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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입장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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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취재 요청에 이 부서 저 부서로 ‘전화돌리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막바지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김태완 민노총 산하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의 말이다. 김 부장은 농성이 47일을 넘기면서 홍익대학교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농성 중인 노동자들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여전히 마지막 능선은 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소건이 걸려 있다. 학교는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감금 혐의로 이숙희 분회장과 상급노조 소속 6명을 고소했다.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홍익대학교 본관 총무과. |정원식 기자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홍익대학교 본관 총무과. |정원식 기자

한편 학교는 새 용역업체와 계약만 하고 협상 테이블에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학교와 새로 계약한 용역업체들은 ‘고용승계 보장’ ‘처우개선’ 등의 조건을 내걸고 ‘기존 홍대 노동자들이 지원할 경우 우선순위로 채용한다’는 내용의 채용공고를 냈다. 하지만 관건은 학교의 고용보장이다. 김태완 부장은 “용역업체, 학교, 노조원 등 3자가 마주앉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 17일 오후, 학교측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홍익대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먼저 입학공보과다. 신분을 밝히고 용건을 말했다. “홍대 농성건과 관련해 학교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잠시만요.” 30초쯤 후. “총무과로 전화해보세요.”

총무과로 전화를 했다. “총무과에서는 답변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기획처로 해보세요.” 기획처로 전화를 돌렸다. 앳된 목소리의 여성이다. “잠시만요.” 30초쯤 후. “사무처로 전화해보세요. 전화를 돌려드릴게요.”

총학측 “연락처 전달하겠다” 답변만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같은 방식으로 신분을 밝히고 용건을 말했다. “비상근무 때문에 잠시 나온 거라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화기 너머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지난 2월 12일과 13일 농성장인 총무과를 찾았을 때 나던 소리와 비슷했다. “혹시 총무과인가요?” “네.”

입학공보과에서 시작한 전화 돌리기가 총무과와 기획처를 거쳐 다시 총무과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전화 받는 분마다 다른 곳으로 돌리는데, 언론 접촉 창구가 따로 없나요?” “잘 모르겠어요.” 입학공보과나 기획처가 담당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또 다시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노동자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난 1월 3일, 총학생회장이 ‘학습 분위기를 해치니 외부세력은 나가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총학생회는 2월 15일자 게시판에서 “학교가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데 노동자분들과 학생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2월 17일 오후 3시쯤 총학생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연락처를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다음날인 2월 18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월 18일 오후 5시쯤 총학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최근 협상 진행 상황을 알리는 글이다. 글의 마지막 부분이 특이했다. “(임관식, 졸업식, 입학식 전에) 플래카드와 대자보, 그리고 선전물들이 자체적 철거가 되지 않을 시 총학생회에서 모두 철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오후 7시쯤 삭제됐다. 총학생회의 진의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이 학교 교직원노조와도 통화할 수 없었다. 2월 17일 오후 전화를 받은 교직원노조 담당자는 “지부장님이 출장 중이라 통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홍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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