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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민주주의’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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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IT기술 전세계 시민혁명 견인

“이미 인터넷 혁명은 낡은 개념이 되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과거 인터넷은 정보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움직이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고정된 장소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이제 스마트 단계에서는 원래 인터넷이 의도했던 것처럼 ‘어떤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고’ 정보에 접근하게 되었다.” 아직 이집트에서 ‘혁명’의 운명은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뭔가 변했다.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운명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 ‘변화’의 움직임은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한 이집트인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AFP/연합

한 이집트인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AFP/연합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은 정보의 유통을 막고자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그러나 결국 항복했다. 이집트 정권이 트위터를 통해 ‘광장’의 소식이 전파되는 것을 막자, 구글은 트위터에 기술자를 파견해 음성 트윗서비스를 긴급 론칭했다. 특정 전화번호로 음성메시지를 남기면, 그것을 문자메시지로 자동으로 읽어내 SNS로 외부에 쏘아주는 스피크투트윗(Speak2Tweet)라는 서비스다. 구글은 이밖에도 유튜브에 이집트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는 알자지라 방송을 24시간 라이브로 방송하도록 했고, 유튜브의 ‘시티즌 튜브(citizen Tube)’라는 사이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올린 현장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뿐 아니라 이집트 정보를 한데 모은 사이트를 긴급 론칭했다. 먼 중동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6·2 지방선거, 그리고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재개발 반대시위 등에서도 종전에는 없었던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한 새로운 사회운동, 행동들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스마트 데모크라시, 스마트 민주주의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스마트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가. 뉴욕대 교수 클레어 셔키는 “확실히 그렇다”고 힘주어 말한다. 국내에도 출간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Here Comes Everybody)>는 기술적 혁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관해 전 세계 곳곳에서 모아놓은 사례들을 수집해놓고 있다. 

‘조직 없이 조직된 대중’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사회는 20이 나머지 80을 견인한다는 파레토 법칙을 무너뜨렸다. 사회운동도 예외가 아니다. 중동혁명 국면에서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클레어 셔키의 트위터(@cshirky)에 들어가 보면 그는 스스로의 ‘예측’을 입증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알자지라의 영문 라이브 방송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무바라크(#Mubarak), 이집트(#Egypt), 1월 25일(#jan25-편집자 주: ‘분노의 날’로 명명된 이번 사태가 처음 발발한 날) 그룹에 올라온 최신정보를 올려놓고 있다. 이집트혁명에 앞서 재스민 혁명이라고 명명된 튀니지 반정부 시위에서 소셜 미디어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도 현재 진행 중이다.

소셜미디어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나
지난 1월 14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튀니지 혁명이) 첫 번째 트위터 혁명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시위는 인구 4만명의 소도시인 시드부지드에서 시작되었다. 과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생활고를 못 이겨 분신자살한다. 24년 장기독재정권인 벤 알리 정권은 이 시위와 관련한 소식을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봉쇄했다. 1980년 광주가 그랬듯 그 도시에 기자들이 들어가는 것을 봉쇄했고, 정부 관영매체는 그 도시에서 폭동과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고 연일 보도했다. 그런데 튀니지 사람들 사이에 검열되지 않은 그날 사건의 진상을 담은 사진이 돌았다. 바로 페이스북에 올려진 사진이었다. 유튜브 등에 올려진 동영상과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만든 문서가 순식간에 튀니지 전국에 유포되었다. 다른 도시의 시위 소식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었다. <포린폴리시>의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튀니지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G메일 계정과 페이스북에 적극적으로 ‘피싱 공격’을 벌였다. 피싱으로 암호를 빼낸 다음 암호를 변경해 계정을 봉쇄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전체를 막거나 페이스북을 막지는 못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벤 알리 일족의 부패상에 대한 미 외교전문은 트위터를 타고 급속하게 공유되어 전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결국 벤 알리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도주했다.

이집트 무바라크가 인터넷 봉쇄를 시도한 것은 튀니지의 사례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었을까. 2월 1일, 카이로에 집결한 100만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무바라크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막았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포스팅된 뉴스들이 자국민에게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튀니지와 유사하게 이집트의 관영 언론들은 시위대를 과격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 한편, 인터넷에 접속한 이집트 사람들로부터 ‘검열되지 않은 정보’는 빠르게 대중들에게 퍼져나갔다. 해외 각국 이집트 공관 앞에서는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인과 각 나라 사람들의 연대집회가 잇따라 열렸고, 이 소식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다.

말콤 글래드웰 vs 클레어 셔키 논쟁
트위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이집트 시위의 ‘실상’은 어두운 소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슬렘 신도와 기독교 신자들은 무바라크 퇴진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집트의 3인조 랩그룹 아라비안나이츠(Arabian knightz)는 인터넷이 봉쇄된 가운데 페이스북을 통해 노래 ‘반역(rebel)’을 발표했다. 반역의 주체는 아랍의 독재자들이다. 노래 가사 중 “내 나라는 네 나라고/내 돈은 네 돈이다”라는 대목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튀니지 벤 알리의 부패상을 보고하는 미 외교전문의 문서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유튜브에 개설된 ‘일본의 니나’라는 채널에는 니나라는 초등학교 여학생이 이집트에서 벌어진 사건을 초등학생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사실 튀니지와 이집트의 모든 사람들이 IT테크놀로지의 혜택을 입은 것은 아니다.

위_ 이집트와 튀니지의 부패권력을 풍자하는 랩을 발표한 이집트의 3인조 랩그룹 아라비안나이츠(Arabian knightz). 아래_ 유튜브에 개설된 ‘일본의 니나’라는 채널에선 초등학생의 관점에서 이집트 사태를 설명하는 동영상이 올라 있다.

위_ 이집트와 튀니지의 부패권력을 풍자하는 랩을 발표한 이집트의 3인조 랩그룹 아라비안나이츠(Arabian knightz). 아래_ 유튜브에 개설된 ‘일본의 니나’라는 채널에선 초등학생의 관점에서 이집트 사태를 설명하는 동영상이 올라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혁명에서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과장되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인 <티핑포인트>, <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이 편집장을 맡고 있는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지난해 10월 “왜 혁명은 트윗되지 않는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9페이지 분량의 글을 게재했다. 글래드웰의 글은 1960년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에서 벌어진 흑인차별 반대 연좌(sit-ins) 시위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글래드웰은 말한다. “이메일과 텍스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없이도 그 운동은 발생했다.” 그가 보기에 핵심은 강한 연결고리다. 반면 소셜미디어는 전혀 닮지 않았다. 글래드웰은 말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약한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트위터에서 한 번도 안 만나본 사람을 팔로잉하거나 팔로를 하는 경우도 그렇고, 페이스북은 연락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인맥관리 도구일 뿐.” 그러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진 인간관계는 돈과 관련되어 있거나 개인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일로는 이어지기 어렵다. 글래드웰은 클레어 셔키의 책에서 언급된 일화를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내년 양대 선거 변화 뚜렷이 드러날 것”
흑인 소녀 샤샤는 자신이 주운 휴대전화를 안 돌려줬다. 휴대전화를 분실한 여성의 남자친구는 관련 소식을 업데이트하는 웹페이지를 개설했고, 인터넷의 공분을 샀다. 결국 ‘분실’로 처리했던 경찰도 ‘절도’로 변경해 재수사할 수밖에 없었고, 샤샤는 체포되었다. 글래드웰은 “셔키의 예가 인터넷 이전에는 없었던 일인 것은 맞다.…하지만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네트워크화된 약한 고리로 연결된 세계는 10대 소녀로부터 휴대전화를 돌려받는 데는 잘 작동됐다. 혁명 만세!” 그런데 최근 중동에서 전개되는 사태는 글래드웰의 예측이 틀린 것처럼 보인다(최근 사건을 두고 글래드웰과 셔키는 <포린어페어> 2011년 1/2월호 지면을 통해 논쟁의 ‘2라운드’를 이어가고 있다).

신 교수는 글래드웰의 지적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글래드웰의 핵심 관심사는 어떻게 해서 각각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하나의 집단성으로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몇 단계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이집트의 경우 이미 30년 넘게 누적되어온 ‘컨텍스트’가 있는데, 그것을 제쳐놓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혁명을 가능케 했다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송경재 경희대 연구교수는 “페이스북 혁명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의 공식적인 인사이드 스토리를 다룬 책 <페이스북 이펙트>는 모랄레스라는 건축가가 ‘FARC라는 콜롬비아의 무장게릴라 조직에 맞서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전 세계적인 인질납치 반대운동을 일으켰는가’라는 사례를 들면서 시작하고 있다. 송 교수는 클레어 셔키의 손을 들어준다. “셔키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소한 권리와 주장을 이야기하면서 네트워킹이 이뤄지고, 그 힘을 알게 되면 큰 정치적 영역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 이집트에서 진행되는 혁명이 한국의 1980년을 닮을 것인가, 아니면 1987년을 닮을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진행됐다. 송 교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진실’이 알려지는 데 걸린 시간을 거론했다. “1980년 광주의 진실이 알려지는 데는 몇 년이 걸렸고,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알려지는 데 다시 수개월이 걸렸다.” 신 교수는 2008년 촛불시위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다시 환기시켰다. 결정적인 것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거짓말’에 대한 국민적 분노였다.

한국은 이미 스마트 민주주의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수년째 SNS를 연구해온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7년 즉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60대에 비해 20대 투표율이 낮고, 경제적으로 하위계층의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져온 양상을 보였다”며 “그런데 그것이 역전된 것이 지난해 6·2 지방선거였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 선거에서 트위터는 진보후보 투표율을 약 8~12% 끌어올렸다. 그는 “내년 양대 선거에서는 본격적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트위터 이전과 이후로 민주주의가 달라진 것 같다.” 장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압도적으로 비판적·진보적 성향이 많은데 그것은 온라인 자체의 특성이 아니다. “한국의 오프라인/올드미디어가 압도적으로 보수·친정부적이기 때문이다.” SNS나 뉴미디어는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않은 사람들의 무기가 될 확률이 높은데, 그러기 때문에 온라인이 진보적 성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8년 촛불 이후. 그 사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송경재 교수는 ‘2009년 11월 28일’을 언급했다. 한국에서 아이폰이 발매된 날이다. 아이폰의 발매로 한국에서는 뒤늦게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송 교수는 “정보의 소팅(sorting, 정렬)체제 자체가 변화되었다”고 말했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와이파이 무선 노트북이 거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조건은 달라졌다. 손 안의 컴퓨터, 그리고 소셜 미디어 덕분에 ‘중심 없는 집단지성’은 더 신속하게, 거리에서 전략을 결정하고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댓글 형태의 콘텐츠 유통이 아니라 벌어지는 사건은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로 삽시간에 퍼져나갈 것이다. 스마트한 사람들의 스마트한 권력, 민주주의가 탄생할 것이다. 물론 스마트 민주주의의 어두운 측면도 거론된다. 루저녀 사태나 지하철 성추행남 사건에서 보듯, 순식간에 공유된 여론은 마녀사냥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인포데믹이라는 개념을 동원해 온라인 여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창출하려 한다. 장 교수가 주목하는 점은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한 스마트 민주주의의 특징이 과거 인터넷과 다른 점은 ‘평판(reputation)’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시판은 누군가 욕하고 도망가면 끝이다. 그런데 트위터에서 누군가 루머를 퍼뜨린다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간단하다. 차단하거나 팔로하지 않으면 된다. 페이스북 역시 마찬가지다. 사생활 노출이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는 것은 소셜미디어가 인맥과 평판에 바탕해 형성된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최근 2008년 촛불의 ‘온라인 집단지성’의 상징이었던 다음 아고라도 SNS 기반의 연계를 강화했다. 아고라의 게시물을 트위터, 페이스북, 다음의 요즘 등 SNS와 실시간 연동하는 한편, 글을 올린 사람들의 평판기능을 게시판에 접목시킨 것이다. 스마트 민주주의를 위한 조건은 이미 무르익었다. 우리는 현재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다.

스마트 민주주의,
글로벌 IT기업이 앞장서다?


지난해 10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중앙역 재개발을 두고 벌어진 시위. 한국의 2008년 촛불시위 양상을 많이 닮았다. AFP/연합

지난해 10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중앙역 재개발을 두고 벌어진 시위. 한국의 2008년 촛불시위 양상을 많이 닮았다. AFP/연합

“구글은 평소 구글이 하고 있는 모든 것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다 많은 정보는 보다 많은 선택과 자유를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더 큰 힘을 주는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구글의 답변이다.

기자는 이번 튀니지·이집트 혁명에서 구글이 취했던 ‘행동’에 대한 입장표명을 구글 측에 요청했다. 그런 가치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이집트 시민혁명’ 국면에서 가능한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구글이 ‘적극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글의 공식 입장은 조심스럽다. 가급적 정치적으로 읽히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이번 이집트 혁명에 자사의 임원이 개입되어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상무는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사태에 대해 가급적 많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자는 것이 구글의 미션”이라며 “이러한 구글의 입장은 (구글의 임원인) 와엘 고님이 개인적으로 취한 행동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역시 이번 사태에서 페이스북의 역할을 정치적으로 읽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 2월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앤드루 노에스 대변인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관련, 다음과 같이 짧은 코멘트를 했을 뿐이다. “이집트에서 벌어진 상황은 이집트 정부와 국민들이 풀어야 할 문제이며, 단지 글로벌 커뮤니티로서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의 인터넷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중략)… 인터넷 접속을 막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튀니지와 이집트 다음은 어디일까. 이란 정부는 영국의 BBC방송·페이스북·트위터를 차단했고, 로이터뉴스·야후뉴스도 봉쇄했다. 인터넷을 검열하고 있는 중국이나 외부 정보가 차단되고 있는 북한도 다음 ‘사태’ 발생 후보지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또 하나 궁금한 점. 스마트 민주주의가 격렬한 사회혁명의 양상을 보이는 것은 현재 중동이나 2008년 촛불시위가 벌어진 한국 같은 나라에 국한된 사회현상일까. 신 교수는 “그리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100여 년 된 역사(驛舍)를 철거하는 문제로 벌어진 시위 양상이 2008년 한국의 촛불시위 양상을 빼닮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즉 야당이나 노조와 같은 전통적인 조직이 아닌 ‘중심 없는 집단지성’이 주도하는 양상이라든지, 경찰이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하자 유모차 부대가 선두에 선 모습 등에서 2008년 한국의 촛불시위가 겹쳐 연상되더라는 것이다. 새롭게 형성될 스마트 사회운동의 형태는 사회의 발전 정도와 무관하게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암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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