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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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피니언 50 & 서울대 명품 강의

자본주의의 승리와는 관계없이 경제학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은 <기로에 선 자본주의>에서 더욱 강해졌다.

파워 오피니언 50·웨인 비서·trans-FAT 옮김·뗀데데로 펴냄

파워 오피니언 50·웨인 비서·trans-FAT 옮김·뗀데데로 펴냄

"우주는 객체들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라 주체들이 모여 교감하는 곳이다.”(토마스 베리) 우리는 우주선 ‘지구’호에 산다. “우주선 지구호에 관한 정말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사용설명서가 딸려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벅민스터 풀러) 따라서 지구에는 ‘비상구’가 없다. 그렇다면 한 주체인 우리는 오늘과 미래를 향해 묻고 성찰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 시대는 절망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라 행동해야 하는 시대”(에르빈 라슬로)이기 때문이다. 목마른 이가 샘을 파야 한다.

여기 책 속에 길이 있다. 2008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속가능성 리더십(Sustainability Leadership) 과정은 야심에 찬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했다. 지속가능성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책 50권을 선정하고 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핵심적인 내용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3000명 이상의 리더십과정 동문들과 저명인사들이 선정에 참여했다. <파워 오피니언 50>은 바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우리 시대가 당면한 사회, 환경, 윤리적 문제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현재 우리의 딜레마는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번지수가 틀린 곳에서 답을 구하려”(재닌 M. 베니어스) 하고 있었다. 책 속에 책을 담았다.

이 책에 소개된 50권의 책들은 지난 50년간 지속가능성 논의가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했는지를 친절히 보여준다. 일례로 과거 <침묵의 봄> 등에서 주를 이뤘던 자원보존 윤리와 성장에 대한 경고는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논의로 진화했다. 자본주의의 승리와는 관계없이 경제학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은 <기로에 선 자본주의>에서 더욱 강해졌다. ‘서양에서 성공한 자본주의가 왜 다른 지역에서는 실패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자연자본주의>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발견한다.

책에 소개된 50권의 책들은 모두가 한국 사회에 번역되어 읽혀졌을까? 놀랍게도 19권이나 빠졌다. 이것이 성장신화에 깃든 한국 사회의 우울함일까. 한 권의 책에 할애된 지면은 그리 많지 않지만, 압축미는 강력하다. 세계적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 그동안 우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알도 레오폴드, 토마스 베리, 만프레드 막스 니프와 같은 저자들도 만날 수 있다. 국내 출간도서에 대한 안내는 조금 부족했다. 어려운 소형 출판사들의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건방떨기다.

서울대 명품 강의·최무영 외 17인·글항아리 펴냄

서울대 명품 강의·최무영 외 17인·글항아리 펴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소속 사회과학연구원이 있다. 2009년 여름 처음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향한 사회적 상상력과 교양’ 강좌를 개설했다. 한상진, 장달중, 정진성 교수 등 해당 분야의 석학들이 참여했다. 강의를 하고 강의록으로 묶어냈다. 제목이 현실적이다. <서울대 명품 강의>다.

윤순진 교수는 ‘겨울에 개나리 피는, 계절을 잃어가는 시대’를 얘기했다. “기후 변화는 1200만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화석연료를 30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소진해가고 있는, 자연의 흐름과 속도를 넘어선 현 산업사회의 삶의 방식에서 야기된 문제”라는 관점. 기후변화는 온실기체의 증가라는 대기의 물리화학적 조성 변화로 야기된 문제이지만, 그것은 본원을 파고들면 결국 사회, 경제, 문화의 문제로부터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결국 사회 변화에 달려 있게 되는 셈. 더한 충격이 있어야 할까. “모든 대안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사람들과 국가들이 현명하게 행동”(아바 에반)하니까 말이다.

<명품 강의>는 강의를 통해 역사, 생명 등 18개의 생각의 고리를 제시한다. 더 읽어볼 책들에 대한 안내가 고맙지만 앞선 책처럼 역시나 부족한 느낌. 올 한 해 출판시장을 구획해버린 <정의란 무엇인가>와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는 비판적 사유와 대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적 토대를 튼튼히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속의 책’과 ‘강의록’ 또한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재천<변호사> cjc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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