사’에서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녹색정책을 잘 하고 있는 기업’ 1위로 선정됐다.

소비자의 신뢰를 수치화해서 경제적 이익으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업에 소비자 신뢰만큼 중요한 자산은 없다. 기업에 대한 신뢰는 우호적인 수요층을 만들어 기업의 이윤 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친환경 경영은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된다. 서울대 경영학과 김병도 교수는 “기업이 장기적인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 국내 기업들이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을 때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인 시장가치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적이 있다”며 “실제로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니까 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히려 친환경 경영은 직·간접적으로 기업의 수익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기업 또한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홈플러스
더블에이·유한킴벌리

환경재단과 <주간경향>은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더블에이, 유한킴벌리를 ‘그린파워 21 기업’으로 선정했다. 롯데백화점은 2004년 유통업계 최초로 환경가치경영을 선포하고 국내 유통시장을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친환경 매장인 그린스토어를 출범하고 녹색소비 캠페인을 벌이는 등 친환경 경영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더블에이는 기업 경영의 중요 키워드를 ‘지속가능 개발’로 꼽으며 지역사회와 환경을 위해 앞장서서 노력한다.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숲을 가꾸는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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