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녹색은 여·야, 좌·우를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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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대통령실 녹색성장환경비서관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 ‘그린파워21’

아이러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은 그동안 환경시민사회가 제시해온 어젠다와 가장 가까이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정부와 시민사회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4대강과 원전을 축으로 정부와 시민사회의 입장은 첨예하게 나뉘어 있다. ‘녹색성장’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녹색성장의 비전에 저 대립 축이 포함되느냐 여부다. 녹색가치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허심탄회한 만남이 필요하다. ‘환경의 날’을 맞아 <주간경향>·환경재단이 김상협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을 지면에 초대한 까닭이다. 김 비서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전도사다. SBS 보도국 미래부장을 맡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통령실 미래기획비서관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다. 인터뷰는 서울 중구 정동에 자리잡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서 진행됐다.

[환경특집]“녹색은 여·야, 좌·우를 묻지 않는다”

김 비서관은 <주간경향>이 이번 특집기획의 주제로 잡은 ‘환경이 밥 먹여준다’에 대한 견해로 입을 열었다. “제목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진보매체에서 ‘환경이 밥 먹여준다’는 화두를 제시한다는 것이 굉장히 반가웠다. 100%, 아니 200% 공감한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론>을 열심히 읽고 있다”고.

그런가.
“울리히 벡의 대명제 중 하나가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는 거다. 내가 아는 대로 해석하면, 사실 가난 문제는 어느 정도 위계적인 면이 있지만 스모그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를 가리지 않는다. 올 봄 일본 ‘쓰나미 사태’도 그렇지만 그 문제보다 훨씬 더 나아가서 스모그는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국지적인 현상인데, 기후변화는 전지구적 현상이고 여야를 묻지 않는다. 국경도, 남녀노소, 빈부나 이념도 묻지 않는다. 지구가 우리의 공동운명이기 때문에 보수나 진보, 여야 또는 좌우, 이런 것에 적용되지 않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간경향>이 이번에 이런 특집을 마련한 것도 아마 그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맞다.
“기후변화 시대에 인간이 지구와 공존하려면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의 남용으로부터 탈피 내지는 독립하는 큰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거다. 기왕에 화석연료를 당분간 쓸 수밖에 없다면, 보다 덜 쓰는 에너지 효율화와 같은 노력이 사실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아주 빠른 속도로 이런 시장이 열리고 있고,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지구를 절실히 생각하고 인간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것이고, 지속가능하게 먹고살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환경이 밥 먹여준다’는 것이 중요한 테마라고 본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강연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강연에서도 지금 말하는 취지로 이야기하나. 가장 최근에 한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면.
“기후변화센터 강연에서 이야기했던 주제가 ‘녹색성장과 더 큰 대한민국’이었다. GGGI에 왔으니까 말하는 것인데 GGGI는 녹색성장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다. 그게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공감을 얻고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성장 패러다임’으로 채택하길 회원국들에게 권하고 있다. 고맙게도 OECD 사무총장은 틈 날 때마다 ‘한국이 녹색성장의 주창국이다’라고 말한다. 녹색성장 개념 자체를 우리가 주창했다기보다도 국가의 제일 중요한, 총괄적인 비전으로 제시한 것은 우리가 최초다. 그런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평가되었고, 더군다나 한국같이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를 가진 나라가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하고, 3년을 일관되게 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굉장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선진국은 공산품을 잘 판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어젠다를 설정하고, 그 의제를 다른 나라들이 따라가도록 할 수 있는 힘, 이른바 소프트 파워를 갖고 있느냐가 선진국을 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어떤 면에서 존경받을 수 있고 기여할 수 있는 국가가 선진국가라고 할 때 녹색성장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더 큰 대한민국으로 가고 있다는 취지의 강연이었다.”

[환경특집]“녹색은 여·야, 좌·우를 묻지 않는다”

녹색경제로 전환, 녹색성장을 이야기할 때 어느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나.
“일단 우리가 갖고 있는 제조기반이 전환을 이끌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의 반도체가 태양광으로 연결될 수 있고, 현대중공업의 조선이 풍력으로 넘어갈 수 있다. 또 현대차의 자동차 생산능력이 전기차로 넘어갈 수도 있고.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서방의 기업들이 한국에 대해 정말 패스트 무버(fast mover)라는 평가를 한다. 이를테면 25년 전에 현대자동차는 ‘1회용 자동차’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놀림 대상이었는데, GM·포드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기업에 올라서지 않았나. 실제로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LG화학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만들고 있다. 이런 강력한 제조기반이 저탄소 녹색경제로 이행하는 데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이 와중에 강력한 중소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상당 기간 해줘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기업들은 아직까지도 환경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느낌이 든다.
“맞다.”

그런 부분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단숨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화에 이르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리더십이다. 두 번째는 경제성장과 환경보호가 동시에 달성 가능하다는 걸 납득시키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느 한 쪽이 강조되면 다른 쪽과 충돌된다는 전제 속에 살았는데, 기후변화 대응도 하고 새로운 성장도 만들 수 있다는 전제를 충족시키려면 역시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세 번째는 파트너십이다. 정부가 기업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시절은 지나갔다. 결국은 파트너십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거다. 산업협의체나 과학기술협의체, 금융협의체 등 민간협의체가 있는 이유다.”

파트너십을 거론했는데 민간부문을 기업부문이나 시민사회부문으로 나눈다면 4대강이나 원자력 발전 문제로 시민사회와는 금이 가 있다.
“기후변화에는 크게 두 가지 전략이 있다. 하나는 이른바 온실가스를 줄이는 감축전략이고, 또 하나는 변화된 환경에서 어떻게 살 것이냐는 문제, 즉 적응전략이다. 기후변화로 충격이 올 때 변화의 요인은 에너지와 물, 식량이다. 에너지는 감축전략이지만 물과 식량문제는 적응전략을 취해야 한다. 우리가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유엔환경계획(UNEP)이 추천하는 ‘글로벌 그린 뉴딜’이라는 것을 보면 그 중 하나가 신선한 물의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라는 거다. ‘4대강의 본질은 대운하’라는 이전의 기억을 지우면 4대강 사업의 진짜 본질이 쉽게 와닿을 것이다. 즉 기후변화 시대에 맞춰 깨끗하고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는 인프라 사업인 것이다. UNEP이 4대강을 평가하는 까닭도 애당초 자신들이 설정한 모범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명의 붕괴> 같은 책을 보면 마야의 경우도 그렇고, 캄보디아의 경우도 앙코르와트 문명의 붕괴가 물부족 문제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이 문명의 붕괴를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렇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그 문명들이 굉장히 과학적이고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데 거꾸로 그게 문제가 되었다. 그러니까 4대강도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지금 학계도 그렇고 워낙 의견이 나눠져 있다. 대한하천학회 등의 주장에 따르면 본류 준설이 역행침식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보 때문에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내가 4대강을 직접 다루는 비서관은 아니다. 한 가지 내가 우리 가족 앞에서도 양심을 걸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4대강 사업, 4대강 살리기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환경친화적이지 않다고 결론이 나면 안 되지 않겠나. 온 국민이 보고 있고 우리 정부도 정말 혼신을 다해서 하는 일인 만큼 더 잘 되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 문제도 물어보겠다. 그동안 ‘원자력 르네상스’란 걸 주장하는 근거가 일본과 한국,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원전 건설 붐이었다. 그런데 지금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세계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독일, 스위스도 탈원전 선언을 했고, 일본도 애초 계획을 10년 앞당겨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환경이 밥 먹여준다’고 했을 때 전세계는 이미 빠르게 재생에너지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원전 안전성만 강조하고 여전히 원전은 청정에너지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걸로 보인다.
“후쿠시마 사건이 자연에너지나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손정의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이 일본같이 지진이 많은 나라는 원자력 발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정성이 충족되는 국가에서는 원전의 현실적인 경제성과 함께 화석연료에 비해서 온실가스 배출이 1~2% 수준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지위는 당분간 갈 수밖에 없고, 한국도 여기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입장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같은 논리로 본다면 독일이나 스위스가 지진 다발국이어서 폐기정책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한국 정부가 조금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당장 문 닫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앞으로 지을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지금 원자력 안전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명확히 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기본전략은 화석연료의 점진적인 탈피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원전에 대한 스탠스는 유지하되, 재생에너지 믹스를 더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그 부분에 대한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지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일종의 구동존이(求同存異) 전략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 소회를 물어보겠다. 기자생활을 하다가 공무원이 되었는데 어떤 느낌인가.
“사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입장에서는 약자다. 하나만 잘못해도 전체에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직원들이 교통 접촉사고만 나도 무조건 잘못했다고 그런다. 민간에 있을 때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이야기가 되지만, 무한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건 겁나는 일이다. 그렇지만 또 변화를 가져가는 데서는 상당한 보람도 느낀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글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 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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