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석유 ‘OUT’ 신재생에너지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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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기업 태양광, 연료전지 사업 확대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 ‘그린파워21’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월 30일 2022년까지 독일 내의 원자력발전소 17곳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이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을 얻는 비중은 약 23%다. 원전 폐쇄에 따른 전력 부족분은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예정이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는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현재는 독일 전체 전력 생산량의 17%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서 나온다.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모습. |LG화학 제공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모습. |LG화학 제공

글로벌 기업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독일 정부의 탈원전 선언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독일 최대 원전 공급기업 지멘스는 원전사업을 포기하고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의 재탄생을 시도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을 건설한 도시바는 향후 3년간 7000억 엔(약 9조4500억원)을 친환경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바는 지난 5월 23일에 한국의 풍력발전업체 유니슨에 30억 엔(약 405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후쿠시마 원전·독일 탈원전 선언이 계기
국내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환경경제효율성(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부가가치 창출 정도를 비교하는 척도)이 주요 산업 중 최하위권인 석유화학기업들이 먼저 변하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태양광,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신재생에너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태양전지를 비롯한 태양광사업은 석유화학기업들이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다. 태양전지는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덩어리)으로 만든 뒤, 이것을 얇게 자른 웨이퍼에 화학처리를 해서 완성한다. 태양전지는 결정형과 박막형으로 나뉜다. 결정형은 평균 에너지 변환 효율이 16~18%로 높은 반면, 생산단가가 비싸다. 박막형은 결정형보다 에너지 효율이 다소 떨어지지만, 원료를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낮다. 2010년 기준 440억 달러(약 48조4000억원)에 달하는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의 88%가 결정형이지만, 박막형 전지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한화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기업 중 태양광사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투자계획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2013년 7월 31일 완공을 목표로 전남 여수 석유화학단지에 연간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조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관련 투자는 이미 작년부터 시작됐다. 작년 8월 3일에는 태양전지 세계 10위(500㎿ 규모), 태양광 모듈(900㎿ 규모) 세계 4위 업체인 중국의 솔라펀 파워 홀딩스(Solarfun Power Holdings, 현 한화솔라원)를 3억7000만 달러(약 4070억원)에 인수했다. 한화솔라원은 2010년 매출액 10억800만 달러(약 1조1100억원), 영업이익 1억7620만 달러(약 1938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19일에는 폴리실리콘에서 잉곳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한 미국업체에 500만 달러를 출자하기도 했다.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출 성공
LG화학도 앞으로 태양광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 2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총 4910억원을 투자, 올 7월부터 여수 공장의 확장부지 내에서 연간 5000톤 규모인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 시설이 완성될 경우, LG그룹은 태양광과 관련한 수직계열화를 달성, 전지(LG전자), 폴리실리콘(LG화학), 잉곳과 웨이퍼(LG실트론)를 모두 그룹 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미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현재 르노, 볼보, 포드 등의 전기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태양광사업보다 연료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GS칼텍스가 개발한 가정용 연료전지는 도시가스를 수소로 변환시킨 후, 이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낸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최초 가정용 연료전지 개발, 노트북 연료전지 개발 등에 성공해온 GS칼텍스는 현재 연료전지 관련 자체기술을 17종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2006년 설립된 신에너지연구센터를 통해 차세대 2차전지, 바이오에너지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수소에너지, 박막형 태양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을 연구해 온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9년 세계적 자동차업체 다임러그룹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장착될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작년 7월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첫 고속 순수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업체가 됐다. 이 배터리는 최대 시속 130㎞, 1회 충전 주행거리 16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30일 충남 서산 일반산업단지에서 열린 전기차 배터리 공장 착공식에서 “2015년 연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산공장이 완성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량은 연간 전기차 3만대 분량이 된다.

조선·무역·건설 등에 주력해온 STX그룹도 올해 들어 기존의 사업분야에 녹색산업분야를 추가하고, 2015년까지 해당분야 매출 6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7년에는 태양광 사업을 위해 STX솔라를 설립, 태양전지(60㎿ 규모)와 태양광 모듈(50㎿ 규모)을 생산하고 있다. 향후 생산규모를 모듈 200㎿, 태양전지 400㎿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STX그룹은 풍력에너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99년 제주도에 풍력단지 건설을 시작한 이후 2009년에는 네덜란드의 풍력발전기 제조업체를 인수, STX윈드파워를 설립했다. 네덜란드와 가까운 프랑스에도 현지법인에 1억 유로를 투자, 프랑스의 해상 풍력발전 프로젝트와 유럽 해상풍력발전기 신설 프로젝트 등을 노리고 있다.

한화케미칼·LG화학·GS칼텍스·SK이노베이션·STX그룹

환경재단과 <주간경향>은 한화케미칼, LG화학,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STX그룹을 ‘그린파워 21’로 선정했다. 대표적 석유화학기업인 한화케미칼, LG화학,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등은 석유 일변도가 아닌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태양광 기업을 인수, 1조원이 넘는 연매출을 기록했다. 그룹 차원으로 보면 2008년 태양전지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출범한 이후 3년 만에 원료 및 태양전지, 태양광 발전에 이르는 전 분야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이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화학업체 LG화학은 태양광사업으로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 7월부터 태양전지 원료시설을 착공할 예정이며, 이 시설이 완공되면 한화케미칼과 마찬가지로 태양광사업 전 분야를 LG그룹 내에서 포괄할 수 있게 된다.

GS칼텍스는 연료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00년 초반부터 1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한 결과 17종에 이르는 자체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이 외에도 리튬이온 배터리용 음극재 생산과 폐기물 에너지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대 시속 130㎞, 주행거리 160㎞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다임러그룹, 현대·기아차그룹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산하 연구소를 통해 태양광사업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STX그룹은 올해 들어 기존의 사업분야에 녹색산업분야를 추가했다. 2007년 태양광사업용 자회사를 설립한 이래 2008년에는 구미산업단지 내 생산공장에서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네덜란드, 프랑스 등 외국의 풍력발전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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