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와 조직의 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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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위터에서는 마피아 스팸이 이용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스팸은 “헤이, 당신을 우리 마피아의 일원으로 받아들입니다. 당신은 나의 초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라는 영문 메시지입니다.

마피아는 스팸에서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많습니다. ‘법조 마피아’ ‘모피아(재무부 출신 인사)’ ‘외교부 마피아’가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새삼 부각된 마피아가 있습니다. ‘원자력 마피아’입니다.

<주간경향> 918호에서 인터뷰한 일본 원자력 전문가 장정욱 교수(일본 마쓰야마대학교 경제학과)가 이들의 존재를 설명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원자력 마피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전업계, 전문가, 정치인 등이 결합해 일본의 원전 확대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빗댄 말인데요.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면 지을수록 이들에게는 이익이 돌아갑니다.”

한국에는 ‘원자력 마피아’들이 없을까요? 원전산업이 녹색성장산업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쳐온 만큼 이들 원자력 마피아의 일거수일투족에 새삼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일단 이들은 ‘일본과 한국의 원전 상황은 다르다’ ‘안전하다’고 되풀이합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한국 원전이 불안전하다는 정보는 어느 곳에서도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마피아처럼 결속력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건설 마피아’도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지요. 4대강에 대한 비판적 정보는 이들 마피아의 세계에서는 금기입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마피아도 있습니다. ‘재벌 마피아’입니다. 마피아가 하나만 있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여러 개의 마피아가 있으니 속이 상할 만합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마피아끼리 서로 통한다는 것입니다. 맷값 폭행 때문에 물의를 빚었던 최철원 전 M&M 대표(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촌동생)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도 혹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볼 수 있겠습니다.

마피아들이 판치면 마피아 스팸의 유혹처럼 구성원이 되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편한 선택일지 모릅니다. 끼리끼리 통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 됩니다. 마피아의 구성원이 되면 마피아의 영구 회원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피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그 무서운 ‘조직의 쓴 맛’이 기다립니다.

최근 언론에 유독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국세청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3~4곳을 일제히 세무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소식입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점을 면한 수준”이라고 발언한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믿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쓴 맛이 느껴집니다. 이것이 바로 그 맛인가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여러분은 절대로 마피아 스팸의 유혹에 빠지지 마십시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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