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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재원 여·야 단체장 ‘천양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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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서울 용산구 신천동 원효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월 16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서울 용산구 신천동 원효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시·도별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과 이를 위해 각 지자체와 교육청이 확보한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실을 통해 단독으로 입수한 ‘2011년 시·도별 의무교육 무상급식 계획 및 예산 현황’을 분석하면 각 시·도교육청과 지자체가 분담해서 무상급식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무상급식 실시가 지지부진하거나 전혀 이뤄지지 않은 지역은 한나라당 텃밭이나 보수적인 지자체장이 선출된 곳이 대부분이다. 야당 소속 지자체장이 당선된 곳 대부분은 무상급식 진척이 활발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갈수록 설득력을 잃어가고, 무상급식 실시 여부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부산·울산 등 교육감과 단체장 갈등
무상급식 재원을 놓고 교육청과 지자체가 대립하는 지역도 드러났다. 부산과 울산 등의 지역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교육감과 지자체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교육청은 2011년 95억원의 무상급식비를 책정했다. 부산지역 초등학교 1학년 전체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는 예산이다. 이에 비해 광역지자체나 기초지자체의 2011년 무상급식 예산은 0원이다. 부산교육청 급식담당 관계자는 “교육청은 초등학교 1학년 전체 무상급식 재원을 마련했지만, 지자체는 저소득층 급식 예산만 지원하고 있다. 2011년 부산시에서 46억원을 지원했는데, 처음으로 지자체에서 급식비를 지원 받은 것”이라며 “교육감은 무상급식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반대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많은 지자체 의회에서는 전면적인 무상급식 도입 목소리도 있지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서도 무상급식을 두고 “전면 시행해야 한다”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등으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커스]무상급식 재원 여·야 단체장 ‘천양지차’

울산도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교육감과 지자체장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산교육청은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자체는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있다. 울산교육청 지방교육행정 관계자는 “교육청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지자체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힘들다”면서 “시의회에 민노당 소속 의원이 있어서 무상급식 목소리가 있지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울산교육청은 무상급식 실시를 위해 167억원의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자체에 요청한 82억원의 예산이 해결되지 않으면 울산교육청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대구는 저소득층 급식 지원 확대
대구는 교육청과 지자체 모두 2011년 무상급식 관련 재원을 마련하지 않았다. 무상급식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의 경우는 무상급식 대신 저소득층 급식 지원 확대와 학력향상 지원에 투자하고 있다. 2014년까지 저소득층 급식 지원을 초등학교 전체 학생의 40% 정도로 목표하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대구가 한나라당의 텃밭이지만, 학부모들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무상급식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도 무상급식에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쳤다”면서 “대구교육청은 무상급식 대신 학력신장에 투자한다지만 잘못된 정책이다. 학력신장을 위해 10여개 학교에 기숙사를 짓고 성적순으로 학생을 입소시킨다고 예산을 지원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발상인데, 일부 학생을 위한 제도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2011년 무상급식 예산안을 보면 광주광역시, 충청북도, 전라북도는 2011년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마련한 상태다. 무상급식 예산을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무상급식을 위한 재원은 교육청과 지자체의 분담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감과 지자체장의 철학이 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번 자료를 통해 전면적인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부모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무상급식은 실시되어야 한다”면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대를 하고, 재원이 부족해서 불가능하다는 말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2월 10일 서울 도봉구청 지하 1층에서 열린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을 위한 ?친환경쌀 품평회’에서 선정단 100여명이 8곳의 생산업체가 준비한 쌀을 시식하고 있다. 도봉구는 이날 5곳을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했다. |서울 도봉구청 제공

2월 10일 서울 도봉구청 지하 1층에서 열린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을 위한 ?친환경쌀 품평회’에서 선정단 100여명이 8곳의 생산업체가 준비한 쌀을 시식하고 있다. 도봉구는 이날 5곳을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했다. |서울 도봉구청 제공

2011년은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이 실시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인 곳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81곳이나 되는 것. 전체 시·군·구 중 79% 지역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전면 실시(1~6학년 전체)를 계획하는 지자체는 90곳, 부분 실시 예정인 지자체는 91곳이나 됐다. 지자체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곳으로 꼽히는 광주·충북·충남·전북은 모든 지역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부산·인천·경기·제주 등에서는 부분 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울산·대구 등에서는 무상급식 실시 계획이 전혀 없거나 일부 시·군·구에서만 실시할 계획이다. 강원 지역은 18개 시·군·구 중에서 원주시, 평창군, 정선군에서만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야당 소속 지자체장이나 진보적인 교육감이 당선된 지자체는 무상급식에 가속도가 붙지만, 한나라당 ‘텃밭’이나 보수적인 지자체장이 선출된 곳은 무상급식이 실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는 지자체에서는 “교과부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고 해명한다.

일부 지자체는 무상급식을 뛰어넘어 친환경 무상급식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1~3학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중학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3월부터 친환경 쌀을 전면 사용할 계획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올해 초·중학교 전체 학생의 55%를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추진한다. 충청남도는 2014년까지 전체 초·중학생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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