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예산안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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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회복·4대강 사업 등 논란

5%대 경제성장률 근거로 편성 ‘지나치게 낙관적’ 지적

정부는 ‘2011년 예산·기금안’과 ‘2011~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의결해 지난 10월 1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은 국정 핵심과제인 공정사회와 친서민정책에 맞춰 서민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문에 재원 투입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중점을 두는 한편 적극적인 세출 구조조정으로 2011년 재정수지를 올해보다 개선하는 동시에 2013~2014년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4대강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이포보 공사 현장. |정원식 기자

4대강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이포보 공사 현장. |정원식 기자

그러나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5%대 경제성장률을 근거로 편성되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또한 복지 분야에 재정투입이 치중되어 재정건전성 회복과 성장 기반 확충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즉 ▲서민경제살리기 ▲성장기반 확충 ▲재정건전성 회복이라는 서로 상충될 수 있는 정책 목표들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1년 정부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예산 총량 부문에서 예산과 기금을 포괄한 총수입은 2010년 대비 8.2% 증가한 314조600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조세부담률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인 19.3%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11년 지출규모를 2010년 대비 5.7% 증가한 309조6000억원으로 총수입 증가율 8.2%보다 2.5%포인트 낮게 편성함으로써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총지출 309조6000억원 편성
2011년 예산안은 현 정부 집권 후반기 정책기조에 따라 친서민, 미래성장동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총지출 309조6000억원의 분야별 재원배분을 살펴보면 보건·복지 분야가 86조3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27.9%)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반공공행정 53조2000억원 ▲ 교육 41조3000억원 ▲국방(일반회계) 31조3000억원 ▲SOC(사회간접자본) 24조3000억원 ▲농림수산식품 17조7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15조2000억원 ▲R&D(연구개발) 14조 9000억원 ▲공공질서·안전 13조6000억원 ▲환경 5조7000억원 ▲문화·체육·관광 4조1000억원 ▲외교·통일 3조 7000억원 등이다.

내년 정부의 예산안은 예년과 비교할 때 예산총량면에서 무리가 없는 듯 보이나,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도 많다. 논란이 예상되는 주요 쟁점으로는 재정건전성 회복 여부, 4대강사업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서민정책 중심의 복지예산,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한 재정지원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2011~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관리대상수지 적자규모는 점차 축소되어 2013~2014년에 균형재정이 달성되며,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점차 감소함에 따라 일반회계 적자 국채 증가도 대폭 낮아져 국가채무비율(GDP 대비)이 2014년까지 30%대 초반 수준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중기 재정운용계획은 전망의 전제가 되는 지출증가율이 보수적으로 책정된 반면, 경제성장률 및 총수입 증가율이 낙관적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둔화돼 4% 성장도 쉽지 않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경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좌우될 소지가 크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 기여도가 가장 높은 부문은 수출이었다. 그러나 원화 강세, 원자재가격 상승, 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의 대외적인 불안요인이 상존해 수출 둔화가 우려되며, 잠재성장률이 3% 후반대로 둔화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5%의 경제성장률을 기초로 한 재정건전성 제고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슈와 논점]2011년 예산안 쟁점

둘째, SOC 지출은 올해 25조1000억원에서 내년 24조3000억원으로 8000억원이 줄어든다. 이러한 감소분은 SOC 분야에서 도로부문으로, 이 부문의 지출감축액 8152억원(8조38억원 → 7조1886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특히 신규 도로 투자사업이 내년에는 하나도 없는데, 신규 도로 예산을 하나도 담지 않은 것은 건국 이후 처음이다.

이에 대해 4대강사업 예산을 살리기 위해 신규 도로 투자 예산을 희생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예로 SOC 예산 규모는 8000억원이 줄었지만 4대강 사업 예산안이 올해 보다 1.9% 증가된 3조2800억원으로 책정되었고, 수자원 부문 예산이 올해 5조1076억원에서 5조2092억원으로 1000억원이 증가된 것을 들고 있다. 또한 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SOC 투자가 위축되면 성장잠재력 확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SOC 지출 줄고 4대강사업은 늘어
셋째,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대한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6.2%(5.1조원) 늘어난 86조3000억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이는 12개 분야 중 예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친서민 관련 8대 핵심사업에 배정된 예산이 32조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1%(3조원) 증가돼 전체 재정지출 증가율 5.7%를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안 증가율 6.2%는 올해 증가율 8.9%보다 낮고 전체 증가액 5조1000억원의 상당부분이 공적연금(2조2111억원), 기초노령연금(1016억원), 실업급여(112억원) 등 의무적 지출 증가분이 차지하고 있어 복지 강화라는 정부의 설명에 설득력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다른 한편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복지분야 예산지출은 의무지출 비중이 높아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려운 하방경직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지속적으로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부는 부채 규모 117조원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내년에만 1조2000억원의 재정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기업 부채를 국민 세금으로 갚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며, 이와 동시에 공기업 부채는 국민의 세금으로 갚을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기존 방침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현재 정부의 공식적인 국가채무 산정 기준에는 공기업 부채가 포함되지 않지만, 공기업 부채에 대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공기업 부채 관리 문제와 관련하여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헌법상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심의·의결해야 한다. 앞으로 한 달 남짓한 기간의 빠듯한 일정으로 나라 살림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2011년 예산안은 쟁점 사항이 많은 예산안인 만큼 심의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990년 이후 예산안 심의가 법정시한 내에 처리된 것은 5차례에 불과해, 이번 정부 예산안의 국회 심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주현 입법조사관<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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