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는 유령섬이 됐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미 연평도를 도망치듯 떠났다. 전기는 복구됐지만 해가 진 연평도에 불이 켜진 집은 없었다. 전쟁이 나 피난을 떠난 마을처럼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골목에는 깨진 유리창이 나뒹굴고, 주인을 잃은 개가 짖는 소리만이 어두운 적막을 깼다. 최성일 대책위원장(47)은 “날씨는 추워지고 집도 파손돼 더 살 수도 없다. 꼭 남아야겠다는 사람들을 빼고 모두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연평도 820여가구는 하루 아침에 빈집들로 변했다. 주민등록상 인구 1756명, 실제 거주자만 1400여명이던 마을엔 20여명이 채 남지 않았다.
적막한 마을 뒤 초등학교 건물엔 공무원, 취재진, 자원봉사자들만 그득했다. 교실 한구석에는 생수, 라면, 빵 같은 구호물품 수십 상자가 쌓여 있었다. 그러나 이 물품들을 받을 주민은 없었다.
연평도 자주포 진지는 참혹하게 파괴된 상태였다. 북한군 해안포의 무차별 포격이 준 상처는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연평부대는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대부분 병사들이 막사와 포상 등 주요 군사시설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군의 벌컨포대 너머로 북한 지역 무도와 개머리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북한군의 포격은 멈췄지만 연평도는 여전히 위기감이 감돌았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