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햇볕정책 지속됐다면 극단 대결 막아”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대북지원으로 남북대결 완화 효과 강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weekly 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관련해 “햇볕정책이 지속됐으면 이렇게 남북이 극단적인 대결상황으로까지 가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호전성을 하루 아침에 종식시킬 수는 없지만, 햇볕정책이 북한의 호전성을 고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5년 동안 북한에 1조4000억원 규모의 현물을 지원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퍼주기’라고 비판한다”며 “그 지원은 북한의 호전성을 줄이고 남북간 대결을 완화하는 데 많은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햇볕정책을 침몰시킨 이명박 정부가 이제 와서 남북관계가 잘못되면 햇볕정책 탓이라고 하면 안 된다”며 이명박 정부에 분통을 터뜨렸다.
북한 전문가인 이 전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냈다.

[커버스토리]“햇볕정책 지속됐다면 극단 대결 막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다.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체제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의 포격을 볼 때 한반도 냉전의 끝자락이 너무나 길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지난 3년 동안 이명박 정부 하에서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온 파국적 결과가 이번 사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다. NLL 지역은 남북한 분쟁의 화약고 같은 곳이다. 세계 수준에서 냉전체제가 해체된 1990년대 이후에 남북의 충돌은 NLL 수역에 집중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수역은 단호하되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관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 것이 이번 사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공격한 것 같다. 북한의 공격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추정을 하자면 가장 큰 목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리더십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다 아는 것처럼 후계자 김정은의 정통성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내적으로 김정은이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북한이 결행한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도 후계체제 과정에서 김정은의 강성 리더십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 대충 김정은의 ‘강성결단’에 대한 내부 선전을 통한 대내적인 리더십 강화작업은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았는데, 예측을 벗어나 이것이 남북관계에도 (연평도 포격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기회 편승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이더, 오어(Either, Or) 전략’이다. 즉 이것이 아니면 저것,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전략이다. 때문에 북한의 도발과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 제스처가 서로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복합적으로 함께 나오고 있다.”

햇볕정책 기조가 유지됐다면 이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햇볕정책의 승계를 거부했으며, 그 반대인 비핵개방3000정책을 천명했다. 당시 햇볕정책 전문가들도 통일부 자문단에서 대부분 제외됐다. 나는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만약 이 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했다면, (그리고) 이번 상황에 대해 나보고 책임지라면 질 용의가 있다. 그러나 이 정부는 3년 전에 햇볕정책 계승을 거부하고 그 반대의 정책을 썼기 때문에 우리가 책임질 일이 없다. 햇볕정책을 침몰시킨 정부가 이제 와서 남북관계가 잘못되니 햇볕정책 탓이라고 하면 안 된다. 햇볕정책이 지속됐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냐는 질문은 가상 상황을 전제로 한 질문이기에 대답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나는 햇볕정책이 지속됐으면 이렇게 남북이 극단적인 대결상황으로까지 가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돈으로 평화를 샀다, 햇볕정책이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물론 햇볕정책 자체가 만능은 아니다. 햇볕정책의 목표는 북한의 호전성을 감소시키고, 남북이 화해·협력으로 나감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루자는 것이다.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호전성을 하루 아침에 종식시킬 수는 없지만, 햇볕정책이 북한의 호전성을 고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북한에 1조4000억원 규모의 현물을 지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퍼주기’라고 비판한다. 그 지원은 북한의 호전성을 줄이고 남북간 대결을 완화하는 데 많은 효과가 있었다. 그것을 돈으로 평화를 샀다는 것으로 표현한다면, 평화를 살 수 있다면 왜 못 사겠는가. 그동안 박왕자씨 피살 사건, 천안함 사건, 연평도 공격 사건 등이 벌어졌는데 직접적인 피해 말고도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이런 큰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그러면 돈으로 평화를 사지 않아서 그랬나. 단순히 돈으로 평화를 살 수는 없다. 합리적인 정책, 전략적인 대북정책이 그것을 뒷받침해야 한다.”

연평도 공격과 관련해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합의한 10·4선언 중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안’이 떠오른다.

[커버스토리]“햇볕정책 지속됐다면 극단 대결 막아”

“중요한 것은 10·4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이행하기 위해 남북이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간에 관련 협상 틀이 가동되면 그 지역에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일각에서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는데 사실은 6자회담이 가동되는 동안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6자회담이 가동을 멈추어 기능부전 상태에 빠질 때 북한은 핵실험에 나섰다. 북한이 핵실험한 지난 2006년 10월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북한 자금 동결문제로 6자회담이 가동중단 상태에 있었으며, 지난해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6자회담은 휴업상태였다. 즉 6자회담이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상황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서해5도에 최첨단 무기를 배치하는 등 전력을 대폭 보강하기로 했다. 서해 5도 지역에 평화가 다시 찾아 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 5도는 전략적으로 우리가 방어하기 힘든 지역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의 턱 밑에 우리의 영토가 있기에 큰 위협이라고 여길 것이다. 북한은 황해도 일대에 대한 광범위한 군사배치를 통해 서해 5도를 다양하게 공격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제한되어 있다. 북측은 육지에서 광범위하게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있지만 우리는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의 특성상 전략적으로 그게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방어 중심의 작전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 서해 5도에서 발생하는 충돌에서 우리가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비전시상황에서 서해 5도에서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 다음에 충돌이 발생했을 때는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어태세를 철저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여권 일각에서는 연평도 포격도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참여정부 때 우리가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북한의 농축우라늄과 관련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거의 대부분 미국에 의존했다. 그러니 우리가 은폐하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을 이유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무효를 주장하고 우리가 10억 달러 이상을 이미 지출한 경수로 건설을 중단해왔기 때문에, 그것이 한반도 안보정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니 보다 신빙성 있는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한 적은 있다. 지난 2002년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가 방북한 이후에 북한이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확증적 자료는 제시된 적이 없었다. 우리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존재를 알고도 이를 은폐하거나 북한을 편들 이유가 없다. 지난 3년간 북한의 농축우라늄 개발 상황을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작년부터 영변에 건설했다는 농축시설도 까맣게 몰랐던 자신들의 책임은 돌아보지 않고, 그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두려우니까 과거 정권 탓으로 자꾸 돌리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중국이 6자 수석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한·미·일은 사실상 거부했다. 지금 상황에서 6자회담이 유용하다고 보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하는 것을 막을 때 우리에게 어떤 실익이 있나. 실제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만약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을 막으면 지금껏 그랬듯이 북한은 핵능력을 끊임없이 강화시킬 것이다. 우리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연평도 문제를 잘 관리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카드가 없다. 만약 6자회담이 재개되면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 진행을 막을 수 있는 동시에 연평도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다. 앞으로 시간이 좀 경과하면 관련국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6자회담을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북한의 호전적 행동을 제어할 정도로 강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은 북한의 경제를 돕고 북핵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쪽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북핵문제의 책임론을 북한의 일방론에서 북한과 미국의 동시 책임론으로 인식을 바꾸면서 대북정책을 전통적인 우호관계의 강화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이번에 농축우라늄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서방과 달리 미온적이다. 이처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북한을 직접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앞으로는 이러한 영향력도 커지겠지만). 현 상황은 북한의 체제 존립에 버팀목 역할을 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완화시켜주는 쪽으로 커지고 있다. ”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