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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중심 개혁, 하늘과 바다는 후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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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국방계획, 육·해·공군 균형 통합완성형 추구해야

이명박 정부의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국방정책의 핵심인사라는 점이다. 이상희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군 구조개혁안을 처음 설계했다. 김관진 내정자는 버웰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과 2012년 전작권 회수에 공동 서명한 인사다. 참여정부 시절 핵심인사가 이명박 정부에서도 중용된 사례는 국방·외교통상 분야를 제외하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전 정부의 인사를 중용하면서도 전 정부의 정책은 이어받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안을 수정했다.

참여정부 기조는 ‘협력적 자주국방’

2008년 10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에 열린 기념식에서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열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8년 10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에 열린 기념식에서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열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2월 2일 청와대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12월 둘째 주에 청와대에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열고 국방개혁에 대한 최종 보고를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밝힌 국방개혁은 2009년 6월 ‘국방개혁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것이다. 국방장관이 교체될 정도로 큰 파장을 몰고 온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이번주에 발표될 국방개혁안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과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졌던 ‘국방개혁 2020’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방개혁 2020은 2005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2006년 12월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로 제정됐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은 참여정부 국방개혁의 특징을 ‘형식상 법으로 택한 것’ ‘국회와 국민이 한국군의 현대화에 공개적으로 참여하고 그 진행 과정을 주시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참여정부의 국방정책과 국방개혁’이라는 글을 통해서다. 윤 전 장관은 이 글에서 “참여정부의 국방정책은 주권국가로서 자주국방을 추구하면서 한·미 동맹관계도 활용하는 소위 ‘협력적 자주국방’을 근간으로 했다”고 소개했다.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현대전 체계에 맞는 군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 무기를 도입해 병력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05년 현재 68만 명이던 군인 숫자를 2020년엔 50만 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었다. 지휘 단계 및 부대수 축소도 포함됐다. 육군의 군사령부, 군단, 사단 감축도 국방개혁의 일환이었다.

반면 지난해 6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진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선 전력화 후 부대개편’을 원칙으로 한다. 먼저 전력을 증강한 후 이어 인력과 부대 개편을 한다는 것. 이로 인해 육군의 인력감축이 계획보다 축소됐다. 국방개혁 수정안에서는 육군의 사업은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해군과 공군의 사업은 줄줄이 순연됐다. 군 전문가들은 “수정안이 육군에 치중됐다”고 비판했다.

육군 전력증강 신규 사업 눈길
국방개혁 기본계획과 원안의 차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선 해군의 전력은 뒤로 밀리거나 축소된 경우가 많았다. 해군 전력증강을 위해 계획됐던 KSS III(장보고급) 잠수함은 3척 확보에서 1척으로 축소됐다. 해군의 주요 함정인 호위함, 초계함, 고속정 등도 노후해 교체가 시급한데, 교체는 2011년 이후로 지연됐다. 소해함 추가 사업도 2013~2015년에서 2015~2017년으로 늦춰졌다. 소해헬기도 2012년 도입 예정에서 2014년으로 밀렸다. 이 외에도 해상작전 헬기, 차기상륙함, 상륙공격헬기 등의 전력화 시기가 순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의 전력화 시점도 뒤로 밀린 것으로 드러났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전력화가 계획됐던 글로벌호크는 2015~2016년으로 순연됐고, 2013년 전력화를 계획했던 공중급유기 도입도 1년 후로 연기됐다.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좌),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내정자(우)는 참여정부 국방정책의 핵심인사가 이명박 정부에 중용된 사례로 남았지만 참여정부의 국방정책은 이어지지 않았다. |경향신문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좌),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내정자(우)는 참여정부 국방정책의 핵심인사가 이명박 정부에 중용된 사례로 남았지만 참여정부의 국방정책은 이어지지 않았다. |경향신문

그러나 육군의 전력증강 사업은 삭감된 것도 있지만, 새로 착수되는 사업도 있어 눈길을 끈다. 구룡 다연장로켓포를 대체하는 차기 다연장로켓 시스템, 차기 자주포 사업 등은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새롭게 들어간 사업으로 알려졌다. 김종대 「D&D Focus」 편집장은 “재래식 지상전 능력 강화”라고 평가했다. 김 편집장은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지상전 능력을 강화한 것뿐”이라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미래를 관리하려는 것이 부족하다.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신학용 민주당 의원도 “미래를 대비하려면 공군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문제는 돈”이라며 “국방예산의 부족으로 육군의 전력 강화에 중점을 뒀는데, 우리 현실에 맞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무기체계 도입 지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011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을 통해 “국방개혁에 따라 전력구조와 함께 지휘구조, 부대구조, 병력구조가 동시에 변화하게 된다”면서 “지휘구조, 부대구조, 병력구조의 개편은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전력구조 개편만 지연될 경우 군 구조 상호간 불균형이 발생해 전력 공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것.

군 지휘부 개편도 육군 자리 늘리기?
육군의 전력 증강이 “방산업체 로비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주포, 다연장포, 전차, 공격용헬기 등의 전력증강 계획이 밀리지 않고 참여정부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은 방산업체의 목소리 때문이라는 것.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연평도에 전력을 증강한다면서 나온 무기들을 보면 국내 방산업체 무기가 많다”면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 해군과 공군의 전력은 순연됐지만 육군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국내 방산업체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인력 감축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군 규모를 50만 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51만7000명으로 바뀌었다. 육군 병력은 오히려 1만7000명이 최초의 원안보다 증가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해외파병부대다. 2005년에는 1160명으로 계획됐던 파병부대 규모가 2009년 6월에 3000명으로 늘어났다. 국방개혁의 핵심 목표가 군의 감축인데, 파병부대 규모는 오히려 확대된 것.

군 지휘부 개편안도 말이 많다. 지난해 합참 1차장 자리가 신설됐고, 합참 1차장은 합동작전본부를 관할하게 됐다. 문제는 합참 1차장과 합동작전본부는 육군필수직위로 구상한다는 점. 즉 작전 부분을 육군필수직위화하면 육군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합참 1차장의 신설도 전형적인 육군 자리 늘리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예비역 장성은 “육·해·공 전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전략전술적인 면에서 중요하다”면서 “다만 한정된 예산에서 전략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육군 전력의 증강이 중심이 된 것 같다. 국방개혁의 기본 방향은 육·해·공군의 전술적인 균형을 맞추는 통합완성형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비역 소장도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은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은 당장 현실적인 방안을 추구하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원양 해군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연안 해군을 키우자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신학용 의원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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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국방개혁 2020’이 관심을 받는데, 이 계획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방개혁 2020에 맞는 예산지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 국방개혁을 발표할 때 매년 9%의 국방예산 증가, 7%의 한국 경제성장을 전제로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금융위기 여파로 국방예산 증가가 어려웠다. 일명 부자감세로 세수가 5년 동안 60조원이나 줄어들었고, 4대강 예산을 확보하려다 보니 국방예산이 턱없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까 국방개혁 2020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방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게 문제다. 국방개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정부는 미국의 도움만 믿고 개혁을 뒤로 미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방정책에 대한 비판이 높다.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기 때문이다. 국방정책은 군의 사기를 우선시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정치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측면이 많다. 군의 사기를 올려줘야 하는 것이 뭔지 생각하지 않고, 정치를 먼저 생각하는 게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재래식 지상전 능력만 강화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육·해·공군의 전력증강을 적절히 배분하지 않았다. 북한이 만일 도발하면 공군이 먼저 나선 후 육군이 공격을 하게 된다. 공군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군의 전력은 미국에 계속 의존을 하게 되고, 이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생긴다. 육군 위주의 국방개혁은 빨리 바꿔야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회수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전작권을 회수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국민의 생각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재 모든 것이 한미연합사령부에 예속되어 있다. 우리 군의 의도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평시 작전권을 우리가 가져왔지만, 데프콘 3만 되어도 작전권이 한미연합사로 간다. 물론 미국의 도움 없이는 공군 전력을 유지할 수 없다. 전작권 환수의 베이스는 한미 동맹이다. 2015년 전작권 회수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예상하나.
“북한의 추가 도발은 있을 것으로 본다. 남북이 평화를 유지하든, 대결국면으로 가든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 추가 도발을 할 것이다. 이제는 확전의 위험성도 커졌는데,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전체제에서 만든 교전수칙은 확전의 방지 기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교전수칙을 바꾸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남한 ‘진돗개’는 북한의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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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데프콘, 워치콘…. 군사적 상황에 대한 용어다. 북한에서도 같은 상황에 대한 용어가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그런 자료를 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탈북자 단체를 통해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북한의 군사용어를 정리한 논문은 찾을 수 있지만, 경계나 준전시태세를 가리키는 북한의 용어는 찾기 힘들었다. 다만 탈북자 단체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단어를 들을 수 있었다.

북한에서 가장 높은 수위의 단어는 ‘전시태세’다. ‘전시태세 1’은 ‘선전포고를 하거나 직접적 군사행동을 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나라들 사이의 전쟁관계 또는 전쟁관계에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전시태세 2’는 ‘전쟁이 일어난 것과 관련하여 국가가 대내외 분야에서 일련의 긴급조치와 비상대책을 세운 상태’를 말한다. 그다음으로 높은 수위가 ‘준전시태세’로 ‘전시나 다름없이 정세가 조성된 상태’를 가리킨다. 그다음 수위는 ‘폭풍’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일반적으로 부대에서 비상소집을 할 때 사용한다. 폭풍은 1, 2, 3단계가 있는데 각 단계에 맞게 군인이 대응해야 할 행동지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서 사용하는 진돗개는 ‘비상경계명령’을 뜻한다. 국지도발에 대비해 특정 지역에서만 국한되어 사용한다. 진돗개는 평소 3등급을 유지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정규전에 대비한 전투준비태세를 나타내는 용어는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이다. 데프콘은 모두 5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데프콘 5’가 평상시다. ‘데프콘 4’는 대비 상태로 한국과 북한은 정전 상태이므로 항상 데프콘 4를 유지한다. ‘데프콘 3’은 중대한 긴장 상태나 군사개입 가능성이 있을 때 발령하고, 이때부터 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부로 넘어간다. 데프콘 2 상황에서는 전군에 탄약이 지급되고, 데프콘 1은 동원령이 선포된다.

워치콘(Watch Condition)은 북한의 군사 활동을 추적하는 정보감시태세로 4단계로 구분돼 있다. 워치콘의 격상은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 간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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