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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오면 오고, 말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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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군대 주둔 뉴스 현지여론의 큰 관심 못끌어

“우리나라만 시끄럽지 UAE 현지 사람들은 한국군 파병에 별 관심이 없다.”(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UAE 현지 미디어와 지식인 사회에서 한국군 파병에 대해 별다른 논쟁이 없는 것으로 안다.”(최영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청와대에서 UAE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청와대에서 UAE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사정에 밝은 국내 중동 전문가들은 한국군의 UAE 파병에 관한 현지 여론에 대해 “그곳에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에서는 논란이 거세지만, UAE 현지에서는 관심거리가 안되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자국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UAE의 특수성 때문이다.

UAE는 1971년 12월 영국의 보호령에서 독립한 아부다비, 두바이, 아즈만 등의 7개 국이 결성해 이뤄진 연방국가다. 수도는 아부다비. 두바이는 화려한 도시로 유명하다. 석유매장량 세계 6번째의 산유국이며, 인구는 500만명 정도. 이 중 자국민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인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 UAE의 군대와 경찰 중 70%가 외국인들이라고 전해질 정도로 UAE 현지에서는 외국인과 외국 군대가 낯설지 않다.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교민은 4300여명으로 추산된다.

UAE 군·경의 대부분이 외국인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UAE 군·경의 대부분이 파키스탄인과 인도인이다. 이외에 미국, 호주 등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이니 외국 군대가 온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신경을 쓰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길 명지대 교수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UAE는 분쟁 지역이 아니다. 한국군이 미국의 요청에 의해 가는 것도 아니고, 군사교육 훈련 요청에 의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UAE 현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파병이 경제적인 효과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의 반응은 어떨까. 두바이에서 일하고 있는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언론을 검색해봤다. UAE의 일간지는 Gulf News(영어), The National(영어), Khleej(아랍어), Itihad(아랍어) 등이 유력지다. 이외에도 BBC Arabic(영어), Gulf in the Media(영어), Aljazeera(영어), Moheet(아랍어) 등의 현지 언론과 두바이에서 발행되는 한인신문 DK저널(Dubai Korean Local Media)을 검색해본 결과 한국군 파병 소식은 그다지 큰 뉴스가 아니었다. 과거 한국군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을 때 UAE 현지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인 것과 비교해보면 조용한 편이라고 한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 소식을 대서특필한 UAE 신문들. |연합뉴스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 소식을 대서특필한 UAE 신문들. |연합뉴스

Gulf News와 The National의 경우 ‘한국군 파병으로 두 나라의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제의 기사가 올라왔다. The National지는 지난 11월 10일자 기사에서 “한국이 미국, 프랑스, 일본을 제치고 UAE 원전 건설 수주를 따냈다”면서 “UAE가 미국과 우호적인 한국을 선택해 미국과의 좋은 관계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11월 11일자 Gulf News는 ‘남한과 UAE의 깊은 우호관계’라는 기사를 통해 UAE와 한국의 경제 발전을 비교하면서 양국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쟁을 겪은 후 급속한 경제 발전을 통해 세계 경제의 리더가 된 한국과 사막뿐이었던 UAE가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이 된 과정이 비슷하다는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al-sharq, alriyadh, dp-news 등의 언론에서는 “한국군이 Al Ain 지역에 주둔한다” “한국군의 UAE 파병을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한국군이 파병을 하는 이유는 UAE 원전 건설 기업과 직원을 보호하고, UAE 군사교육 훈련 협조를 위해서” “한국군은 주둔 캠프, 훈련장, 항공기, 병원 등을 무료로 사용할 것”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11월 14일자 DK저널에 나온 한국군 파병에 관한 기사는 연합뉴스를 인용 보도한 것이었으며, 이와 관련한 논란은 다루지 않았다.

두바이 진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정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치안은 오히려 한국보다 안전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테러단체가 UAE에 들어오는 것이 비자 문제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파병 소식을 듣고 현지 언론을 확인해봤지만 파병 관련 뉴스를 찾기 힘들었다. 현지인들도 한국군 파병 소식을 잘 모른다.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씨는 또 “한국군이 주둔하는 것으로 알려진 Al Ain 지역에 있는 협력업체 직원들도 파병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한국 교민 및 한국인 직원은 한국 뉴스를 접해서 그런지 한국군 파병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현지인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지인들 한국군 파병 잘 몰라
KOTRA 두바이 주재원 주모씨 역시 “UAE 현지인들은 한국군 파병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다”면서 “현지 언론이나 지식인 사회에서 한국군 파병에 대해 논쟁이 벌어진 것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UAE 현지에서는 한국군 파병 논란이 벌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을 UAE에 파병했을 때 핵 문제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UAE와 이란은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지난해 1월 미국과 UAE가 핵 협력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핵 문제로 이란을 제재했다”며 “이란 문제는 쉽게 생각할 게 아니다. 중동 국가에 군사협력을 위해 파병을 한다는 것은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정민 교수는 “이란과 UAE의 관계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면서 “이란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파병을 한 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파병으로 얻는 경제적인 이익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군대 파견은 분쟁지역이 아닌 비분쟁지역에 군사협력과 국익 창출을 목적으로 파견하는 새로운 파병 개념의 첫 사례.” 11월 4일 국방부가 발표한 ‘한국군 부대 UAE 파견 설명자료’에서 기존 파견과의 차이점을 설명한 내용이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이번 UAE 파병안이 국회 동의를 얻게 되면 분쟁이 없는 곳에 국군을 파병하는 첫 사례로 남을 것이다. 동시에 ‘상업적 목적에 따른 군대의 해외 파견’이라는 첫 사례로도 기억될 것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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