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해 실크로드’의 물류거점 평택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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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이 비상하고 있다. 환서해권의 허브항으로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천혜의 입지조건과 한·중 양국의 교역량 증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투자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져 예상보다 빠르게 그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들.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들.

우선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화물처리량이 평택항의 자랑이다. 화물처리량 신장률은 전국 28개 국제무역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2000년 이후 매년 화물처리량은 33%씩 늘어났다. 한마디로 폭발적 성장세다. 같은 기간 연평균 화물처리량 증가율이 부산항은 5%, 광양항은 9.6%, 인천항은 12.8%, 울산항은 3.6%에 지나지 않았다. 2009년 평택항의 물류처리량은 6.0% 늘어났다. 2008년 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평택항은 2009년 전국 무역항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물동량이 늘어난 항만이다. 다른 모든 국제항은 물류처리량이 줄어들었다. 올해 물류처리량은 지난해에 비해 19.6%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다른 항만의 물류처리 증가율을 압도하는 수치다.

올해 들어 물류 유통량 실적은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경기평택항만공사에 따르면 올 9월 말 현재 평택항의 누적 컨테이너 물동량은 33만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20%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컨테이너 화물처리량은 43만TEU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4만2541TEU를 기록해 월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처리량 증가가 두드러진다. 지난 9월 선적과 하역된 자동차는 6만4889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3738대)과 비교해 108%가 증가했다. 서정호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은 “현재 평택항은 국내 자동차 처리 부분에 있어 울산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머지않아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장세는 정부의 예측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제3차 항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중장기 항만 물동량 예측’에서 평택항 컨테이너 예측 물동량의 연평균 성장률을 13.7%로 예상했다. 그러자 평택시의회는 지난 8월 “평택항이 지역경제 발전과 새로운 국책 항만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평택항의 성장세를 감안한 컨테이너 예측 물동량을 상향조정해 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현재 평택항은 연간 5200만톤(2009년 말 현재)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국내 국제항만 28개 무역항 중 전체 물동량 처리 기준 6위, 컨테이너 처리량 5위, 자동차 처리량 2위다. 향후 평택항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동북아 물류 거점 및 환서해권 중심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해 왔던 기반시설이 곧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정부는 날로 신장되는 대중국 교역 전초기지 역할 수행을 위해 2011년까지 총 3조3000억원을 투입, 1억500만톤의 하역 능력을 갖춘 총 52선석(현재 11선석)의 대형 항만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 시설이 완공되는 2011년에는 1억1224만900톤, 2015년에는 1억4965만톤의 물동량 처리를 예상하고 있다. 경기도도 2020년까지 항만 배후단지 조성과 함께 항만 이용자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마린센터 건립 등 항만시설 건설에 3조여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내 3대 국제무역항 성장성 평가
경기도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 사이의 아산만 깊숙한 곳에 위치한 평택항의 역사는 깊지 않다. 20여년 전 고기잡이 배가 드나들던 작은 포구였다. 1986년 12월 액화천연가스선이 입항하면서 국제무역항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제무역항으로서의 연혁은 약관의 나이를 넘었을 뿐이다.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만들어진 지는 고작 6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부산신항, 광양항과 함께 3대 국제무역항으로 지정했다. 그만큼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평택항이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는 배경으로 무엇보다 좋은 자연 입지를 꼽을 수 있다. 소비의 중심 수도권 시장을 배후에 두고 있다. 인구의 50%가, 국내총생산의 47.8%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물류를 공급하는 생산기지도 튼튼하다. 포승공단을 포함해 아산 현대차, 서산 기아차 공장, 아산 삼성전자 탕정공장, 태안의 현대제철, 동부제강, 당진화력발전소 등 국내 42개 굴지의 수출공장들이 반경 10㎞ 안에 포진해 있다. 교통 여건도 최고다. 현대제철에서 만든 승용차용 강판은 20분 안에 아산 현대공장으로 납품되고, 여기서 만든 수출 자동차는 20분 안에 평택항으로 운송된다.

뿐만 아니라 평택항은 중국의 연안 산업벨트와 최단 거리에 위치한 대중국 교역항이다.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과 연결되는 수송거점이다. 한·중 해운회담을 통한 평택항-중국 롱청시(榮城市) 롱앤(龍眼)항 간 카페리선 취항을 성사시킴으로써 인적·물적 교류가 동시에 이뤄지는 국제종합항만으로 진일보했다. 서정호 사장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머지않은 시점에 국내 2위의 항만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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