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 최초 민간군사업체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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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출신 ‘블렛케이’ 설립 1년만에 내우외환 직면

한국 최초의 민간군사업체(PMC·Private Military Company) ‘블렛케이’(Bullet-K)가 설립 1년을 맞았다. 민간군사업체는 국가를 대신해 전투, 군사훈련, 첩보활동 등을 대행하는 민간회사를 뜻한다.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기지 근방에서 사격연습 중인 블렛케이 단원들의 모습. |블렛케이 제공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기지 근방에서 사격연습 중인 블렛케이 단원들의 모습. |블렛케이 제공

블렛케이는 작년 4월 설립 이후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태화산업개발에 발주한 발전소 공사현장 경비, 재향군인회 해외사업단의 물류 호송 경비 등을 맡았다. 또한 현지 보안업체 아실칸(Asilkhan)의 훈련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블랙워터 측과 협력을 한 바도 있다. 블렛케이 김재영 팀장은 “우리는 선보고 후조치 원칙에 따라 해외진출 기업들에 대한 방어·경호 역할을 한다. 선제공격을 하기도 하는 미국 민간군사업체와는 성격이 다르고, 철저히 매뉴얼에 근거해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아프간 발전소 공사 경비 등 파견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벌인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민간군사업체가 활성화됐다. 정부는 ‘용병’을 통해 비용 절감은 물론 정치적 비난도 줄일 수 있다. 또한 퇴역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정규군과 달리 민간군사업체가 해외로 나갈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공개적으로 일을 진행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실제 미국 정부는 블랙워터(현 지이(Xe)) 등과 계약을 맺고, 작년 3월 기준(미 의회조사국)으로 6만명이 넘는 용병들이 이라크, 아프간에서 활약하도록 ‘배려’했다. 대표적인 미국의 민간군사업체 블랙워터의 경우 전직 특수부대 요원, 퇴직 경찰관 등 2만여명의 인력을 운용하고 있으며, 중무장 헬리콥터 등 20여대의 비행장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 출판된 <블랙워터-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용병부대의 부상>에 따르면, 블랙워터는 1997년 우익 급진주의자인 에릭 프린스에 의해 설립됐다. 책은 “미군보다 용병이 살해당하는 게 나으며, 용병이 현지 양민을 학살하는 것이 더 은밀했기 때문”에 블랙워터가 설립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에서 블렛케이를 만든 사람들은 해외파병 경험이 있는 특전사 예비역들이다. 천창근 대표가 특전사 17기인 것을 비롯, 구성원 전부가 자이툰 부대 등 해외파병 경험이 있는 특전사 출신이다. 블렛케이의 독수리 모양 마크도 특전사의 독수리 마크를 본뜬 것이다. 김 팀장은 “현재로서는 사내 단결력을 위해 특전사만 채용한다. 그 중에서도 자이툰 부대나 기타 해외파병 경험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집된 인원은 해외 활동을 위한 영어, 아랍어 내부교육을 받게 된다.

특전사 출신이라고는 하나 민간인인 이들이 어떻게 해외에서 총기 무장을 하고 경호업무를 할 수 있을까? 김 팀장에 따르면 민간군사업체 직원들이 한국에서 총기를 갖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현지에 진출할 수는 없기에 일단 현지에 나간 다음 현지 법에 맞게 총기를 구입, 소지한다. 실제 블렛케이는 작년 6월 아프간 지방재건팀 기지의 로켓포 공격에 휴대용 로켓포 RPG-7로 2발을 응사한 바 있다.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미국 민간군사업체 블랙워터 단원들의 모습.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미국 민간군사업체 블랙워터 단원들의 모습.

천창근 블렛케이 대표는 한진톈진호 사건 등으로 상선 경호사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군에서 상선을 일일이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직원이 함께 승선하여 지키는 것이 가장 좋다”며 “국제법상 배에 무기를 싣는 순간 ‘무장선’이 돼버리지만 남아공, 오만 등 총기허가가 나오는 곳을 중심으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는 준비기간으로 삼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상 경호 사업에 뛰어들 뜻을 내비쳤다.

‘한국 최초 PMC’의 미래가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부 문제로 회사가 쪼개지고, 평화단체에서는 민간군사기업의 정당성을 의문시하는 상황이다.

블렛케이의 해외사업 실무 책임자였던 이승국씨는 올해 초 블렛케이를 떠나 맨티브(Mantive)를 창립해 현재 맨티브의 해외사업 총괄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이사는 “그동안 블렛케이가 맡아온 역할을 맨티브가 맡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전사 24기 출신으로 천 대표와 선후배 사이인 이 이사는 천 대표와의 금전문제 끝에 새로운 회사를 세웠다. 이 이사는 “나는 2004년부터 이라크, 아프간 현지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업체들이 천 대표보다는 나를 더 신뢰한다”고 말했다.

민간군사기업, 외부의 비판도 받아
실제로 작년 말을 끝으로 블렛케이와 계약이 만료된 태화산업개발의 경우, 블렛케이가 아닌 맨티브와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태화산업개발 해외산업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승국 이사는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며, 현지 관련 인맥이 많다. 신뢰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들은 현재 맨티브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계약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추후 경호 계약은 블렛케이가 아닌 맨티브와 하는 것으로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블렛케이와 계약이 아직 진행 중인 재향군인회 해외사업단 측은 “이승국 이사가 재향군인회와 친한 것은 맞지만, 10월 말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향후 경호업체를 어디로 선정할지 논의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는 아프간 현지 파견팀에서 블렛케이 측에 특별한 불만을 제기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외부 평화단체에서는 민간군사기업의 존재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처장은 “우리의 사회적 합의는 군대, 경찰 이외엔 엄격한 절차, 감시, 통제를 받을 경우에만 총기 사용이 허가된다는 것인데, 별 논의도 없이 사회적 합의와 반하는 기업이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블렛케이 홈페이지에 스스로 정부 통제가 어려운 집단임을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이들이 자신의 주장대로 방어적인 경호업무만 하는지, 추후에 미국식 거대 PMC로 변질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 보호 의무를 민간에 위임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덕수의 송상규 변호사는 “민간군사기업이 진출한 국가에서 총기 소지를 허가했다면, 그 자체로 불법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면서도 “민간기업 사업장을 군인들이 아닌 무장한 민간인이 지킨다는 점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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