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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남은 2년, 지금 바꾸고 싶은 맘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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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한구 친박계 의원 “경기 부양책 가시적 효과만 겨냥한 것은 문제다”

[표지인물]“MB정권 남은 2년, 지금 바꾸고 싶은 맘이 많다”

‘미래권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지지율 30%를 오르내린다. 10%대 전후인 야권의 잠재적 대권후보들과는 대조적이다. 정치권이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는 이유다. 박 전 대표의 ‘거울’ 역할을 하는 친박계 핵심의원 중 하나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유일하게 참여한 친박 현역의원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경제·정책통으로 손꼽힌다. 청와대와 각을 세우면서 경제정책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제교사’로서 그의 경제 이론은 박 전 대표의 경제정책 구상과 연계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주간경향>이 이 의원을 만난 이유다.

지난 설 때 지역구에 내려가지 않았다고 들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바쁘다고 거절한 것으로 들었다. 무슨 일 때문인지 궁금하다.
“2월에는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상당히 바빴다.(웃음) 언론에 이야기할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역할을 줬다는 소문도 돌던데, 그 일과 관계 있나.
“2월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말할 수 없다. 그냥 일이 많았다고만 알아 달라.(웃음)”

요즘 언론의 주목도가 한층 높아졌다. 국가미래연구원에 유일한 친박 현역의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특별할 게 뭐가 있나. 민간경제연구소에서 16년 동안 일을 했고, (경제를) 계속 연구했던 사람이니까 참여하게 된 것이다. 언론에서 많은 의미를 부여하던데, 그들의 평가일 뿐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박 전 대표의 대선 캠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캠프가 되려면 폐쇄적이어야 한다. 미래연구원은 폐쇄적인 곳이 아니다. 참여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열려 있다. 캠프용 싱크탱크가 되려면 누군가 컨트롤을 해야 하는데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조직이 네트워크 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주제를 정하고 연구를 하기 때문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조직부터 발족까지 이 의원이 모든 것을 컨트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니다.(웃음) 나도 한 사람의 참여자일 뿐이다.

정치적 지향성이 맞지 않는 사람도 받아들일 것인가.
“연구원분 중에는 진보적인 활동을 했던 분도 있다. 우리들은 색깔을 고집하지 않는다. 좌파 계통의 사람도 뜻만 맞으면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미래연구원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화합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화합이 가능한 분이라면 언제든지 개방할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에는 ‘중립’을 표방했다. 지금은 친박의 핵심 의원 중 한 명인데, 변화한 이유가 있나.
“지난 대선 경선 당시에는 공개적으로 중립을 지켰다. 당시 당에서 당직(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었고, 한나라당은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 있는 상태였다. 정권을 잡아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 같았다. 누군가는 화해를 시켜야 했고, 그 역할은 중립파가 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친박계라고 분류하는데, 친박 의원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표가 공부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유가 뭔가. 유력한 대권후보라서 그러나.
“정권을 잡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박 전 대표가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바뀐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게 됐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럴 사람은 박 전 대표밖에 없다. 국정수행 능력만 보충하면 된다.”

박 전 대표의 ‘맞춤형 복지’가 눈길을 끌었다. 많은 재원이 필요할텐데, 가능하냐는 목소리도 있다.(‘맞춤형 복지’는 라이프 사이클형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보육, 교육, 고용, 주거, 노령 단계별로 복지 혜택을 주자는 의미다.)
“내용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박 전 대표의 복지 담론은 복지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난립하고 있는 복지 프로그램을 조정하자는 의미다. 맞춤형 복지는 생애 주기별로 미니멈 서비스를 보증하겠다는 이야기인데,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뜻이다. 재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복지분야에서 잘못 사용되는 것을 손보면 된다. 가능하고 다 준비되어 있다.”

[표지인물]“MB정권 남은 2년, 지금 바꾸고 싶은 맘이 많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 경선 당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를 발표했다. 박 전 대표나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줄푸세를 두고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데.
“변화가 있는 게 아니다.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선 당시 줄푸세를 이야기할 때는 세율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낮춰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율을 낮춘 상태다. 이 상태에서 줄푸세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세금을 늘리자는 게 아니라, 지금 세법에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게 있으면 걷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비과세 감면 중에서 조정할 것은 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책도 많이 읽고, 사람도 많이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는 한나라당 내에서만 정보나 제언을 받았기에 상당히 보수·우파의 시각에 머물렀다. 이제는 시각을 넓혀야 할 때다. 보수적인 시각과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론이나 주장도 많이 접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느 순간 방향을 잃었다.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가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는 치솟고, 전세대란에 주택 가격까지 불안정하다. 이 의원처럼 정부의 경제정책에 신랄한 비판을 하는 이도 드물다. ‘여당 내의 야당’ ‘쓴소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야박할 정도다. 청와대와 각을 세운 탓일까. 정책위 의장, 예결특위 위원장 등 중요한 당직을 맡았었지만, 지금은 당직이 없다. 한편으로는 경제학자로서 괜찮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기업 위주로 생각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대기업 혜택이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봤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5억원 전세를 놓았다는 것 때문에 말이 많다. 어떻게 평가하나.
“전세와 관련한 정책이 잘못된 것은 주무장관이 1차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주택정책은 정부의 최고위층에서 결정을 한다. 정부가 전세대란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을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정 장관이 전세를 놓았다는 것은 오해받기 딱 좋은데, 설마 국무위원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을까.”

이 의원은 전세대란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미리 임대 쪽으로 늘려놨으면 지금 이 꼴을 안 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나.
“지금이라도 임대주택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더 빨리 공공임대를 늘려야 한다. 로또 비슷한 보금자리주택이나 분양을 했으니까 이런 문제가 터지는 것 아닌가. 예전부터 보금자리주택 분양을 줄이고, 임대로 전환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는 전세대란에 대해 준비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것 아닌가. 부동산 가격 지지 정책만 내놓으니까, 전세 공급 확대 정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변하지 않으면 큰일난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떨어지게 된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도 주택정책과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닌가. 집값을 받쳐주는 정책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일부 계층만 과실을 따먹는다는 비판이 높다.
“경제위기 속에서 정부가 경제구조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부양정책을 쓰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만 겨냥한 것은 문제다. 다른 분야와 조화롭게 가도록 신경써야 했는데, 그것을 하지 않았다. 가시적인 효과만 노리니까 토목공사부터 한 것 아닌가. 토목사업을 해버리면 뭔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희망근로사업도 돈 풀어주는 임시사업이다. 근본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해서 골고루 잘 살 수 있게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의 환율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하고 있다.
“환율 문제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기가 거북하다. 언론에 내 이야기가 나오면 해외에도 알려지고, 자꾸 그런 이야기가 나가면 (정부가) 환율에 손을 댄다고 소문이 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출업체의 이익이 내수에 도움이 되거나 고용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한 쪽에서는 수익을 내는데, 다른 쪽에서는 거덜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다. 지금도 늦었다.”

[표지인물]“MB정권 남은 2년, 지금 바꾸고 싶은 맘이 많다”

대표적인 토목사업이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예산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4대강 사업 이후 어떤 문제가 터질 것으로 보나.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도전이다. 국토 훼손은 심각한 문제다. 그렇게 서두르면 안 된다. 1년 늦게 하면 어떠냐.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예결특위 위원장을 할 때 4대강 시범사업의 계획서와 심지어 설계도까지 받아서 체크를 했다. 그런데 예결위 위원장을 떠난 후에 보니까 그때 봤던 사업 내용과 다르게 진행됐다. 계획도 많이 바뀐 것이다. 4대강 사업은 법적인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설계도 제대로 된 것인지 체크도 안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데, 누구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나. 정부가 기어코 일을 마음대로 해버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런 비판이 나오지만 실제로 해결된 것은 없는 것 같다. 이 의원도 여당 의원으로서 국정에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나.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는 8년 동안 야당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집권 하는데, (야당생활이) 도움이 됐다. 8년 동안 정부를 비판했는데, 우리가 만들어놓은 정부가 과거 정부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잘못된 점은 고쳐야 정권을 빼앗기는 일이 없어질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의 비판을 고깝게 듣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 재집권을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대통령이야 나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들은 남아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말들을 했다고 나를 따라다니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

사람들이 이 의원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을 느끼고 있나.(지난 해 12월 이 의원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불법사찰 개입 의혹에 대해 “수첩에 내 이름도 올라가 있다”고 불쾌감을 내비친 적이 있다.)
“(웃음)”

FTA 문제에 대해 이 의원은 ‘우리가 얻은 것보다 내준 것이 더 많아도 전체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FTA 추가 협상에 대해 평가한 말이었다. 원래 협상보다 추가 협상에서 더 내준 것이 많다는 의미였다. 경제적인 관계는 정치적인 관계와 달라 양쪽이 이득 보는 것이 많다. 미국이 협상 결과가 좋다니까 그러면 우리가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경제 마인드가 없는 것이다. FTA를 체결하면 우리 시장을 내줘야 한다. 대신 우리는 다른 나라 시장의 일부를 얻게 된다. 얻는 시장이 크냐, 내줘야 하는 시장이 크냐를 비교해야 한다. 내가 봤을 때 내주는 시장이 크지 않다. 얻는 시장이 크다고 본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정부가 보충을 해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의원을 ‘경제통’이라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도 옳은 지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의원이 대기업 위주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이 틀린 것이냐. 대기업이라도 일반 서민이 주주가 될 수 있다. 부자한테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대기업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는 것은 이상한 논리다. 기업이 수익을 올리면 그 돈이 어디로 가나. 배당으로 가거나 재투자를 하게 된다. 물론 재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세금으로 많이 내놓으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논리라면 대기업이 투자를 할 때 정부가 기업에 돈을 줄 것이냐.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세금 완화는 해야 한다.”

2012년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한다. 중진 의원이 되는데, 정치인으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예전처럼 중진 의원이 존경받는 시대는 아니다.(웃음) 예전에도 ‘운명론’을 이야기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해서 안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리더십이 필요없는 정책 브레인보다 활동하는 정책가가 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기자가 “정치에서 2년(대통령의 남은 임기)이면 정말 오랜 시간이다”라고 하자 이 의원은 웃으며 “정말 너무 오랜 시간이다. 지금 바꾸고 싶은 맘이 많다”고 답했다. 미래권력 박 전 대표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고, 현재권력에 대한 실망감을 동시에 표현하는 말로 들렸다.

■ 이한구
1945년 경북 경주 출생
196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69년 7회 행정고시 합격
1970년 재무부 입사
1971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1984년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제학 박사
1984년 대우 회장실 상무이사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사장 역임)
2000년 한나라당 입당
2004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2007년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2008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글·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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