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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나만의 명상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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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톨릭·개신교 비롯 요가원·명상원 프로그램 다채

지난 4월 8일부터 3일 동안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에서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만남’을 주제로 국제 연찬회가 열렸다. 조계종 원로 고우 스님과 미얀마 파욱 명상센터의 파욱 사야도 스님이 서로의 수행을 바탕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수십년 간 간화선과 위빠사나 수행을 직접 닦아온 노수행자의 만남은 종교계는 물론 명상에 관심 있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을 대표한 고우 스님은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차이에 대해 “열반과 깨달음이라는 목표는 서로 같으나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만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욱 사야도 스님은 “점진적인 수행과 닦음만이 존재할 뿐 갑작스레 지혜를 꿰뚫는 일은 없다”고 수행의 단계를 뛰어넘어 문득 깨닫는 간화선의 돈오(頓悟)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길상사 하계 청소년 선수련회에 참가한 중고생들이 명상에 잠겨있다. | 경향신문

길상사 하계 청소년 선수련회에 참가한 중고생들이 명상에 잠겨있다. | 경향신문

간화선은 초논리적인 화두에 의식을 집중하는 데 비해 위빠사나는 호흡에 마음을 쏟아 살펴보는 실제적인 방법의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북방 대승불교권의 중국에서 시작된 간화선과 남방 상좌부 불교를 대표하는 위빠사나 수행법 사이에는 수행관과 이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다.

정신건강·스트레스 해소 위해 큰 인기
불교계 내에서는 대중들의 명상수행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면서, 그 방법과 이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찍부터 있어 왔다. 이번 행사 또한 그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명상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어도 정확히 지도할 방법과 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 불교계의 고민이다.

불광연구원의 서재영 박사의 설명이다. “물질적 풍요가 늘어감에 따라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의 관점에서 명상 붐이 불고 있다. 하지만 간화선 등 종교적 명상은 웰빙을 뛰어넘어 존재의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종교적 명상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일반적인 명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전문가 집단조차 이를 바르게 지도할 만한 방법과 인적 자산이 부족한 현실적인 벽이 존재한다.”

대중들의 요구에 맞춰 각 종교단체는 앞 다투어 명상센터를 열고 있고 명상 전문기업도 생겼다. 국내 모 명상센터는 명상훈련 프로그램만으로 세계적인 단체로 도약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개개인의 스트레스가 늘어날수록 명상은 종교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기성 종교계의 노력은 불교계뿐만 아니라 여타 종교에서도 눈에 띈다. 가톨릭교회는 명상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나섰다. 전통적인 묵상과 더불어 명상의 치유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2005년부터 가톨릭의대에 통합의학교실을 만들어 명상치료를 임상에 적용하여 병을 치료하는 일에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명상은 마음의 문제뿐 아니라 육체적인 질병까지 치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정 기간 기도와 묵상 등 종교적 수련을 행하는 피정(避靜)은 가톨릭의 전통적인 수행법으로 다시 강조되고 있다. 일상적 삶에서 벗어나 명상과 기도를 통해 본연의 가치를 돌아보며 잃었던 인간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수행법으로 피정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다.

개신교회 일부에서는 전통적으로 기피하던 호흡법과 명상법을 받아들여 수련의 방법으로 삼는 곳도 생겨났다. 성경 내용을 묵상하고 내면의 시선을 일깨우는 명상법을 통해 예배와 기도에서 느낄 수 없는 신에 대한 인식과 영성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 ‘예수도원’ 등 일부 기독교 명상단체에서 시작한 기독교 명상법은 수련프로그램의 일부로 꾸준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10일 충청남도 공주시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열린 간화선-위빠사나 국제 연찬회에서 조계종 고우 스님(오른쪽)과 미얀마 파욱 사원의 파욱 스님이 만났다. | 연합뉴스

10일 충청남도 공주시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열린 간화선-위빠사나 국제 연찬회에서 조계종 고우 스님(오른쪽)과 미얀마 파욱 사원의 파욱 스님이 만났다. | 연합뉴스

가톨릭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명상법을 개발, 보급하고 있는 곳은 원불교다. 원불교는 마음의 본질을 알아가는 전통적인 마음공부야말로 명상법이며, 현실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특정 장소나 시간을 할애하는 좌선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서 마음을 살펴보는 생활명상이 원불교 명상의 핵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것”이 명상의 좋은 방법이자 생활명상의 실제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원불교에서는 최근 서울 안국역 인근에 대규모 시민선방을 열고 명상법을 보급하고 있다.

‘요가원’ ‘명상원’에도 일반인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한국요가학회 정태혁 박사는 “명상이 없는 요가란 있을 수 없다. 요가는 명상에 이르는 길이며, 명상은 요가의 실천이다. 요가를 통해서 육신의 건강을 얻고, 명상을 통해서 건전한 정신을 얻을 수 있다”며 요가를 통해 명상을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루 한번씩 호흡 집중하며 내면 성찰
문화센터에서도 명상 과정이 늘고 있고, 기업의 특강에서 명상은 흥미있는 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명상의 폭이 워낙 넓다보니 일반인들에게 옥석을 가리고 자신에게 맞는 명상법을 찾는 기준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명상의 방법에 대한 혼돈과 오해가 있을 수 있으며, 특히 개인적인 신비체험을 명상의 단계로 확신하는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명상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는커녕 혼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유행처럼 동서양에서 개발된 각종 명상법이 기준과 여과 없이 들어오며 만병통치약처럼 강조되는 점을 염려하는 시선도 있다. 육체와 정신의 건강에 명상이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부각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판단과 선택의 기준은 점차 모호해졌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 명상학과 정준영 교수는 명상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다른 이에게는 좋아도 자신에게 반드시 맞는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부연설명이다. “명상은 외부의 것이 아닌 내면에 눈길을 돌립니다. 그러므로 외적인 힘에 매달리거나 외부 대상, 또는 초월적인 힘을 요구하는 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분명한 명상법이 옳습니다.”

지난 국제 연찬회에서 파욱 사야도 스님은 명상수행이란 한 순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일생 동안 걸어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명상의 테크닉이 없어도 하루 한 번 자신을 돌아보라고 권한다. 다양한 명상법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자칫 방법에만 집착하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한다. 명상의 첫걸음은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일상의 짐과 걱정거리를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천<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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