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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책엔 쓴소리, 대기업엔 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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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이 본 이한구 경제학…

국가부채 지적은 공감, 친기업 정책은 유감

2010년 10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이한구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2010년 10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이한구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이한구 의원은 합리적인 경제학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진보 경제학자로 꼽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평이다. 김 교수는 TV 토론에서 이 의원과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TV 토론에서는 경제정책에 대한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을 했지만, 이 의원은 토론 후 “김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여당 의원들은 ‘김상조 교수는 좌파’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의원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던 것. 이후 이 의원의 행보를 눈여겨보게 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여당 의원 중에서 이한구 의원이 경제가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인식과 식견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이 의원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국가 부채, 환율, 세금 문제 등이다. 특히 급증하는 국가 부채에 대해서 “자기가 일으킨 문제는 자기가 책임지고 넘어간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부채가) 계속 커지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없다”면서 하루 빨리 급증한 국가 부채 문제를 이명박 정부가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환율 절상 ▲금리 인상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한다.

이와 함께 감세 때문에 생긴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서 세입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의원은 “세출조정도 중요하지만 세입을 늘려야 한다” “소득세는 세수확보 차원에서 감세를 철회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정부 정책에 대해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업체는 재미를 많이 봤지만, 물가가 올랐다”면서 “이젠 환율을 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부채 개선 노력조차 않는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런 지적에 동감한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이 의원이 부동산 버블 문제, 가계 부채, 국가 채무에 대해 언급하는데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데도 해결하지 않고 계속 미루면 자식 세대에게 부담이 된다. 진보·보수를 떠나 국가 부채가 심각한 문제라고 잘 지적했다. 정치인이라면 (이한구 의원 같은) 감각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의원의 기조가 한나라당 내에 자리잡히면 이명박 정부의 수준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조 교수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이한구 의원의 지적은 맞다”면서 “다만 여당 내에서 비주류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런 지적을 한다는 측면이 있다. 이 의원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진보 경제학자들 사이에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기업 위주 정책’을 강조해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여경훈 연구원은 “이 의원은 엄격하게 말하면 시장주의자다.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경력을 보면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시장주의자는 정부의 재정지출과 부채를 줄이는 것을 선호한다. 정부 부채를 줄이려면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려야 하는데, 감세(법인세를 줄이는 것)를 선호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2010년 9월 14일 국회 기획 재정위 회의실 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한구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2010년 9월 14일 국회 기획 재정위 회의실 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한구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이 의원은 1989년부터 1998년까지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정치인으로서 대기업 연구소 근무 경력이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다. 하지만 자신의 경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내가 만일 잘나가는 경제관료로만 있었다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았을 것”이라면서 “대우에 있었던 시간이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해줬다. 나에게 그 시간이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한다.

이 의원은 그동안 ‘기업활동을 위한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을 계속 주장했다. 대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다. “경제활동 촉진 차원에서 법인세는 계획대로 감세하자” “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와 윤리경영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정치가 어려워지면 대기업한테 책임을 덮어씌우는 일을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시장경제 원리가 보장이 안 된다. 대기업의 역할에 대해 분명하게 가이드라인을 줘놓고 나머지는 선택하게 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기업활동을 촉진하되 기업의 재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일명 ‘파이론’이다. 파이를 크게 만들어야 나누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파이를 크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성장론이다.

기업규제 완화·법인세 인하 주장
LG경제연구소 이창선 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작은 규제 몇 개가 완화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기업 투자를 할 때는 걸림돌이 많다고 느낀다”면서 “이 의원의 법인세 인하 주장은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고 규모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고용이 늘어나고 기업이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나 규제 완화는 기업의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화된 대기업이 국내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해외에 투자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이창선 연구원도 “기업이 전적으로 국내 투자를 늘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여경훈 연구원은 “대기업은 국내에 투자할 요인이 부족하다. 내수가 부족하고 글로벌화되었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기업이 국내에 투자를 하면 새로운 사업에 진출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기존 사업을 침범하게 된다. SSM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더 고통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선대인 부소장도 “규제 완화를 말하기보다는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 건설산업의 규제는 오히려 재벌 대기업이 싹쓸이하는 판을 만들어준다”면서 “규제 완화를 말할 때는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좋은데, 이 의원의 규제완화론은 특수 이익집단의 요구에 부합하는 규제 완화라는 느낌이 든다. 재벌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아서 찬성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기업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보다 재정비를 말해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기업 규제가 전혀 없는 것도 있고, 너무 과도한 규제를 하는 분야가 섞여 있기 때문”이라며 “규제 완화 주장은 대기업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보호장벽을 쳐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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