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옛날에는 이렇게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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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책 100선 / 역사스페셜 작가들이 쓴 이야기 한국사

학교도서관저널과 「Weekly경향」이 공동 기획한 ‘어린이·청소년책 100선’이 12월에는 어린이·청소년 전집 및 시리즈 분야를 소개합니다.

[문화기획]아하! 옛날에는 이렇게 살았구나

예전의 역사책은 통사 위주로 지루하고 암기해야 한다고 인식돼 어렵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역사책이 문화사, 생활사, 답사기 위주로 다양해지면서 대중화를 이루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시중에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역사 관련 서적이 범람하고 있다. 역사의 대중화 시대는 대중의 역사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역으로 좋은 역사책을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어린이 역사책은 어렵게만 여기는 역사를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접근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따라서 딱딱한 글 중심에서 벗어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을 다양화하는 편집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만화와 서술을 같이 배치한다든지,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사진·주석을 적절하게 활용해 역사책의 딱딱함을 없앴다. 그리고 학문적인 것보다 어린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사 서술의 형식을 선호한다.

그리고 왕 중심 대신 생활사나 주제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주제 중심은 자칫하면 연대기적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시키기는 불가능하므로 주제 중심으로 쉽게 접근했다가 학교에서 역사교육을 받을 때 가닥을 잡아가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이러한 어린이 역사책의 변화를 주도한 것은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 나라’라고 본다. 발간 당시부터 현재까지 어린이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 역사서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만하다. 이렇듯 역사를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은 대부분 고학년 위주가 많다.

‘역사스페셜 작가들이 쓴 이야기 한국사’란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시리즈는 초등학생들이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꾸민 50권 시리즈이다. 윤영수, 권기경, 정종숙, 최향미 작가는 역사스페셜 작가로 활동한 바 있어 제목에서부터 내용까지 역사스페셜처럼 우리가 통사에서 놓치는 미시적 생활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인물·유물 등 주제중심으로 설명
선사시대를 다룬 ‘한반도의 첫 사람 구석기 시대 흥수 아이’부터 대한제국 시기의 ‘의병장 윤희순’까지의 역사를 시대별로 구분하고 인물, 유물 등 주제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 제목도 서술적으로 달아 ‘천하무적 완전무장 고구려 철갑기병’,‘ 천하 으뜸 나라를 만든 왕중왕 광개토대왕’, ‘철의 나라 철의 여인들 가야의 여전사’, ‘왕의 여자 궁녀’, ‘박여인 살인사건’ 등 호기심을 끈다.

1권 ‘구석기 시대 흥수 아이’편은 충북 청원군 노현리 두루봉 흥수굴에서 구석기 시대 5살 정도 되는 아이의 인골과 돌망치, 동물의 뼈 화석, 국화꽃 가루 등 여러 가지 꽃가루가 발견되었는데 작가는 여기서 나온 발견물을 바탕으로 현대의 아이 욱이가 구석기시대로 들어가 흥수를 만나 겪는 코끼리 사냥, 석기 만드는 방법, 쌍코뿔소 사냥에서 죽게 되는 흥수를 모티브로 상상력을 끌어내어 이야기로 꾸몄다. 한편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흥수 인골, 두루봉 발굴 현장, 구석기의 석기들, 흥수굴에서 발견된 꽃가루 현미경 사진 등을 수록하고, 맨 뒤에 구석기 시대의 삶을 기록하였다.

이 시리즈에서 보이는 이야기 구성의 특징은 현재 어린이를 등장시켜 역사가 먼 옛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과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역사적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을 조화시킨 서사적 구조를 가지면서 그 당시의 생활사나 문화사, 역사적 사실들을 사진·주석 등을 활용하여 알려주고 있다. 이야기 서술 형식을 도입하다보니 자칫하면 허구적인 내용 부분까지 실제로 착각할 수 있는 오류를 잡기 위해 맨 뒤에 실제 사실과 시대적 배경을 상세하게 수록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이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되어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역사스페셜박물관’에 마련된 역사 지식까지 알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등학교 사서교사>

시리즈 기획자 김공희씨
“현재 아이들 현실과 이어져 있는 역사 이야기”

‘역사 스페셜 작가들이 쓴 이야기 한국사’는 총 50권으로 이뤄진 시리즈물이다. 2006년 12월 1권이 출간된 이후 올해 5월 마지막 권이 나오면서 완간됐다. KBS 다큐멘터리 <역사 스페셜>에 방영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이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총서 시리즈의 기획자는 베테랑 편집자 출신 기획자인 김공희씨(47)다.

[문화기획]아하! 옛날에는 이렇게 살았구나

김공희씨는 프리랜서 기획자다. 웅진그룹 아동 단행본 부문에서 10년 동안 편집자로 일하다 2004년에 독립했다. 프리랜서 기획자들은 특정 출판사에 소속되지 않고 출판 기획을 하는 이들이다. 출판사가 이들의 기획을 채택하면, 그 순간부터 본격적인 일이 시작된다.

프리랜서 기획자들은 대체로 출판 편집 및 기획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2000년 이후에 김씨 같은 프리랜서 기획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프리랜서 기획자들이 늘어난 이유로 김씨는 두 가지를 꼽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대형 출판사에서 구조조정을 하면서 출판사를 나온 이들이 많다. 한편으로는 외환위기 이후에 어린이 책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로 어린이책 출판시장이 커졌다. 두 가지 상황이 중첩되면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기획편집자들의 수가 늘어났다.”

이야기 한국사 시리즈 필자로 참여한 역사 스페셜 작가들은 윤영수, 최향미, 정종숙, 권기경 등 네 사람이다. 이 중 윤영수씨는 김공희씨의 대학 동기다. 김씨는 역사 스페셜 내용을 어린이용 책으로 만들 수 없겠느냐는 윤영수씨의 얘기를 듣고 구체적인 기획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야기 한국사 시리즈는 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에 이르는 시기 주요 인물이나 사건들을 동화라는 틀에 담아낸 역사 동화다. 김씨가 애초 구상한 것은 역사 스페셜 방송 내용을 비교적 원형 그대로 어린이용으로 바꾸는 것이었지만, 방송에 사용된 각종 그래픽 자료에 대한 저작권 문제 때문에 역사 동화로 방향을 틀었다.

공영 방송사 간판 교양 프로그램 작가들이 그간 방송한 대본을 들고 참여했으니 기본적인 내용의 충실성은 이미 확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관건은 그 내용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가 사실의 영역이라면 역사 동화는 픽션의 영역이다. 이 차이에서 생기는 어려움은 없었을까. “역사 스페셜에 이미 픽션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데다 작가들이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드라마 집필 경험도 갖고 있는 이들이어서 기본적인 틀을 짜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야기 한국사의 기본적인 얼개는 사건보다는 인물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김씨는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여성들을 재조명하는 데 비중을 두려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장희빈은 대표적인 악녀로 취급됐다. 이야기 한국사에서는 악녀가 아니라 남존여비의 유교중심 사회에서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간 여성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소서노, 가야 여전사들, 소현세자의 비인 강빈, 거상 김만덕 등 여성들을 시리즈에 최대한 많이 넣었다.”

이야기 한국사는 이야기 속 이야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대를 사는 어린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해 역사 속 이야기로 넘어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성이다. 가령 1998년 안동에서 발견된 무덤 속 미라에서 나온 편지를 소재로 한 37권은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이 고고학자들을 만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해 무덤 속 편지의 주인공 이야기로 넘어간다. “현실계에서 상상계로 갔다가 다시 현실계로 돌아오는 구성이다. 역사 이야기를 곧바로 제시하는 대신 지금의 일상 공간을 출발점으로 삼아 역사의 무대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박제화된 역사가 아니라 지금 아이들의 현실과 이어져 있는 역사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야기 한국사 시리즈는 한일강제병합 이전까지의 사건과 인물들만을 다뤘다. 김공희씨의 다음 작업은 근현대사를 다루는 것이다. 근현대편은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지금보다 분량을 키워 5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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