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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폐지노인 일감 뺏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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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소형가전제품 재활용 처리 서울자원센터로 일원화

서울시가 도시광산화사업의 일환으로 성동구에 설립한 서울자원센터(이하 SR센터)에 대해 “폐지 수거 노인들의 일감을 뺏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도시광산화사업이란 폐가전제품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것으로, 현재 서울시는 사회적 기업 컨소시엄에 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와 공공근로까지 동원해 폐소형가전제품 싹쓸이에 나서면서 저소득층의 유일한 일감마저 서울시가 독식하려 한다는 목소리다.

서울시가 SR센터를 통해 폐소형가전제품을 싹쓸이 하면서 '저소득층의 일감을 뺏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서울시가 SR센터를 통해 폐소형가전제품을 싹쓸이 하면서 '저소득층의 일감을 뺏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지난해 6월부터 폐금속자원 재활용사업을 추진해온 서울시는 성동구 송정동 서울시차량정비센터 내에 SR센터를 세웠다. 연간 처리 규모는 폐가전 3600톤과 폐휴대폰 60만대 수준. 지난해 6개월 동안 일반시민, 단체, 기업이 참여해 모은 폐가전은 220만대로 여기서 나온 희귀금속 수익금은 약 2억2000만원에 달했다. SR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에코시티 서울’은 (사)한국전자산업협의회, (사)재활용대안기업연합회, (주)SK가스의 사회적 기업 컨소시엄으로, 현재 성동구 주민 중 장애인, 저소득층 노인 및 여성 등 취약계층 60명을 채용한 상태다. 올해 목표는 7억원 수준이지만 10월 말 현재 4억원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R센터에 대해 “대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의 외피를 쓰고 있을 뿐”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민간기업의 이윤 창출을 도와주고,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재활용산업에 대기업이 뛰어들 수 있는 기회와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 실태 반영치 않은 ‘탁상행정’”
이러한 문제 제기는 서울시가 SR센터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 서울시는 서울시 전역에서 배출되는 폐소형가전제품 재활용 처리를 SR센터로 일원화하기 위해 2010년 7월 재활용품 수거업체(고물상) 업주들에게 소형가전제품을 매입하지 말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그리고 현재 서울시 전역에 ‘폐소형가전제품을 버릴 때는 주민자치센터에 연락하라’는 홍보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현장에선 “도시광산화사업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폐지를 수거해 판매하며 생활하는 노인들의 생계대책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의 이봉화 소장은 “폐소형가전제품이 가정에서 배출되면 ‘노인들→재활용품 수거업체(고물상)→개별 품목 구매업자(일명 나까마)→재활용 공장’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생계를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서울시가 만든 SR센터에서 창출한 일자리 수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데도 서울시는 이들의 소득 감소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반응은 “값비싼 재활용품이 고철로 바뀌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맑은환경본부의 담당 주무관은 “현재 폐가전제품을 고물상에서 취급할 때 돈 되는 것만 뽑고 나머지는 버리는 일이 잦아 환경오염이 심하다”며 “이 때문에 노인들의 생활과 관련된 사항이지만 그냥 앉아서 지켜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폐기물관리법에 의하면 소형가전제품에 대해서도 재활용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신고를 하는 고물상은 한 곳도 없는 실정. 이 때문에 환경부에서 내년 7월에 고물상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폐소형가전제품 수거와 분해를 SR센터로 일원화하더라도 노인들의 수거를 허용하고 적정가격으로 보상하는 방식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영표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광산화사업에 폐지 수거 노인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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