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세계로 떠나는 첫걸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어린이·청소년책 100선 <명화로 만나는 알쏭 달쏭 신기한 그림> <사람이 있는 곳에 흘러라 우리 음악><(동화작가 조성자와 떠나는) 루브르 박물관>

학교도서관저널과 「Weekly 경향」이 공동 기획한 ‘어린이·청소년책 100선’이 11월에는 어린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10권을 선정해 저자 인터뷰와 함께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문화기획]예술의 세계로 떠나는 첫걸음

이제 학생들과 선생님들 모두가 기다리는 길고 긴 겨울방학이 다가옵니다. 반면 ‘그 긴긴 겨울방학 동안 도대체 아이들과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까?’ 하고 고민을 하는 부모님들도 많이 계시겠죠? 요즘엔 어린이들 대상의 체험 프로그램도 많고, 뮤지컬이나 음악회, 전시회도 많이 열립니다. 아이들과 답답한 방안에서만 씨름하지 말고, 혹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원순례만 하지 말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방학나기가 될 듯합니다. 하지만 ‘뮤지컬, 음악회, 전시회, 박물관… 그런 곳들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야! 난 예술은 하나도 모르는 걸!’ 하는 어린이들과 부모님들께 예술에 대한 첫 걸음마를 떼기 적당한 책 3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명화로 만나는 알쏭 달쏭 신기한 그림>(호박별 글/문지후 그림/시공주니어)은 그런 의미에서 첫 걸음마를 떼기 적당한 책입니다. 신기한 그림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르게 그려요’, ‘사물로 표현해요’, ‘숨은 뜻이 있어요’. ‘점으로 그려요’, ‘빛으로 그려요’ 등의 작은 주제로 나뉘어 있어 각각의 소주제별로 대표적인 화가와 작품, 화풍 등에 대해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독후활동으로,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에펠탑을 화가마다 다르게 표현한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각각의 에펠탑은 어떤 느낌을 주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듯합니다.

그럼 이번엔 우리 국악에 대해 알아볼까요? <사람이 있는 곳에 흘러라 우리 음악>(남화정 글 /홍선주 그림/낮은산)은 아직은 낯설기만 한 우리 음악에 대한 지식정보책입니다.

우리 음악의 다양한 모습 보여줘
1장에서는 국악이라고는 초등학교 때 배우는 단소가 전부인 대부분의 어린이들에게 열두 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피구에 비유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2장에서는 임금님의 행차나 제사와 같은 중요한 행사에 쓰이는 음악에 대해, 3장에서는 어린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강강술래나 풍물놀이, 탈놀이 등의 축제음악, 4장, 5장에서는 일노래와 놀이음악에 대해 다룹니다. 6장에서는 세계인들 모두 즐길 수 있는 사물놀이와 퓨전음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 우리 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음악 CD가 부록으로 들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노래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음악회 전에 들어두면 좋겠죠?

자, 그럼 눈을 돌려 멀리 다른 나라로 날아가 볼까요? 이번엔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 <(동화작가 조성자와 떠나는) 루브르 박물관>(조성자/시공주니어)입니다. 루브르에서 최고 걸작이라고 불리는 82점의 그림과 조각품, 유물들을 골고루 선정해 어느 한 시대나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도록 배려한 점이 가장 돋보입니다. 또 박물관이라는 곳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녹색운동화’, 볼펜 ‘보라둥이’, ‘파리 바람’ 등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상식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어린이들의 역사상식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작품 하나를 보아도 꼭 정면에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옆면, 뒷면 등 다양한 구도에서 작품을 감상해야 그 작품을 온전히 볼 수 있다는 설명도 유용합니다.

“예술만큼 세계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예술만큼 확실하게 세상과 맺어주는 것도 없다”.(괴테)

이번 겨울, 복잡한 일정을 하루쯤 뒤로 미루고 따뜻한 겨울햇살을 맞으며 아이들과 함께 예술의 세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항상 시작은 어렵지만 첫 걸음을 뗀 후 어느 순간에는 달릴 수 있을 테니까요.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입니다.

이순주<서울 영훈초 사서교사>

<사람이 있는 곳에 흘러라 우리 음악>
저자 남화정씨 “국악 어려서부터 접하면 어렵지 않아”

[문화기획]예술의 세계로 떠나는 첫걸음

남화정씨(39)는 방송작가다. 지난 2001년 국악전문 라디오 채널인 국악방송에서 방송작가 일을 시작한 이래 9년째 국악 프로그램 전문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남씨는 국악고등학교에서 거문고를 배우기 시작해 대학에서도 거문고를 전공했다. 그런 그가 거문고 줄 대신 펜을 손에 쥐게 된 건 미리 예정된 일은 아니었다. “방송국에서 국악 관련 프로그램 작가 일을 하던 선배를 도와주다 국악방송이 개국하면서 방송작가가 됐다.”

국악방송에서 그가 처음으로 맡은 일이 ‘국악은 내 친구’라는 제목의 어린이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 작가로만 4년을 일했고, 그 뒤 국악방송의 몇몇 프로그램을 거쳐 지금은 KBS 라디오 ‘흥겨운 한마당’ 작가로 일하고 있다.

<사람이 있는 곳에 흘러라 우리 음악>은 남씨가 처음으로 쓴 어린이책이다. 원고를 쓰는 데는 1년이 걸렸지만, 그 원고에는 방송작가 일을 시작한 후 그가 쌓아온 공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내용 또한 어린이책 치고는 상당한 정보량을 담고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말을 걸듯 조곤조곤한 경어체로 쓰여져 있다는 점만 빼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평이한 수준의 국악 교양서로 읽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가령, 국악의 기본음인 황종 음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대나무를 구해 기장 낱알을 1200개 넣은 후 그 길이만큼 잘라서 단소나 금처럼 불었을 때 나는 소리가 황종 음이다. 이 때 사용한 대나무는 황종 율관이라고 한다. 이 기본음은 도량형의 구실을 하기도 했다. 황종 율관에 기장 낱알 10개를 더한 길이는 길이를 재는 척도인 1자가 됐다. 이 황종 율관의 부피는 1작이라 했는데, 100작은 1되, 1000작은 1말이다. 황종 율관에 물을 가득 부었을 때의 무게는 무게를 재는 단위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책에는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을 두루 포함해 국악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사실은 엄마들이 먼저 읽고 국악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문화기획]예술의 세계로 떠나는 첫걸음

국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국악의 대중화다. 남씨는 어릴 때부터 국악을 접하도록 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질적인 인프라가 대중음악이나 서양고전음악에 비교해 열악하다. “국악공연은 조건도 열악하고 퓨전 공연이 아니면 일반인들이 어렵게 느끼는 수가 많다. 어려서부터 국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그렇지 않을 텐데, 안타깝다.”

국악 중에서도 특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궁중음악인 정악이나 양반들의 풍류음악인 영산회상 같은 것들이다. 정악이나 영산회상의 기본 정신은 ‘낙이불음 애이불비(樂而不淫 哀而不悲)’라고 한다. ‘기뻐하되 지나침이 없고 슬퍼하되 비탄에 빠짐이 없다’는, 과잉과 극단을 경계하는 자세다. 그러다보니 음악 자체가 느리고 밋밋해, 숙련되지 않은 감상자에게는 수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남씨가 퓨전국악에 호의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퓨전 국악을 사탕에 비교했다. “한약을 먹고 나면 사탕을 입에 넣는다. 정통적인 국악을 대중들에게 곧바로 소화하라고 하긴 어렵다. 퓨전 국악은 우리 전통 악기의 소리와 전통 음악의 장단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해주는 사탕 구실을 한다.”

남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좀더 쉬운 내용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와 협의 중”이라면서 “앞으로는 전통악기와 전통악기의 명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문화기획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