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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회의에 ‘날치기’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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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인프라 구축 예산 대폭줄어 준비 차질 불가피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는 바람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준비에 차질이 빚어졌다. 2012년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세계 180개국의 환경보전 관련 정부기관과 NGO 등 1만여명이 참여하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린다. 환경부는 2011년 WCC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으로 948억원의 국비를 신청했고, 국회 소속 환경노동위원회는 948억원의 국비를 원안대로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11년 예산안이 날치기 처리되는 바람에 948억원의 국비는 80여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당초 필요한 예산의 10%도 안 되는 예산만 책정된 것. 김재윤 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날치기 처리 때문에 행사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제행사를 반납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비판했다.

12월 15일 김황식 국무총리(가운데)가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 창립 총회’에서 이홍구 조직위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이만의 환경부 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축하떡을 자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12월 15일 김황식 국무총리(가운데)가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 창립 총회’에서 이홍구 조직위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이만의 환경부 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축하떡을 자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 준비를 하는 제주도는 예산 부족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시시설 확충 사업(145억원) ▲생태탐방로 정비 및 자연생태 테라피 조성(170억원) ▲신재생에너지 구축(116억원) 등 행사 준비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불가능한 상태다.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약속을 했던 전시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공사는 2011년에 시작해야만 한다. 제주도 청정환경국 관계자는 기자에게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제대로만 운영됐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칠 것”이라며 “예산을 추가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장 시급한 전시시설 사업비가 늘어난 것은 환경부가 자초했다는 비판이 높다. 제주도는 10월에 WCC를 개최하기를 희망했다. 10월에 행사를 열 경우 가건물을 통해 전시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하지만 태풍이 많이 부는 9월에 행사를 열려면 영구적인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 환경부가 개최 일시를 앞당기는 바람에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환경부 WCC TF팀 관계자는 “2012년 예산안에 인프라 구축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이라며 “전시시설은 근처 호텔을 종합센터로 이용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제주도가 10월에 행사 개최를 희망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WCC는 ‘세계환경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국제회의로, 4년마다 열린다. 2008년 WCC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WCC에서 자연보전,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등을 논의하게 되는데, IUCN과 개최국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IUCN은 1948년 창설된 국가, 정부기관 및 NGO 연합체 형태의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다. 유엔총회 옵서버 참석 자격이 영구적으로 부여된 세계 유일의 국제 환경단체로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2008년부터 정부와 국회는 WCC를 따내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2009년 9월에는 국회의장 및 환노위 위원장이 IUCN 실사단을 만나 지원을 약속했고, 국회의원 299명의 지원특별법 제정 약속 서명서를 전달했다. 지난 3월 환경부와 제주도가 IUCN과 MOU를 체결했고, 지난 5월 김재윤 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 지원특별법’을 제정했다.

12월 15일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조직위에는 환경부 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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