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대 상무보에, 30살 부회장까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그들의 초고속 승진, 파격적 인사에 “너무 빠른거 아냐?”

경영권 승계는 이재용 사장만 하는 게 아니다? 지난 연말 재계 인사에선 파격적인 승진이 눈에 띈다. CF 속 번지점프 걸로 등장했던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팀장(부장)은 상무보로 승진했고, 서른살의 대한전선 설윤석 부사장은 두 계단을 건너뛰어 부회장에 오르며 ‘최연소 부회장’으로 부각됐다. 총수의 자녀라는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실력 또한 갖추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지만 ‘너무 이른 것 아닌가?’ 하는 재계 안팎의 시선도 존재한다.

초고속 승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왼쪽)와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

초고속 승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왼쪽)와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

오너 일가 프리미엄에 실력까지?
설윤석 부회장은 지난 연말 인사로 ‘30세 최연소 부회장’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단숨에 재계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설 부회장은 고 설경동 대한전선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 설원량 회장과 양귀애 명예회장의 2남 중 장남. 1981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우리 나이로 31세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대한전선에 입사한 설 부회장은 이후 STS 국내영업팀, 경영전략팀, 경영기획본부 등을 거쳤다. 지난 2008년 8월 상무보, 2009년 10월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10년 2월 부사장 승진, 12월 부회장 승진 등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을 달렸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번 승진에 대해 “대한전선의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 확대 차원”이라며 “그간 경영기획실 및 구조조정추진본부 등에서 임무를 수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구조의 조기 안정화와 전선사업의 중장기 전략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설 부회장은 대한전선그룹의 지배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현재 대한전선의 지분 6.10%를 보유한 3대 주주이자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티이씨리딩스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총 24%로 올라간다.

회사 측은 대표이사인 손관호 회장의 노련함과 설 부회장의 오너 리더십을 투톱으로 경영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설 부회장은 재무구조의 조기 안정화와 전선사업 확대 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이 미래 전선사업의 메카로 키우기 위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당진 신공장 건설에도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룹이 주채권 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그룹 투자자산을 모두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침체된 사내 분위기를 살리는 것도 그의 임무 중 하나다.

설 부회장의 초고속 승진을 두고 재계 안팎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무구조개선 중인 대한전선이 과감한 결단과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이루기 위해 오너 경영을 시작한 것”이라는 반응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실전 경험도 부족한 인재를 경영 책임자에 앉히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다.

올해 28세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도 언니인 조현아 전무와 오빠인 조원태 전무에 이어 3세 경영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12월 29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을 상무보로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조 팀장은 지난 2007년 3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줄곧 광고기획·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동유럽 귀를 기울이면’ ‘뉴질랜드 번지점프’ 등의 광고가 그의 작품이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대한항공을 영 마케팅을 통해 젊고 밝은 회사로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 그의 작품은 ‘2010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뉴질랜드 번지점프’ 편에서는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외국인 배우보단 한국인이 낫겠다’는 광고 감독의 제의를 받아들여 즉석에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 스타리그 후원도 그의 작품이다.

조 신임 상무보 역시 승진에서 초고속이었다. 미국 남가주대(USC)를 졸업하고 LG애드를 거쳐 2007년 3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해 2009년 부장으로 승진한 이후 2년 만에 임원급으로 승진했다. 조 상무보의 승진은 남매인 조현아 전무, 조원태 전무보다 빨라 더욱 주목된다. 두 조 전무는 지난 2006년 상무보로 진급했다. 당시 각각 32살, 30살이었다. 빠른 진급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광고로 인해 뉴질랜드 관광객 수요가 30%가량 성장하는 등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맏딸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보도 12월 29일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한 계단 승진했다. 현 상무는 2006년 10월 동양매직에 차장으로 입사해 1년여 만에 부장에 올랐다. 2009년 1월 상무보로 승진했고, 2년 만에 다시 계급장을 바꿔 달았다. 현 상무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한 뒤 동양매직에 입사해 마케팅본부에서 브랜드 관리와 디자인 경영을 맡았다. 현 상무 역시 동양매직이 생활가전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의 상을 휩쓰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신장률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올해 34세다.

입사 3.8년만에 임원 되는 재벌 2·3세
해마다 연말이면 부각되는 재벌 2·3세들의 인사 특징은 초고속 승진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총수의 자녀들은 입사 뒤 평균 3.8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고, 임원이 된 후에는 2.2년마다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2월 9일 현직 임원으로 재직 중인 대기업 총수 직계 자녀 51명(아들 34명, 딸 10명, 사위 7명)을 대상으로 승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무보(이사 대우) 이상의 임원급으로 선임된 나이는 평균 31.8세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28세에 입사해 3.8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셈이다.

이들은 또 임원이 된 후 상위 직급으로 승진한 기간이 평균 2.2년으로, 일반 임원의 평균 기간인 4년에 비해 1.8년이나 빨랐다. 대기업 총수 직계 자녀 중 딸이 아들보다 사원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기간은 짧았으나, 임원이 된 후에는 아들이 딸보다 훨씬 빨리 상위 직급으로 승진했다. 딸이 사원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기간은 평균 3.4년이 걸린 반면 아들은 3.7년이고, 임원이 된 후에는 아들이 평균 2년마다 승진한 데 비해 딸은 평균 2.7년이었다.

참고로 최근 ‘젊은 조직론’을 내세우며 대규모 발탁 인사가 이뤄진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신규 임원으로 탄생한 318명의 평균 나이는 44세로, 이들보다 12.2살이나 많았다. 이들이 임원을 다는 데에는 입사 후 17년 정도 걸린 셈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