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녹색경영으로 두마리 토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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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회적 책임 추구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 ‘그린파워21’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만 하는 절박감을 표현했다.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을 포함한 현대·기아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지속가능성 여부를 결정짓는 신사업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동안 주력산업으로 여겼던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은 더 이상 성장동력이 아님을 인식했다.

5월 26일 현대·기아자동차는 자동차업계 최초로 국내 전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배출량 검증 수여식을 개최했다.

5월 26일 현대·기아자동차는 자동차업계 최초로 국내 전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배출량 검증 수여식을 개최했다.

4대 그룹은 ‘녹색경영’, 즉 친환경산업을 신성장동력의 발판으로 삼았다. 4대 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석유 등 화석연료의 고갈,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내건 교토의정서 체결 등으로 기업들도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환경규제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으므로 수출 위주의 4대 그룹은 선진국의 규제에 맞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강화된 선진국 환경규제 수출에 영향
녹색경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녹색경영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친환경산업 성공 여부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과 기업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대 그룹이 녹색경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최근 행보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삼성은 지속성장을 모색하고, 사회적 책임 실천을 목표로 하는 ‘삼성 녹색경영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해외자원의 재활용률을 95%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온실가스 예상배출량 30% 감축, 태양전지·자동차용전지·LED 등의 그린비즈니스 사업에서 매출 50조원 달성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삼성은 그린비즈니스 사업에 7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4월 27일 정부와 전라북도는 삼성과 그린에너지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부지 확보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21년부터 풍력발전·태양전지·에너지 스토리지 시스템 등의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미의 LG전자에서 생산하고 있는 태양전지 라인의 모습.

구미의 LG전자에서 생산하고 있는 태양전지 라인의 모습.

현대·기아자동차는 2003년 ‘글로벌 환경경영’을 발표하면서 녹색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위해 환경 관련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환경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역별 온실가스 규제 대응전략 및 감축계획을 수립했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까지 국내 공장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 감축하고, 2020년까지 1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3년까지 고연비·친환경차 개발과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4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내 생산공장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했다.

SK는 ‘친환경 경영활동을 통해 사회 지속가능 발전과 행복에 기여한다’는 녹색경영 비전을 발표했고, 이를 위해 ‘그린 문화, 그린 프로세스, 그린 제품’ 등 3개 부문별 핵심지표를 설정해 성과관리를 해왔다. 2008년 11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그룹 내에 ‘환경R&D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SK는 임직원 개인당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 사내 문화를 친환경 조직문화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SK는 관계사의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해 그룹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SK 브랜드관리실 오세진 과장은 “SK는 오래 전부터 환경경영을 고민했다. 환경R&D위원회는 현재 녹색협의체로 발전했는데, SK 관계사가 녹색경영에 대해 협의하고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공해 석탄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는 SK 연구원들.

무공해 석탄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는 SK 연구원들.

지난해 4월 LG는 ‘그린 2020’을 발표한 후 녹색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린 2020은 그린 사업장 조성, 그린 신제품 확대, 그린 신사업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을 과제로 내세웠다. 2020년까지 녹색경영을 위해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연구위원은 “LG는 녹색경영의 3대 주력 그린사업으로 전기자동차전지, 태양전지, LED를 꼽고 있다. 2015년까지 3개의 사업에서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성장 동력은 ‘2차전지’와 ‘태양광’
4대 그룹이 눈여겨보는 신성장동력은 ‘2차전지’와 ‘태양광’이다. 2차전지는 쉽게 말해 충전용 전지다.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의 전자기기에 2차전지가 사용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미래인 전기자동차 양산의 핵심기술은 2차전지에 달려 있다.

지난 1월 발표한 삼성 녹색경영 비전 2020의 목표를 정리한 도표.

지난 1월 발표한 삼성 녹색경영 비전 2020의 목표를 정리한 도표.

지난해 5월 삼성은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를 포함한 5개 신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를 통해 2015년 13조원, 2020년 35조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2010년부터 국내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기자동차 시범운행에 돌입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은 배터리 개발로, 꾸준히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자동차 환경전략팀 오형석 부장은 “현대·기아차는 연료전지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미래 유망 기술이다. 미래 자동차 기술의 중심은 연료전지”라고 설명했다. SK가 추진하고 있는 ‘7대 중점 추진 녹색과제’에도 태양전지와 그린카가 포함되어 있다. LG가 뽑은 3대 주력 그린사업 역시 전기차전지와 태양전지가 포함되어 있다. LG는 2013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전기차전지의 생산능력을 4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고, 1조원을 투자해 태양전지의 생산능력을 1GW(기가와트)급으로 확대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4대 그룹은 미래의 성장동력에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익을 내지는 못한다. 녹색경영을 통해 매출을 언제,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기업은 녹색경영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현대자동차 오형석 부장은 “녹색경영은 아직까지는 투자만 하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녹색경영에 투자하는 것은 지속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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