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기술 개발도 ‘푸르게 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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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관심 발맞춰 주력 사업 바꾸고 환경마크 인증에 노력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 ‘그린파워21’

브라운관 TV를 쓰는 사람들의 절반쯤은 삼성SDI가 만든 디스플레이를 통해 TV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는 한때 전 세계 TV 브라운관 시장의 40%를 차지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6월 1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비전과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6월 1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비전과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일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중대한 선언을 했다. “소·중·대형 전지사업과 태양·연료전지 사업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 주력 제품을 바꾼다는 점에서 사실상 제2의 창업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기술이 기업을 먹여살리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이날 박 사장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체 매출에서 디스플레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0년 말 54.9%에서 2020년에는 2.9%로 크게 줄인다. 반면 같은 기간 에너지 부문 매출은 2조3000억원에서 32조4000억원으로 14배 이상 늘린다.

삼성SDI, 2차전지 점유율 세계 1위
삼성SDI가 구상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의 핵심 동력은 전기차용 배터리와 태양광 사업이다. 전기자동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2차전지다. 종전의 1차전지는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했지만 2차전지는 충전을 통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IIT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일본 산요를 제치고 리튬이온 2차전지 점유율 1위(20%)로 올라섰다. 삼성SDI의 리튬이온 전지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녹색기술 인증을 받았다. 한편 삼성SDI는 지난 5월 27일 삼성그룹 차원의 결정에 따라 삼성전자로부터 태양광 사업을 넘겨받았다.

태양광 사업은 차세대 에너지 개발과 환경 보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분야다. 삼성SDI에 태양광 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이라면 신성솔라에너지에 태양광 사업은 이미 현재 성장동력이다. 신성솔라에너지의 본래 이름은 신성홀딩스였지만 태양전지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지난 3월 회사 이름을 바꿨다. 신성솔라에너지는 애초 반도체 장비 사업에 주력해왔으나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태양전지 개발에 뛰어들었다. W당 전지 생산 비용은 업계평균 0.4 달러지만 신성솔라에너지의 경우에는 0.26 달러로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생산규모는 연간 300메가와트(MW)로 세계 시장의 1.5%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신성솔라에너지는 2013년까지 연간 1기가와트(GW)까지 생산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태양광 사업에 필요한 핵심 제품은 잉곳, 웨이퍼, 폴리실리콘이다. 잉곳은 실리콘 조각들을 성장기에 넣고 고온에서 녹인 후 만들어낸 원기둥 모양의 재료로, 태양전지 및 반도체 원재료로 사용된다. 웨이퍼는 이 잉곳을 극도로 얇게 잘라낸 것으로, 태양광 발전에 사용하는 솔라셀의 기판이 된다. 폴리실리콘은 이 같은 잉곳과 웨이퍼 제조에 사용되는 원재료다. 세 가지 제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면 태양광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출판과 생활가전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친환경 녹색기업을 표방하는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웅진에너지는 태양전지용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고 웅진폴리실리콘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한다. 웅진에너지는 지난 5월, 향후 5000여억원을 투입해 대전 대덕에 제3공장을 신설해 잉곳과 웨이퍼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두 배 늘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웅진폴리실리콘은 2012년까지 800억원을 투자해 현재 5000톤의 생산능력을 7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소비자 일상에 파고든 녹색기술
기업의 녹색기술은 이미 소비자들의 일상 안으로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OCI는 친환경 단열재 제조기술로 지난해 12월 녹색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흄드실리카 진공단열재는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안전하며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흄드실리카 진공단열재는 밀가루보다 미세하고 식품첨가물로 쓰일 정도로 인체에 무해한 흄드실리카를 사용하는 단열재로, 단열 성능이 기존 단열재에 비해 8배가량 뛰어나 친환경 건축에 사용된다. OCI는 정부가 2017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패시브 하우스를 보급하고 2025년에는 외부에서 공급되는 에너지가 필요 없는 제로 에너지 빌딩을 의무화한다는 목표를 수립함에 따라 친환경 단열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업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친환경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보르도 LCD TV는 국내 유일의 환경관련 정부 포상인 국가환경경영대상에서 제품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컬러레이저프린터로 같은 상을 받았다. 북미 최대 가전쇼인 CES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모두 11개 제품에서 ‘에코디자인 혁신상’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환경마크 인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2210개 모델의 환경마크 인증을 취득했다. 이는 전 세계 9대 친환경인증기관에 등록된 219개 전자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녹색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는 진공단열재를 사용해 소비전력을 줄인 양문형 냉장고, 주변 온도에 따라 운전을 제어해 전력 효율화를 꾀한 하우젠 에어컨, 태양광 패널을 사용한 휴대폰 블루어스 등이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기존 종이박스 포장 대비 중량을 44% 절감해주는 진공 수축포장 기술을 자사 제품 포장에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 ‘녹색경영 선포식’을 통해 2013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SDI·삼성전자
웅진그룹·신성솔라에너지·OCI

환경재단과 <주간경향>은 삼성SDI, 삼성전자, 웅진그룹, 신성솔라에너지, OCI를 ‘그린파워 21 기업’으로 선정했다. 삼성SDI는 최근 기업의 주력제품군을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선포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녹색경영 선포 이후 전 세계 9대 친환경인증기관에 등록된 전자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의 환경마크 인증을 취득했다. 웅진그룹은 에너지 사업을 그룹의 새 주력사업으로 삼아 태양광 사업에 필요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성솔라에너지는 2007년 솔라셀 사업에 진출해 태양전지 전문기업으로 발판을 구축하고 있다. OCI는 친환경 진공단열재 기술로 녹색기술 인증을 획득해 향후 패시브 하우스 등 친환경 건축에 필요한 핵심 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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