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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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유효성 보장 ‘단순의약품’ 분류”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허용기준은 국민건강·편리성”

<주간경향>·국회입법조사처 공동기획

지난해 12월 22일 보건복지부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감기약의 슈퍼 판매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 계기가 돼, 일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 대해 관련 이익집단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분분하다.

약국과 편의점을 합친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 ‘GS왓슨스’의 내부. |경향신문 자료

약국과 편의점을 합친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 ‘GS왓슨스’의 내부. |경향신문 자료

2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는 지난 1월 6일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의사단체인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도 최근 일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의약품 부작용 및 오·남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싼 각 이익집단들의 이해 대립은 약제서비스 제공의 안전성 확보와 접근성 제고 사이의 강조점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럽 선진국 3∼4분류 체계 세분화
우리나라에서 현재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과 약사에 의해 판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 두 가지로 분류돼 있다. 그리고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의 범주는 없는 상태이며, 일반의약품에 대한 현행 법적 정의는 ‘약사법’ 제2조에 ‘오용·남용될 우려가 적고,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 등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렇다면 우리나라의 ‘약사법’은 일반의약품의 범위를 의·약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가늠하도록 하고 있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약사법’ 제44조 제1항의 ‘약국 개설자(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포괄적인 규제로 인해, 그동안 약국 외 판매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달리 외국의 의약품 분류는 안전성과 유효성 및 사용 적합성을 기초로 이루어지되, 각 국의 특수성에 따라 그 기준 적용을 달리하고 있다.(아래의 *표시가 된 분류 약제는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에 해당된다)

­각 국의 분류체계를 보면, 대체로 의사의 처방을 의무화하고 있는 처방약과 비처방약으로 이루어지는데, 처방약은 반복 투약 여부에 따라, 비처방약은 판매장소의 허용범위에 따라 각각 여러 개의 분류군으로 세분된다.

그리고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의약품의 범주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고, 해당되는 의약품의 선정기준은 관련 법률에 명시돼 있다. 구체적인 선정기준으로는 ▲약으로서의 부작용 범위가 좁을 것 ▲유효성 및 안전성이 입증될 것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게 표기될 것 ▲약리작용 상 잠재적으로 약물의 남용을 일으키지 않을 것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약사의 관리 및 감독 여부에 따른 약국 외 판매의약품의 분류는 이러한 임상약리학적 평가 외에도 각 국은 자신들의 사회적, 의료문화적인 기준에 의해 자가치료가 가능한지의 여부를 판단해 구분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기관과 전문가를 중심으로 의약품 재평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국민보건의료의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처방약에서 비처방약으로의 재분류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상의 외국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국내의 약국 외 의약품의 판매 논의에 있어서도 임상약리학적 안전성과 효과성 기준에 기초하되, 보건의료의 전반적인 측면과 사회문화적 기준이 반영된 허용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따라서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이라는 기본원칙을 충실히 지키면서 소비자(국민)의 입장에서 최대한의 편리함을 얻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접근성 고려 ‘조건부’ 판매소 바람직
이와 관련해 우선, 약국 외 판매를 위한 법적 분류 범주를 신설해야 할 것이다. 약국 외 판매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과 동시에 약제서비스의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분류체계를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단순의약품(가칭)으로 분류하는, 즉 3단계로 재구축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행 ‘약사법’ 상 일반의약품 중 일부를 의약외품으로 변경 지정하는 것은 약국 외 판매 품목의 실질적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국에서 약국 외 판매 품목인 구급상비약 또는 건강보조제 등은 일상적으로 국내에서는 ‘지정구매 의약품’(약사와 상담 없이 상품명으로 구입하는 품목)의 범위에 해당되므로 현행 의약품의 법적 구분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약국 외 판매의약품을 단순의약품(Over the Counter Drugs: 이하 OTC)이라는 제3의 범주로 포괄해 국민의 약제서비스 접근성을 향상시키되, 판매되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국가가 사전에 보장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한 ‘조건적’ 판매장소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약품 공급의 지역적 범위가 넓어 그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반 ‘슈퍼’에서 OTC를 판매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해 약국 외 판매 형태로서의 ‘슈퍼’ 판매를 조건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다. 판매장소가 약국 외 장소라 하여 의약품을 소비재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 증대를 통한 건강증진을 최대화할 수 있는 공급체제로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국 외 장소로서 일반 ‘슈퍼’가 아니라 ‘약국이 함께 있는 매장(drug store with Pharmacy)’이나 건강 관련 용품 판매허가를 받은 곳으로 제한하는 등 약국 외 판매의약품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적’ 약국 외 판매는 대한약사협회 등에서 제기하는 의약품 관리(유통기한 및 보관관리, 문제발생 시 의약품 회수)의 문제점을 일정 정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끝으로, 지속적인 사후감시 및 재분류 검토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이후에도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평가와 지속적인 사후감시를 통해 기존의 분류된 의약품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U의 경우, 5년마다 의약품 분류내용을 검토하여 처방약을 비처방약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독일에서는 5년 동안 약화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일반의약품 품목은 OTC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그 밖에 OTC에 대한 과다광고 규제, 약국 외 판매를 위한 포장단위의 제한, 복약설명서에 대한 지침, 유통기한에 대한 표기, 구입연령 제한 등 부수적인 규제가 추가돼야 할 것이다.

○ 2분류 체계: 미국 (처방약, 비처방약*), 일본(의료용 의약품, 일반용 의약품*)

○ 3분류 체계: 영국과 독일 (처방약, 약국약, 자유판매약*)

○ 4분류 체계: 프랑스 (처방약 ListⅠ, 처방약 ListⅡ, 특별 처방약, 비처방약*), 캐나다(처방약, 약사약, 약국진열약, 자유판매약*)


<이만우 보건복지여성팀장(사회학 박사)·허종호 입법조사관보(보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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