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가 만난 사람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재벌에 대한 믿음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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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보선 출마는 내가 살아온 방식 아니다”

[신동호가 만난 사람]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재벌에 대한 믿음 전혀 없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인터뷰하고서 잠시 혼란에 빠졌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아닌 것인지 명료하게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정 위원장은 지금 정치권과 경제계의 시선을 동시에 모으고 있는 최고의 뉴스메이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정치적으로는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경제적으로는 이른바 ‘초과이익공유제’라는 화두를 던져 메가톤급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적 산술로 따지면 그의 이런 행보는 그리 나쁘지 않다. 분당 출마설은 그의 정치적 몸값이 저절로 오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은 거꾸로 그가 새로 내놓은 ‘정책 상품’을 일거에 홍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한때 대권주자로 거론됐고 앞으로도 그럴 여지가 있는 거물답게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착각일까. 지난 3월 9일 서울 여의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만난 그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얼굴은 상기돼 있었고 피로한 표정이었다. 감기 기운 때문일까. 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것은 그의 말이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그 점을 깨닫게 됐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목표 이상의 초과 이익을 냈을 때 그 일부를 협력업체와 나누는 개념으로 소개되고 있다. 동반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이를 제안한 정 위원장은 표면적으로는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급진좌파적 주장”(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공산주의 용어인가”(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 정·관·재계의 대표급 인사들이 거친 표현을 써가며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반시장적이 아니라 상식적인 것”
초과이익공유제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겠습니다.
“대기업의 이윤을 빼앗아 중소기업에 나눠주자는 게 아니에요. 수출 대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윤을 남겼다면 그 추가적인 이익의 일부를 협력업체의 기술개발을 유도하는 데 사용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기본 취지예요. 문제는 이걸 이념논쟁으로 끌고 가거나 왜곡된 형태로 세상에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한테 있습니다. 반시장적이거나 반자본주의적이 아니라 상식적인 것이에요.”

정 위원장은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란 (협력업체와 무관하게) 생산 과정에 참여한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문제”라고 비판한 최중경 장관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생산 과정에 어디 노동자와 사용자만 있습니까. 협력업체가 없으면 생산이 됩니까. 초과이익공유제가 제도화한 건 아니지만 이미 상당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해요. 최근 현대중공업과 중소기업청이 각각 150억원을 내서 관·민 기술개발협력기금을 만든 것이 한 예지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함께 해서 그 성과를 나누는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도 시행되고 있잖아요. 그것의 좀 더 적극적인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초과이익을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개발 지원 등과 같이 간접적으로 나누는 것이군요.
“현금을 나눠주는 것은 회계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죠. 제가 대기업이라면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을 하도록 유도하는 자금을 만들 것입니다. 그러나 현금을 줄 것인가, 기술개발 협력 자금을 만들 것인가도 대기업 자유예요. 전혀 강제적인 것이 아닙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그런 기금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까.
“아니, 아니에요. 그것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는 겁니다. 자꾸 무슨 비판까지 하는지 아세요?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의 초과이익에서 나온 동반성장을 위한 기금을 운영하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정부 관리 출신이 운영 주체가 될 것이고 결국 퇴직 관료들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이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전혀 아니에요. 동반성장위원회가 왜 남의 돈을 관리합니까. 우리 목표는 동반성장 문화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동반성장 문제를 자율적인 기업문화로는 풀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건 잘못 인용된 것 같습니다. 초과이익공유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몇 %를 할 것인지 완전히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겁니다. 다만 대기업들이 그런 좋은 일을 하면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자는 거죠. 예를 들자면 세제상의 혜택이라든가 정부가 발주할 때 그런 부분을 특별히 고려해 주는 겁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합니까.
“많은 기업이 동반성장에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동반성장지수(Win-Win Index)를 산출해서 발표하려고 해요. 또 중소기업이 일정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과 품목을 선정해 고시하는 일도 하고요.”

동반성장지수 산정·발표를 재계에서는 ‘대기업 줄 세우기’라고 비판하는데요.
“대기업이 동반성장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에 대한 정량적·객관적 평가와 중소기업 설문을 통한 주관적·정성적 평가를 합산하는 방식이 될 텐데요. 현재 나와 있는 평가 항목이나 배점은 예시에 불과합니다. 제가 보기에 필요 없는 것도 있어요. 앞으로 수정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납품가 너무 후려쳐 이민 가고 싶다”
동반성장지수와 비슷한 지표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예가 있습니까.
“오죽하면 이런 일을 하겠습니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관계가 잘 돼 있는 독일·일본·스위스 같은 나라는 만들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겠죠. 미국의 경우 국가경쟁력위원회(Council on Competitiveness)라는 데서 국가혁신보고서(National Innovation Report)라는 걸 발표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21세기 미국의 7대 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 변화를 꼽았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릴 것은 ISO26000(기업의 사회책임 활동 인증을 위한 국제표준)이 발표되고 세계의 상장회사들이 증권거래소에 재무 보고서뿐 아니라 사회적 기여 보고서도 함께 내도록 하는 등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동호가 만난 사람]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재벌에 대한 믿음 전혀 없다”

이 시점에서 동반성장이 왜 중요한 문제로 대두한 겁니까.
“이거,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적수(滴水)효과’(trickle-down effect)라고 했지요.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도 득을 보고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도 경제성장의 과실을 같이 나누어 가지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한국의 분배 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열악하지는 않다고 알려졌지요. 그러나 1997년 한국 경제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달라졌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강조되다 보니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굉장히 잘 살게 됐지만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은 아주 어렵게 돼서 양극화가 심해졌습니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의 안정을 꾀할 수 없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배경과 자신이 위원장을 맡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총리 시절 그는 상당히 규모가 큰 세 군데 납품업체 사장들을 만났다. 그들의 한결같은 얘기가 “이민 가겠다”는 것이었다. 대기업이 납품가를 너무 후려쳐서 못 살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아니, 10~20년 동안 그런 것 다 알면서 사업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자 “최근에 너무 심해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총리실에서 조사를 해보니까 실제로 그랬어요. 수익률이 수출 대기업은 9%를 왔다갔다 하는데 중소기업은 2~3%밖에 안 되고 아예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곳이 많았어요. 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더 자세히 연구해보자’고 하더군요. 총리를 그만둔 뒤 발표된 중소기업 대책 가운데 하나가 동반성장위원회 구성이잖아요. 저보고 위원장을 해달라는 제의가 와서 고사를 했더니 ‘아니, 당신이 봄에 발제한 것인데 고사를 해서 되겠느냐’고 해요. 워낙 중요하고 첨예한 문제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문제의 근원이라면 일부 반대론자의 지적처럼 납품단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먼저이지 않습니까.
“납품단가 정상화는 오랫동안 애썼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이에요. 초과이익공유제가 납품단가 조정보다 쉽고, 현재로서는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수출 의존적 경제가 됐어요. 수출 대기업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경쟁력이 뭐겠어요? 새 물건, 좋은 물건, 싼 물건이잖아요. 기업들이 새 물건, 좋은 물건에 자신이 없으니까 일단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 인하에 노력하거든요. 그 논리에 선뜻 ‘야, 그거 안 돼’라고 말하기 어려운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사전에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해서 초과이익을 얻었다면 아까 얘기한 것처럼 그 일부를 협력업체와 나누는 것이 일리가 있습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부패나 관료부패에 대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민간부패에는 손길이 덜 미쳤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민간부문의 갑을관계에서 벌어지는 부패와 불합리가 사실은 더 심각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동감입니다. 동반성장 노력이 바로 그거예요. 발주·납품·정산 과정에서 불법성과 비합리성을 없애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 뒤) 제가 보기에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더불어 가야 한다는 거죠. ‘통큰치킨’ 사건은 우리가 개입할 문제도, 언론이 개입할 문제도 아니에요. 그런데 사회에서는 ‘치킨까지 만들어 팔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재벌그룹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어서 그런 건데, 과거에 더불어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비슷한 시기에 동반성장위원장뿐 아니라 세계7대자연경관추진위원장도 맡았다. 스위스 비영리재단의 세계7대자연경관(The New7wonders)에 제주도가 선정되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성장 중시하다 안정 소홀했다”
4·27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분당 출마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말이 많습니다만 저는 대학 총장도 하고 총리도 한 사람으로서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한나라당 당원도 아니고 정치라는 외투가 저한테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습니다. 저는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오늘날까지 살아온 사람이에요. 그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총리를 맡은 것도 사회봉사하려고 갔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사회 기여는 정치 말고도 많이 있잖습니까. 제주도를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고, 특히 동반성장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현재 한국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정 위원장께서 앞으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보고, 그렇다면 이번 재·보선이 정치적 입신의 적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중요한 두 가지 일을 시작한 지 석 달도 안 됐어요. 설사 정치 외투가 나한테 어울린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위원회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게 저한테도 좋고 나라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석 달도 안 돼서 이걸 버리고 간다는 것은 제가 여태까지 살아온 방식, 즉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과 어긋납니다.”

지금 전세난이나 물가고로 서민의 어려움이 큰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말 안타깝습니다. 물가를 잡는 것은 결국 거시적으로 한국은행이 해야 합니다. 이자율을 훨씬 빨리 올렸더라면 좀 낫지 않았을까요. 시기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자율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인터뷰 다음날인 3월 10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민생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생필품 등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것인데, 그에 대한 대비가 안 돼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신동호가 만난 사람]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재벌에 대한 믿음 전혀 없다”

경제학자로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이른바 ‘MB노믹스’를 비판 또는 평가한다면….
“성장을 중시하다 보니까 안정을 좀 소홀히 한 면이 있다는 게 비판할 점인데, 한 가지 이해해야 할 측면이 있습니다. 세계 금융위기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2008년 가을에 나타났지만 이미 2007년부터 다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 마당에 성장을 안 했다가는 경제가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확장적 재정정책, 확장적 금융정책을 쓰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런 위기 상황에서의 경제정책이기 때문에 잘했다, 못했다를 논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물가 안정 등 안정정책도 좀 썼어야 했다고 봅니다.”

정 위원장은 서울대 총장 임기를 마치면서 개인적으로는 자유주의자, 정치적으로는 실용주의자, 학문적으로는 케인스주의자, 이념적으로는 중도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적이 있다. 보수정권의 총리 출신임에도 ‘급진좌파’ ‘반시장, 반자본주의’ 등의 공격을 받고 있는 지금은 달라진 게 없을까.
“저는 중도·실용에 대해 좋게 생각했습니다. 실용은 문제를 잘 푸는 것이고, 중도는 이념에 집착하지 말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흔히 중도라면 좌와 우 사이의 중간지대를 표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그건 온건주의(Moderatism)지 중도주의(Centrism)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온건주의나 적절한 타협주의가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 이러한 의제에 국민의 관심과 에너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중도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반성장이야말로 진일보한 복지정책”
요즘 정치권의 가장 큰 논쟁이라고 할 수 있는 복지 논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중산층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많은 복지 메뉴로 각개 대응하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고 지속가능성이 없습니다. 복지는 경제와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봐야지 어느 부분에서 얼마 더 줄 수 있는가 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지요. 가계, 기업, 정부가 경제 순환 구조를 좋은 방향으로 유도해서 중산층 기반을 안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양극화 메커니즘을 극복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지요. 저는 동반성장이야말로 진일보한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위원장의 말씀이 자주 파장을 일으킵니다. 731부대 발언이라든가 국사 시험 영어 논란….
“아, 그건 너무 억울해요. 731부대 얘기가 나와 ‘항일 독립군을 괴롭혔던…’이라고 하는데 (질문한 박선영 의원이) ‘그것도 몰라요? 세종시만 생각하니 모르죠?’라고 하더라고요. 한 문장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저쪽에서 ‘몰라요?’ 해가지고 모르는 걸로 돼 버린 거예요. 오후에 제가 해명했지만 그건 잘 보도되지 않고 계속 따라다니는데 그걸 내가 아니라고 성명 낼 수도 없고… 당하고만 있어요.”(그는 국사 시험 영어 논란, 인터넷 비하 발언 등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정 위원장은 인터뷰하는 동안 정치적 의지나 색깔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여전히 총리보다 대학 총장의 풍모가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최근 행보는 매우 정치적으로 증폭된다. 보수·여권이 견제하고, 극히 드물지만 오히려 진보·야권이 그의 주장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도 묘하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그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 놀랍다. 그가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제가 동반성장 전도사잖아요. 정부는 기업에 가서 홍보를 하고 협력을 구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국민에게 홍보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국민이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돼야 하기 때문이죠.”

3월 11일 정 위원장은 이 회장의 발언에 정면 대응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바로 삼성”이라고 받아쳤다. 삼성전자가 초과이익을 내부 임직원에게만 성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데, 그 대상을 협력업체로 넓히자는 것이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것이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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