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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3년간 10기 수출 ‘장밋빛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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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이어 터키 수주 불발… 비용·공기 탓 대량건설 불가능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업적으로 원전 수주를 꼽고 싶다. 30년 만에 원전 수입국에서 수출국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이 정권의 공로가 아니냐.”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UAE 원전 수주 소식을 전하자 한전 직원들이 일어서서 기뻐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지난해 12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UAE 원전 수주 소식을 전하자 한전 직원들이 일어서서 기뻐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2012년까지 10기,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세계에 수출할 것”이라고 누차 밝혔다.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 성장동력으로 원전 수출을 전략화하여 ‘세계 3대 원전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장밋빛 구상이다. 지경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4월에는 ‘원자력 수출진흥과’라는 담당부서까지 신설했다.

그런데 지난 G20 정상회의까지 마무리지을 것으로 예상했던 ‘터키 원전 수주’는 결국 불발되었다. 이미 지난 5월, 요르단 원전 건설 수주에서 한국은 고배를 마셨다. “80기를 수주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장밋빛 환상이다. 요행히 UAE 원전 건설을 수주했지만, 혹 차후에 수주가 가능하다면 1~2기 정도나 더 가능할까,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단언했다.

“2030년까지 80기 해외건설” 뻥튀기
그가 한국이 실제 더 수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재정’, 즉 돈 때문이다. “일본은 베트남에서 원전을 수주하면서 85%까지 저리융자를 해주기로 했다. 여기에 공적개발원조(ODA)로 들어가는 돈도 있다. 원전 건설은 자동차와 달리 박리다매가 불가능하다. 설령 수주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건설 기간이 적어도 5년 이상 걸린다. 그러기 때문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수주해 건설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대표가 ‘80기 수주 허구론’을 펴는 이유다.

국제원자력업계의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한전 컨소시엄의 UAE 원전 수주는 꽤 화제를 모았다. 양이원영 환경연합 에너지기후팀 국장은 말한다. “그들도 자극을 받은 것만은 확실하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1월 말 ‘한국의 원전 수주와 세계 핵에너지 시장’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수주에 실패한 아레바 CEO가 “가격경쟁력 면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고 회고한 내용을 인용했다. 한국이 입찰 때 써낸 가격과는 도저히 경쟁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는 “그 후 한전 컨소시엄이 어떻게 가격을 낮출 수 있었는지 부품과 공정혁신 등에 대한 논의가 업계에서 많이 이뤄졌다”고 전하고 있다.

그런데 아레바 CEO의 실토에 다른 ‘함의’는 없었을까. 당시 언론 보도가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 UAE가 프랑스 아레바 쪽으로 기울자, 이명박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협상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지휘의 내용은 ‘단가를 낮추라’는 것이었다. 아레바는 당시 얼마를 써냈을까. 국제원자력업계의 추정에 따르면 아레바가 써낸 액수는 360억 달러. 건설에만 들어가는 비용이다. 한국이 써낸 200억 달러(나중에 한전 측은 주주들에게 수주금액을 186억 달러라고 밝혔다)에 비하면 45% 이상 비싼 금액이었다. 거기에 공기도 아레바는 최소 58개월을 예측했지만 한국은 48개월을 써내 어드벤티지로 작용했다는 뒷이야기다. 단가나 공기 결정에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UAE 원전 수주는 출혈경쟁 수주였다.” 양이원영 국장은 단언한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원전 수주액의 연간 국내파급 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 186억 달러 중 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 쪽으로 가게 되어 있는 40억 달러(추정치)를 제외하면 건설비용은 146억 달러다. 원전 건설 기간은 10년. 즉 연간 건설비용은 14.6억 달러다. 향후 60년 동안의 운영비용 200억 달러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3억 달러다. 둘을 합친 연간 예상수입 합계는 17.9억 달러다. 양이 국장은 “리니지게임이 지난 2008년 한해 수출한 액수가 10억 달러였고, 또 올해 충남도가 돌파를 목표하고 있는 수출액 규모가 100억 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17.9억 달러는 그리 큰 액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자동차 100만대 수출에 맞먹는 효과’ 등의 찬사는 뻥튀기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는 “더 큰 문제는 그 예상 연간수입에 대비했을 때 지출을 따지면 결국 적자수주를 국민 세금으로 메운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전 컨소시엄의 수주가 국제사회에 자극제가 된 것만큼은 틀림없다. 지난 10월 22일, 일본에서는 도쿄전력, 간사이전력 등과 히타치, 미쓰비시, 도시바 등이 공동출자한 ‘국제원자력개발사’가 설립되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한국이 UAE에서 원전을 수주하고, 또 베트남에 건설 예정인 4기 중 2기 수주를 러시아가 따낸 것에 대한 일본 내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 업계 풀이다. 양이 국장은 “터키 원전 수주 불발의 경우 일본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를 방문한 일본의 장관이 터키와 같이 지진이 많은 일본이 내진설계 등에서 강점이 있다고 적극 설명했고, 또 건설비용과 관련해서도 귀에 솔깃한 이야기를 건넸다는 것이다.

장래는 밝지 않다. 이헌석 대표는 말한다. “사실 한전의 수주는 거의 기적과 같은 것이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와 3개(히타치-GE, 도시바-웨스팅하우스, 미쓰비시중공업-아레바)로 재편된 세계 시장의 구도에서 한전의 수주는 나머지 업체들에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졌고, 긴장과 경계를 더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는 한국이 파고들시장은 실제로는 ‘마이너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파급효과 미미·혈세 지출 위험
한국 원자력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것이 있다면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토목기술이다. 그런데 2017년이면 중국이 원전 수주 시장에 나오게 된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도 앞으로 원전 수출 전망을 낙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11월 12일 폐막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행사. 원래 한국은 G20 기간까지 터키와 원전 수주 문제를 마무리지으려고 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박민규 기자

지난 11월 12일 폐막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행사. 원래 한국은 G20 기간까지 터키와 원전 수주 문제를 마무리지으려고 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박민규 기자

그러기 때문에 UAE와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느냐는 중요하다. 향후 한국의 원전 수출에서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먀(松山)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그 계약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원자력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모니터해왔다.(인터뷰 참조) 우선 첫째는 60년간 가동 보증문제. 60년이면 사실상 원전의 수명 전 기간이다. 장 교수는 “일본 기업들은 민간회사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아서 감당도 못할 조건이고, 또 주주가 반발하기 때문에 사업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계약”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고정가격 문제다. 인플레가 높은 중동지역에서 인건비, 자재비가 올라가면 고스란히 우리 측이 부담을 지게 된다. 게다가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로 유입이익이 역시 떨어지게 되며, 또 한편 건설 중 예상 밖의 사고나 조사 부족으로 비용이 늘어나도 그 역시 한국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연배상금의 문제다. 지연배상금 문제는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우려다. 양이 국장은 바로 한국의 경쟁상대였던 아레바가 핀란드에 지었던 원전(오킬로토) 사례를 거론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갔는데, 결국 아레바는 자회사를 매각해서 비용을 충당했다.”

만약 우리가 수주한 UAE의 공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향후 60년 동안에 사고가 생긴다면? 이헌석 대표는 말한다. “고스란히 한전이 책임을 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전은 국회로부터 국정감사도 받는, 국민의 세금을 쓰는 공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과로 한껏 선전했던 수주가 최악의 재정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국가총력전 파병 끼워팔기 논란도
원자력업계의 시각은 어떨까. 이번 수주에 참여한 한 회사 관계자는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재야인사들’이라고 불렀다. “그 사람들은 (원전 수주 문제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사실과도 맞지 않다. 이를테면 기술이 없어 로열티로 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에 돈을 지불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쪽(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을 수주를 위해 전략적으로 하청으로 끼워넣은 것이다.”

‘저가계약’ 논란 등에 대해 지경부 원전수출진흥과 관계자는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 수 없다”며 “다만 한전 컨소시엄에는 현대건설, 삼성 등 여러 민간기업이 참여했는데, 수익성이 없었다면 그 기업들이 참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병논란을 포함, 원전 수주는 어차피 ‘토털 사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러시아가 수주할 때도 잠수함 제공을 조건으로 걸었다. 나머지 2기를 일본이 가져가면서 약속한 것이 항만 건설이다. 아레바가 UAE 원전 수주에 나섰을 때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루브르박물관 분관을 UAE에 개설하든지, 전투기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단지 플랜트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이헌석 대표는 “설령 ‘토털 사커’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파병 같은 사안은 과거 이라크 때도 논란이 되었듯 누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주 당시에는 논의 사실을 부인하다가 말을 바꿔 갑자기 파병 이야기가 나왔다”며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국민들의 짐과 부담으로 돌아오는 이런 결정의 후과를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 마쓰야마(松山)대 경제학부 장정욱 교수
“기간내 완공 하늘 별따기, 지연배상금 우려”


[커버스토리]원전 3년간 10기 수출 ‘장밋빛 착각’

한전 컨소시엄이 UAE 측과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계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로 일본쪽 업계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을 조사했다. 원자력과 관계되는 전문잡지나 경제지 등에서 나오는 자료를 인용했다. 이를 테면 고정가격 문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회사는 세 그룹이다. 미쓰비시와 아레바, 히타치와 GE, 그리고 도시바와 웨스팅하우스다. 그런데 UAE 당시 도시바는 입찰하지 않았다. 입찰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 국내의 원전관계로 바쁜 것도 있었지만 두산중공업에 기술을 공급하는 것으로 실리를 찾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일본쪽에서 한국의 수주를 놓고 생각할 때 거의 덤핑으로 생각하는가.
“일본쪽 시각은 대체적으로 그렇다. 가격문제는 일본과 프랑스를 비교했는데, 프랑스 아레바 것은 APR 1400으로 한국과 같다. 반면 GE 쪽은 같은 경수로라도 한국에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 가격비교는 힘들다.”

공기가 늘어났을 때 비용부담 문제도 우려했다.
“한전쪽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손해 안보게끔 계약을 맺었다고 말하는데, 흘러나오는 계약의 내용엔 공기가 연장될 경우 지연손해배상금을 물도록 명시되어 있다. 물론 공기를 단축하면 한달에 얼마씩 돈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중동에 우리나라 건설회사가 있으니 프랑스에 비해 토목공사는 싸게 할 수도 있다. 그 점은 나도 인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중동 건설 경험을 살려 공기단축을 지시했을 것 같다.
“여러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건설 장소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한전 측은 미리 그쪽도 조사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일본도 그렇지만 지진대가 뒤늦게 발견되는 등 일반적으로 원전은 예정된 건설 기간 내에 건설된 사례가 거의 없다.”

왜 이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경제학을 하면서 원자력의 경제성 분석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원자력 과학 쪽의 논문들을 많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한수원 쪽 사람들과도 친하다. 그쪽 사람들과 만나 ‘조금씩 지으면 아무 소리 안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사용 후 폐연료 재처리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가 나 대신 문제제기를 했으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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