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그린잡, 청년실업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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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해결할 녹색일자리… 아직 수익성은 낮아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 ‘그린파워21’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당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오바마는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포괄적 해결책”이라며 ‘그린칼라 직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실제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는 향후 10년 동안 “재생 가능한 청정에너지원 개발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뉴 아폴로(New Apollo)’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 뒤 ‘그린 잡’에 대한 논의는 빠르게 확산되었다. 일본 정부도 지난 2009년 1월 “2015년까지 친환경사업부문 시장을 100조 엔 (약 1405조원) 규모로 늘리고 2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그린경제로 이행됨에 따라 녹색일자리, 그린잡도 다양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 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 주최로 열린 세계태양에너지 엑스포에 전시된 태양광 패널. |연합뉴스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그린경제로 이행됨에 따라 녹색일자리, 그린잡도 다양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 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 주최로 열린 세계태양에너지 엑스포에 전시된 태양광 패널. |연합뉴스

정부, 2013년까지 81만개 그린잡 창출계획
지난 2009년 11월 개최된 ‘제6차 녹색성장 보고대회’에서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녹색일자리 창출 및 인력 양성방안’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3년까지 녹색일자리는 연평균 6.0%씩 증가해서 2013년에는 약 81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에너지원 분야에 13만명 ▲에너지 고효율화 분야에 7만2000명 ▲산업·공간의 녹색화 분야에 27만8000명 ▲환경보호·자원순환 분야에 12만7000명 ▲저탄소 경제활동 분야에 30만7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예상 통계치로만 보면 그린잡 시대는 이미 왔다. 

지난 4월 11일에는 그린잡과 관련한 구인·구직 행사인 ‘그린잡 페어 2011’ 행사도 열렸다. 취업포털에 들어가면 그린잡 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그린잡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온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청년실업 200만 시대’라는 말은 있어도 그린잡으로 청년실업이 일정 부분이라도 해소됐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왜일까. 앞의 정부 보고서는 ‘녹색일자리 창출 및 인력양성 관련 문제점’으로 ▲양질의 녹색일자리(decent green job) 창출 기반 미흡 ▲녹색일자리 수급전망체제 및 분야별 인력양성대책 미흡 ▲녹색일자리 증가에 따른 기존 노동력 재훈련 미비 ▲녹색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할 고급 기술인력의 부족 등을 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 컨설턴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른바 녹색뉴딜로 9개 분야 36개 사업에 50조원을 5년 동안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한 번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이 컨설턴트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쏟아부은 예산이 R&D 혹은 기술투자라는 명목으로 자본에 투자된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실제 내실 있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린잡이나 녹색성장이라는 방향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과거 코스닥 사례에서 보듯 타당성 조사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과거 IT 버블 때처럼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지원한다면 ‘투기꾼’이 들어오고, 시장이 과잉되어 단가가 떨어지니 꾸준히 해온 사람들이 시장을 잃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를 그린잡으로 볼 것인가는 그린잡의 정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소위 그린경제(green economy)가 나타나기 전 존재했던 환경 관련 직업들, 예컨대 자전거 수리업이나 재활용품 수집업은 그린잡으로 규정할 수 있다. 상당수는 기존 직업이 직무의 변화 없이 직업활동분야를 녹색산업으로 옮기는 경우다. 이를테면 조선소 노동자가 풍력 터빈 제조 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그렇다. 기존의 자동차 생산 노동자가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투입된다면 실제 작업공정에서 차이가 없더라도 그린잡의 범주로 규정할 수 있다.

앞의 컨설턴트는 “가장 큰 문제는 아직 그린잡 직종에서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를테면 한국에서 태양광 발전 패널을 파는 회사가 있는데, 생산은 동남아시아에서 하고, 본사는 미국에 있고, 한국에서는 판매사업을 한다면 거기서 창출한 일자리가 과연 녹색일자리이며 실업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녹색산업과 일자리에 대한 개설서 <그린잡>을 번역한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될 위험이 있다”며 “실제 그린잡의 고용창출 효과가 많이 나는 곳은 그린 빌딩이나 서비스 사업인데 지금까지는 부품산업 조립 쪽에 집중되다보니 고용에 대한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추세 따라 일자리 확산될 수도
그는 “독일의 경우 풍력이나 태양광 부문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일자리 구성을 놓고 보면 바이오 가스와 관련된 업종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내수를 어느 정도 진작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나 녹색창업 프로그램 및 재교육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린잡은 현재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청년실업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1~2년 내에는 그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하지만 일정한 분기점을 지나면 연계효과는 폭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그린경제가 확산됨에 따라 이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외국의 금융회사들이 그린 이코노미에 투자하는 추이를 보면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시장의 중심축이 ‘그린’ 으로 움직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국내에서 그린잡의 토양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설비투자나 전문직 고용이 가능하도록 정부도 시장에 지속적으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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